이 기사는 2025년 04월 11일 09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화의 시나리오에 말려든 게 아닐까."다시 생각해 보면 한화그룹이 잃은 게 없어 보였다. 해명을 하느라 다소 바빴을 뿐 원하는 바는 모두 이뤄가고 있다. 투자 계획, 전체 유상증자 규모, 지배구조 개편까지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시장에서는 1조3000억원이나 줄어든 데 주목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한화 계열사들의 희생을 감내하며 2조3000억원만 조달하는 그림을 그렸다.
한화그룹 삼형제가 100% 주주인 한화에너지와 자회사들은 한화오션의 지분을 판 돈으로 한화에어로의 지분을 갖게 됐다. 오션도 한화그룹에게 중요한 계열사지만, 한화의 사업회사 중 핵심은 의심할 필요없이 한화에어로다. 현금은 못 쌓았지만 오션 지분을 에어로로 바꿨으니 또 다른 전략 카드를 쥐게 됐다.
게다가 시장은 이제 한화그룹의 계획을 수긍하는 분위기다. 주가는 유증 발표 전 수준을 회복했다. 증자방안을 이원화했어도 주주배정 유증의 희석분이 9%를 넘으니 오히려 주가가 오른 셈이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시장에 유증이나 구조재편의 안을 내놨고 투자자와 샅바싸움을 했다. 세부적인 전략들은 모두 달랐지만 결국 큰 골자는 같았다.
기업은 단기로는 가치를 희석시키되 장기로는 밸류업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에게는 기간보다 주가하락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과 해를 넘기도록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자연히 다음 스텝까지의 유예 기간도 길어졌다.
한화에어로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까지는 채 한달이 걸리지 않았다. 달랐던 점은 뭘까.
한화그룹 관계자는 "요즘 정말 다이내믹하다"고 했다. 그 말인즉 한화에어로와 ㈜한화, 그룹을 가릴 것 없이 굵직한 해명을 계속 내놓는 통에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다는 넋두리다. 관계자의 고생은 그만큼 일처리가 많았다는 의미다. 한화의 대처가 퍽 빨랐고 한화답게 시원했다.
한화에너지 3사는 할인가격을 적용하지 않고 큰돈을 들여 그룹의 핵심 사업에 투자한다. 한화에어로도 투자 계획을 더 면밀히 밝혔다. 안병철 사장은 '영업기밀을 공개하는 셈'이라고 했다. 전체 투자 규모는 사실 3.6조가 아닌 11조라고 해명했다. 그 사이 김승연 회장은 보유했던 ㈜한화의 지분 절반을 아들들에게 증여하며 승계 논란을 잠재웠다.
이 정도라면 해명도 전략에 가까운 게 아닐까. 논란도 전략의 일부로 삼았다. 시장과의 갈등 속 자주 방향타를 잃는 기업들에겐 참고할 만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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