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5일 07시00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드 호프먼의 첫 스타트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소셜넷이라는 플랫폼이었는데 확장 속도가 느려 결국 투자금을 뱉어냈다. 하지만 소셜넷을 떠난 그는 페이팔을 키워 15억달러에 팔고 링크드인을 공동설립한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인맥왕으로 불리는 아이콘이다.쪽박 차던 때와 뭐가 달라졌을까. 호프먼은 ‘블리츠스케일링(Blitzscaling)’을 이야기하고 있다. 말그대로 번개처럼 몰아치는 전술이다. 통상적 경영이라면 피해야 할 리스크를 수용하고 속도를 우선한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한다. 기습적으로 시장을 선점한 뒤 숨돌릴 틈없이 확장해 경쟁자 사기를 꺾는다. 초기부터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와 전 세계에서 론칭한 우버(Uber)가 이렇게 컸다.
국내에선 카카오가 비슷한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재계 15위에 올라 있다. 카카오톡이 2010년 출시됐으니 불과 10여년 만에 수십년 역사의 대기업들을 추월했다. 다음과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품고 모빌리티, 핀테크, 게임,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눈덩이 굴리듯 인수해 몸집을 불린 덕분이다.
카카오식 M&A(인수합병)의 특징은 비싸도 일단 사고 본다는 데 있다. 부작용은 재무적 비효율성이다. 기업을 사들일 때마다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한 대가로 막대한 영업권을 떠안았다. 그리곤 줄줄이 회수에 실패했다. 2019년 이후 손상처리한 영업권 규모만 3조5830억원에 이른다. 2년째 순손실을 보고 있는 배경이다.
'Let fires burn (불이 타게 두어라).' 문제가 있건 없건 일단 확장부터 하고 해결은 나중에 한다는 블리츠스케일링의 법칙과 일치한다. 에너지를 쏟아야 할 우선순위를 정해 일부 결함들은 무시하겠다는 통제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VX, 카카오모빌리티에 이어 엔터사업까지 매각 검토에 나섰다. 비대해진 계열사를 줄이고 수익성사업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기로 했다. 폭주기관차같던 과거와 다른 전략 선회가 두드러진다. 변화의 원인은 타이밍에 있다.
블리츠스케일링은 종종 절벽에서 뛰면서 로켓을 조립하는 일에 비유된다. 보상은 크지만 결코 영구적 경영철학이 될 수 없으며 언젠간 안착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 전략의 마지막 단계는 스케일링(확장)의 중지와 지속가능한 경영으로의 진입이다.
그간 다소 무모해보였던 카카오의 점프가 관리 무능이 아닌 의도된 비효율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요체도 여기에 있다. 무조건적 팽창의 종말, 목적있는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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