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파트너, PEF의 진화]"붙이고 키운다" 턴어라운드 핵심 전략 '볼트온'투자 경험이 곧 전략적 우위, PEF만의 볼트온 공식 '눈길'
최재혁 기자공개 2025-04-22 07:54:52
[편집자주]
시장 내 사모투자펀드(PEF)의 입지가 확대되면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운영자(Operator)'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거래를 통해 체질을 바꾸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과 책임 있는 경영 관여로 투자 생태계의 신뢰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더벨은 PEF의 긍정적 변화와 그들이 만들어낸 실질적 성과를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영권을 확보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기업 인수 이후 단기간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반 기업이나 오너 중심의 경영과 비교해 PEF는 보다 빠르고 고강도의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전략으로는 ‘볼트온(Bolt-on)’이 있다. 볼트온은 PEF 운용사가 인수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를 연이어 인수해 외형 확장과 효율성 개선을 동시에 도모하는 전략이다. 단일 기업을 구조조정하거나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수준을 넘어, 전방위적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PEF 운용사는 빠른 의사결정, 다양한 산업 투자 경험, 복수 포트폴리오 기업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볼트온 전략에 비교 우위를 가진다. 인수 전 재무 및 사업 분석을 통해 시너지 가능성을 평가하고, 인수 후에는 효율적인 운영과 통합 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밸류업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볼트온, 외형 확장 넘어 통합 시너지로
구체적으로 사업 영역 확대, 시장 지배력 강화, 비용 절감, 운영 시스템 통합, 유통·조달 채널 통합 등이 볼트온 전략의 핵심 효과로 꼽힌다. 성공할 경우 인수에 따른 추가 비용과 리스크 대비 훨씬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EQT파트너스의 KJ환경 볼트온 전략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 제네시스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KJ환경 등 복수의 재활용업체를 인수한 EQT파트너스는 올 1분기 동안 JS자원, 경인에코텍 등 동종 업계 기업을 추가로 인수했다.
JS자원과 경인에코텍은 각각 재활용품 수집운반, 인천·김포공항 사업장 폐기물 처리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폐기물 산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실적을 좌우하는 만큼, 볼트온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시너지가 즉각 발현되지 않거나 인수 후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도 PEF 운용사의 중요한 강점이다.
다수 투자 경험을 통해 특정 산업 섹터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갖춘 PEF 운용사는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기업을 선별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가령 UCK파트너스는 F&B 분야에, 한앤컴퍼니는 시멘트, 해운 등 전통 제조업에 특화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한부 경영권’을 쥔 탓에 단기 차익만을 쫓는다고 비판하지만, PEF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 점이 볼트온 등 밸류업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엑시트 목표가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전략을 빠르고 강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축적된 투자 경험, 전략적 볼트온 효과 '극대화'
한앤컴퍼니는 2016년 쌍용C&E(구 쌍용양회) 인수도 볼트온 전략 측면에서 긍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쌍용머티리얼, 쌍용에너텍 등 비핵심 자회사 매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또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인 대한시멘트를 쌍용C&E 자회사로 편입해 외형을 확장했다.
이후 유연탄을 대체할 순환자원 설비투자, 환경 관련 기업 인수 등으로 원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앤컴퍼니의 밸류업 전략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고, 신용등급은 2021년 A-에서 A로 상향됐다. 비핵심 자회사 매각으로 연결 기준 매출은 줄었지만, 매출액 대비 EBITDA 비율은 투자 기간 2배 이상 증가했다.
VIG파트너스는 2016년 좋은라이프를 시작으로 금강문화허브, 모던종합상조 등 상조업체를 꾸준히 인수하며 업계 점유율을 높였다. 2020년 프리드라이프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이들 기업을 합병시키는 볼트온 전략을 단행했고, 안정적인 통합을 이끌어내며 상조업계 재편을 주도했다.
프리드라이프는 볼트온 이후 외형과 실적 모두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부금선수금은 2019년 9400억원에서 2023년 2조2300억원으로 증가했고, 회원 수도 221만명까지 확대됐다.
차별화된 장례문화 콘텐츠, 토탈 라이프케어 서비스 등으로 전 연령층을 흡수한 점도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했다. 2023년 말 기준 총 자산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일부 지분을 글로벌 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팔았으며, 1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한앤컴퍼니와 VIG파트너스 모두 기존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볼트온 전략을 단행하면서, PEF 운용사의 차별화된 강점을 드러냈다. 포트폴리오 기업 간의 사업 연계성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인수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수익성과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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