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실적 정체' 원익그룹, 신사업 새 판 짜기 시작①주요 계열사 마진 하락, '팹리스·헬스케어' 돌파구
노태민 기자공개 2025-04-22 09:23:50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5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이 그룹의 뿌리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의존도 줄이기에 나선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그룹의 실적 널뛰기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원익피앤이를 필두로 진행 중인 배터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원익피앤이는 배터리 캐즘 영향으로 지난해 48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이를 위해 원익그룹은 2022년부터 팹리스 사업을 육성 중이다. 원익디투아이를 시작으로 티엘아이를 인수하며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현재 원익디투아이는 삼성디스플레이에 DDI 공급을 위한 퀄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영업이익률 하락, 원익IPS 1.42%
16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원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원익IPS, 원익머트리얼즈의 매출액이 2022년 대비 25% 이상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원익IPS의 경우 89.14%, 원익머트리얼즈는 41.55% 감소했다. 2023년 대비로는 원익IPS의 매출은 소폭 반등했으나 원익머트리얼즈의 매출액은 800억 이상 감소헀다.
배터리 장비사인 원익피앤이는 배터리 캐즘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해 487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매출도 294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3048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원익IPS의 실적 정체에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시설투자(CAPEX) 기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에서도 보수적인 시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평택캠퍼스 P4, 테일러 팹 가동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원익머트리얼즈는 삼성전자의 낸드 감산 정책에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소부장 계열사 중 꾸준한 실적 성장을 보인 기업은 원익QnC가 유일하다. 원익 QnC의 매출은 2022년 7832억원에서 2023년 8059억원, 2024년 8915억원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151억원, 830억원, 906억원을 올리며 타 그룹 계열사 대비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익그룹은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팹리스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내 삼성디스플레이에 모바일용 OLED DDI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 DDI 공급이 본격화되면 매출은 수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원익디투아이-티엘아이 합병, R&D 역량 집중
원익그룹은 2022년 3분기 디투아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팹리스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사명을 원익디투아이로 변경했다. 이듬해에는 타이밍 컨트롤러(T-Con)과 DDI를 전문으로 하는 티엘아이 지분을 인수했다.
다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원익디투아이는 지난해 매출 69억원, 당기순손실 309억원을 기록했다. 이 공급이 본격화되면 회사 재무 구조는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티엘아이의 상황도 좋지 않다. 티엘아이의 매출은 원익그룹 편입 전인 2022년 21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나, 이후 DDI 매출이 감소하면서 2023년 152억원, 2024년 79억원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66억원에서, 101억원, 123억원으로 확대됐다.
티엘아이의 매출이 줄어든 데에는 원익그룹 편입이 영향을 미쳤다. 티엘아이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 제품 공급에 집중했으나 원익그룹 편입 후 삼성디스플레이향 제품 개발에 몰두하면서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향 매출은 2023년 111억원에서 2024년 47억원으로 줄었다. 그룹 편입 전인 2022년 티엘아이의 LG디스플레이향 매출액은 189억원이다.
원익디투타이와 티엘아이는 15일 합병을 밝혔다. 티엘아이는 공시를 통해 "R&D 및 경영자원의 조직 통합을 통하여 인적, 기술적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재무적 자생력을 확보한 지속성장의 기반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이라고 설명했다.
DDI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은 티엘아이 인수 당시부터 예견된 합병"이라며 "원익디투아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DDI에 통과하면 회사에서 일축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익디투아이의 퀄테스트 통과 여부는 시기의 문제"라며 "원익그룹이 DDI 사업 진출한 데에는 삼성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원익그룹은 팹리스 사업 외에도 차세대 먹거리로 헬스케어, 코스메틱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 사업은 이용한 회장의 장녀인 이민경 케어랩스 대표가 도맡고 있다. 이민경 대표는 올해 1월 최고전략책임자(CSO)에서 대표이사로 올라섰다.
케어랩스는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실버 케어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회복지서비스, 노인복지시설 설치 및 운영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케어랩스는 사업목적 추가에 대해 "기존사업영역의 서비스 확장 및 신규 사업 추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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