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스타트업 설전]FI '갑질' 외치는 푸드컬쳐랩…주요 쟁점은①구주매각 강요부터 투자 책임 소재 분쟁까지…의견 대립 팽배
이기정 기자공개 2025-04-22 08:28:44
[편집자주]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관계를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은 FI의 자금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투자사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을 통해 수익을 만들어낸다. 얼핏 '갑을' 관계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동반자' 면모를 보여준다. 이들의 관계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반목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어반베이스와 신한캐피탈이 투자금 반환소송으로 갈등을 겪었다. 더벨이 스타트업과 투자사간 대립 사례를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푸드컬쳐랩이 삼양화학그룹 계열사 성홍과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성홍은 푸드컬쳐랩의 유일한 투자사다. 이번 갈등의 주요 쟁점은 △기존 주주의 과도한 구주매각 요구 △푸드컬쳐랩의 투자 실패 책임 소재 △투자자의 심한 경영 간섭 등이다. 푸드컬쳐랩이 투자사의 '갑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가운데 성홍 측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겼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성홍, 25억 투자…유일한 투자사
푸드컬쳐랩은 2020년 자매지간인 안태양 대표와 안찬양 실장이 설립한 푸드테크 기업이다. 김치 시즈닝, 김치 우동, 김치 수제비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한국의 음식을 전세계 사람들과 나누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성홍은 푸드컬쳐랩에 총 세 차례 투자했다. 먼저 2021년 4월 보통주로 1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같은해 8월 5억원을 추가로 집행했다. 당시 파운더들의 주거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지분 일부를 구주로 사들였다. 또 2022년 제조시설 확보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0억원을 보통주로 추가 투자했다.
푸드컬쳐랩은 2021년 식품 제조 시설 확보를 목적으로 음식 레시피 개발 및 포장 업체 '맛의향연'에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1차로 5억원을 투자했고 2022년 추가로 5억원을 납입했다. 다만 맛의향연은 지난해 4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이에 따라 푸드컬쳐랩이 투자한 자금의 회수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규 자금조달 불발…원인은 "사업 경쟁력"
푸드컬쳐랩의 주장에 따르면 최근 신규 투자유치 과정에서 성홍 측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홍이 과도하게 구주매각을 요구해 투자 논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성홍이 투자 원금 확보를 목적으로 유상감자 등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성홍은 구주매각은 투자유치 과정에서 제시한 옵션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유상감자 역시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어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투자유치 과정에서 기존 투자사의 구주매각은 번번하게 이뤄지곤 한다. 특정 투자사의 지분이 많을 경우 다른 투자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푸드컬쳐랩의 경우 성홍이 유일한 투자자라 오히려 잠정 투자사 측에서 먼저 요구가 있을 개연성도 높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푸드컬쳐랩은 2022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었다. 실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각각 5억원, 4억원,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2020년 3억원에서 2021년 16억원으로 급증했지만 2022년부터 다시 6억원으로 감소한 후 2023년과 2024년 9억원, 11억원에 그쳤다.
회사의 밸류에이션도 마지막 라운드 포스트 기준 210억원 규모로 매출 대비 높은 편이었다. 당시 서울푸드랩 투자를 검토했다는 한 투자사 관계자는 "푸드컬쳐랩의 해외 매출 비중이 예상보다 적어서 투자 의사를 접었다"며 "기존 투자사의 구주매각 요청 등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투자 실패 책임 전가 논란…포커스는 '재발 방지'에 있었다
맛의향연 투자 실패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것을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푸드컬쳐랩은 성홍이 투자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맛의향연이 파산하기 전까지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실사도 함께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성홍은 서면동의 없이 이뤄진 투자라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세부적인 투자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히려 성홍은 투자 실패보다는 맛의향연이 왜 파산까지 이르게 됐는지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푸드컬쳐랩이 맛의향연에 1차 투자를 진행한 2021년 말 시점에 성홍이 푸드컬쳐랩에 투자한 금액은 10억원이 전부였다. 당시 푸드컬쳐랩의 맛의향연에 약속한 투자액이 15억원임을 고려하면 자체적으로 자금을 만들어 투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홍의 투자 목적 역시 푸드컬쳐랩의 해외사업 진출을 돕기 위한 것으로 제조시설 장비 투자와는 맞지 않다.
푸드컬쳐랩은 2021년 말 우선적으로 5억원을 투자하고 성홍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은 후 맛의향연에 추가로 5억원을 납입했다. 이를 토대로 맛의향연은 이천시에 제조공장을 완공했다.
문제는 남은 투자금 5억원의 납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완공 후 푸드컬쳐랩이 공장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맛의향연은 운전자금 부족과 고객사 확보 실패로 파산에 이르게 됐다.
맛의향연은 회생계획안에서 "푸드컬쳐랩에서 추가로 받기로 한 5억원을 투자받지 못해 운전자금 경색이 발생했다"며 "신축 공장에서 약속된 푸드컬쳐랩 생산이 이뤄지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대 어려움이 가중됐다"고 말했다.
성홍 관계자는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지만 푸드컬랩의 존속과 브랜드 타격을 우려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며 "재발방지 확약 등을 푸드컬쳐랩에 요구했는데 회사 측에서 지속적으로 만남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이 과정에서 푸드컬쳐랩에서 '투자자의 갑질행위 및 부당간섭 중단'의 내용으로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투자사의 경영 간섭은 죄(?)
푸드컬쳐랩은 이외에도 성홍이 과도하게 회사 경영에 간섭하고 징계성 패널티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타비상무 이사 선임 요구 △거주공간 임대료 상향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더벨의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성홍은 푸드컬쳐랩에 기타비상무 이사 선임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성홍은 "경영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판관비 지출이 과하다는 판단이 들어 요청한 것"이라며 "경영진을 믿을 수 없기에 취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거주공간 임대료 문제는 성홍에서 운영하는 공유오피스 '드리움'과 관련이 있다. 푸드컬쳐랩은 2021년부터 성홍의 배려로 드리움에 입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근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있었는데 성홍에서 갑자기 가격을 높였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푸드컬쳐랩은 2021년부터 1년 동안 4인실 오피스를 무료로 제공받았고 2022년부터 2년 동안 15인실을 인근 시세 대비 70% 할인된 가격으로 사용했다. 이 기간 성홍이 지원한 금액은 약 1억6000만원에 달한다. 다만 성홍은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에게도 거주 기회를 주고자 할인폭을 20%로 바꿨다. 푸드컬쳐랩은 이에 반발해 드리움에서 나왔다.
한 대형 VC의 임원은 이번 갈등에 대해 "사실 투자사와 스타트업간 관계가 좋다면 더 좋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다른 내용은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도 있겠지만 푸드컬쳐랩이 계약서를 위반했다는 것은 반론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더벨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듣기 위해 푸드컬쳐랩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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