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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그룹은 지금]문흥렬 회장, 정치학도 상사맨의 반세기 영토 확장①반도상사 거쳐 무역업 전개, VC·엔터·반도체 소부장 영역 진출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22 09:23:08

[편집자주]

HB그룹은 1975년 탄생한 흥보실업이 모태다. 창업주인 문흥렬 회장의 왕성한 경영 활동에 힘입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벤처캐피탈(VC), 엔터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설립 이후 반세기가 지난데다 최근 주력 그룹사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시장의 시선에서는 한참 떨어져 있다. 3개의 상장사를 거느려 이해관계자가 적잖은 중견그룹임에도 은둔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HB그룹의 성장 스토리와 지배구조, 사업 현황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B그룹을 창업한 문흥렬 회장은 무역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반도상사(현 LX인터내셔널)에서 쌓은 경력을 십분 활용해 흥보실업(현 HB콥)을 창업했다. 당시 제지 수출입업으로 돈을 벌었고 한국무역대리점협회 회장을 맡을 정도로 재계의 주요 경영인으로 평가됐다.

현재의 HB그룹은 문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같은 첨단 산업부터 벤처캐피탈(VC)을 보유해 투자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엔터테인먼트업에도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 등의 전략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영토를 확장했다.

◇문흥렬 회장, '상사맨 기질' 살려 무역업 종사

문 회장(사진)은 1941년생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반도상사에 입사해 6년간 근무했다. 상사맨으로 경력을 쌓은 문 회장은 창업에 나섰다. 1975년에 그룹의 모태가 된 흥보실업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무역업을 시작했다.

재계에 따르면 문 회장은 제지 관련 수출입, 제조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해외에서 고지를 들여와 국내 제지업계에 공급하면 제지업체들이 상품 포장용, 신문용지, 화장지 등으로 만들면 이를 다시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의 사업을 펼쳤다.

출처: 한국수입협회
그는 창업 20여년이 지나 무역업계에서 중요한 지위를 맡기도 했다. 그는 1993년 3월 한국무역대리점협회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곳은 현재의 한국수입협회(KOIMA)로 1970년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받아 설립됐다. 출범 시기부터 한국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해왔다.

한국무역대리점협회는 1993년에 처음으로 자유경선을 통해 회장을 선출했다. 그만큼 당시 문 회장이 재계에서 신망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협회장으로 재직하던 때 한미 통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993년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던 때로 한국에 대한 통상 압력을 강화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앞뒀던 같은 해 7월 문 회장은 한 언론에 칼럼을 기고해 미국의 수입 개방 압력을 '조자룡이 헌 칼 쓰듯 한다'라는 속담에 비유했다.

문 회장은 "지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미국이 '슈퍼 301조'라는 '헌 칼'을 한국을 향해 지나치게 휘두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며 "세계의 지도국으로서 위엄과 권위를 망각한 채 단견을 앞세워 지나친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라고 밝혔다.

◇VC·엔터 넘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까지 '확장 성과'…M&A·IPO 역량 과시

무역업 외길을 걷고 업계를 대변하던 문 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변신을 꾀하기 시작했다. 그가 먼저 눈을 돌린 새로운 분야는 VC다. 인터넷 등으로 IT 벤처기업, 창업투자회사 설립 붐이 불었던 1999년 튜브인베스트먼트를 창업했다.

당시 문 회장은 직접 자금을 출자해 70% 지분을 확보하며 투자활동에 대한 늦깎이 열의를 보였다. 그 후 2012년 현재의 HB인베스트먼트로 이름을 바꿨다. 문 회장은 2018년 6월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변모한 HB콥에 지분을 매각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놨다.

HB인베스트먼트는 작년 1월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상장사로 거듭났다. 황유선 대표가 2021년 8월부터 HB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삼성벤처투자, 일신창업투자, NHN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전문가다.


투자업계에 눈을 뜬 문 회장이 다음으로 관심을 보인 곳은 연예계다. 2006년 HB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단순 연예인 기획사가 아닌 드라마, 영화를 제작하는 종합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 현재도 업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엔터업 진출은 문 회장이 1999년 H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던 때부터 예고됐다. HB인베스트먼트는 2000년 12월 '튜브영상투자조합 1호'를 결성했다. 당시 방송위원회에서 방송영상 컨텐츠 육성, 투자환경 조성 등을 위해 50억원을 출자했다. HB인베스트먼트는 자금을 활용해 방송영상 관련 사업에 투자했다.

현재 HB엔터테인먼트는 문 회장의 장녀인 문보미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문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종합엔터테인먼트 역량 강화에 전력하고 있다.

VC와 엔터업에 진출한 문 회장은 다음 타깃으로 완전히 다른 이종산업을 점찍었다. 2010년대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를 잇달아 인수하면서 그룹 전반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HB인베스트먼트를 통해 투자 경험을 쌓은 문 회장의 전략은 달라졌다. 이종산업 진출 과정에서 직접 설립이 아닌 M&A 카드를 노련하게 활용했다.

우선 2011년 HB콥을 내세워 엔씨비네트웍스를 인수했다. 이곳은 넥스트인스트루먼트로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다. HB그룹이 인수한 뒤 2012년 HB테크놀러지로 이름을 바꿨다. 2018년에는 엘이티를 인수했다. 이곳도 HB테크놀러지처럼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다. 인수 직후 현재의 HB솔루션이라는 상호로 변경했다.

주목할 부분은 M&A 방식이다. HB솔루션을 인수할 때는 HB콥이 아닌 HB테크놀러지를 인수주체로 내세웠다. 현재도 HB테크놀러지가 HB솔루션의 지분 19.98%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HB콥은 6.84%를 가져 2대주주다. 한때 피인수기업이었던 곳의 현금을 활용해 M&A에 나서는 전략을 능숙하게 구사한 셈이다.

또 IPO 추진도 순탄하게 해냈다. HB테크놀러지는 HB그룹이 인수하기 전에 이미 상장사였다. 반면 HB솔루션은 인수 이후 2년이 지난 2020년 6월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런 경험은 작년 1월 HB인베스트먼트가 상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HB인베스트먼트는 직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했다. 스팩 합병 상장은 VC업계 최초의 시도였다. 합병 대상은 코스닥에 상장돼 있던 NH스팩23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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