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비상계엄·상호관세' 매집 기회 못살리는 국민연금4대 금융 지분율 6~9%, 10% 밑도는 수준에서 관리…자사주 소각 지속시 오버행 수순
최필우 기자공개 2025-04-28 12:48:37
[편집자주]
동일인 지분한도 규제가 금융지주 밸류업 동력을 약화시키는 복병으로 등장했다. 현행 금융지주법에 따르면 동일인은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지방은행지주는 15%)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몇몇 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을 이어갈 경우 대주주 지분율 상승으로 동일인 한도 규제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자사주 소각을 줄이거나 오버행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또는 외국인 투자자가 동일인 한도를 의식해 금융지주 투자를 확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동일인 지분 현황을 점검하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11시4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은 4대 시중은행지주의 주요 대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일인 지분한도 10% 규제가 적용돼 특정 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영향이다. 지분을 인수하려는 주체가 마땅치 않아 일반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크다. 국민연금이 대형 금융지주의 주가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축인 셈이다.다만 국민연금의 금융지주 투자는 밸류업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동일인 지분한도인 10%에 육박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후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접한 주주환원 정책이 마련됐음에도 지분율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나 상호관세 파장으로 주가가 급락할 때 매집 기회를 살리기도 쉽지 않다.
◇예외없는 동일인 한도 규제…밸류업 따른 운용성과 개선 제한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KB금융 지분율은 8.41%다. 신한금융 8.6%, 하나금융 9.45%, 우리금융 6.7%로 국민연금의 4대 금융 지분율은 모두 10%를 밑돌고 있다. 동일인의 시중은행지주 지분율을 10% 밑으로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 영향이다.

동일인 지분한도 규제는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마련됐으나 일반투자 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시중은행지주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지주에 투자할 때도 한도인 15%를 밑도는 수준에서 지분율을 관리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로 국민연금은 주요 금융지주 투자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지분율 추이를 보면 국민연금은 10년 전인 2015년 3월에도 KB금융 9.24%, 신한금융 9.1%, 하나금융 9.35% 수준(우리금융지주는 설립 전)으로 투자했다. 현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지난 1년간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수준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국민연금은 지분율을 확대하지 못했다. 24일 기준으로 1년 간 KB금융은 59%, 신한금융은 23%, 하나금융은 35%, 우리금융은 19%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드러났음에도 국민연금은 운용 성과를 극대화하지 못한 것이다.
◇주가 급락 때도 지분율 변동 미미…예외 인정 쉽지 않아
국민연금이 금융주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것 뿐만 아니라 밸류업에 힘을 싣는 데도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 지분율을 탄력적으로 늘려 주가를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금융주 주가가 급락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국내외 증시가 전반적으로 급락했으나 금융 섹터의 경우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주가가 전고점의 절반 수준까지 하락해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늘릴 기회였으나 국민연금은 주요 금융지주 지분율을 9% 초반대에서 후반대로 높이는 데 그쳤다.
최근에도 국민연금은 매집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여파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고 금융지주 밸류업 동력이 상실될 위기였으나 국민연금은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도 별 수가 없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금융지주 자사주 매입·소각이 확대되면서 국민연금의 지분 관리는 더욱 녹록지 않아질 전망이다. 4대 금융이 자사주를 소각을 이어가면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한도에 근접하게 된다. 주가나 실적에 관계 없이 한도를 의식해 지분을 매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지분율을 고려하면 오버행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권에선 자사주 소각으로 지분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에 한해 보유를 허용하고 의결권을 제한하는 식의 대안도 거론되지만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한도를 넘은 물량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면 그때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동일한 가격에 보유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의사결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을 염두에 두고 지분율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컨콜 Q&A 리뷰]하나금융, 건전성 지표 준수한 관리…커지는 주주환원 기대
- [여전사경영분석]하나카드, 불황 속 반격…1분기 실적 웃었다
- [여전사경영분석]신한카드, 본업 선방에도 조달·연체 '골머리'
- [컨콜 Q&A 리뷰]우리금융, 올해 안정적 자본비율 관리 '최우선 과제'
- [보험경영분석]비은행 순익 책임진 신한라이프, ROE도 10%대 복귀
- [컨콜 Q&A 리뷰]BNK금융 "순이익 목표치 낮춰도 주주환원 계획 이행 가능"
- [여전사경영분석]삼성카드, 내실경영 넘어 영업 확장 시동
- [은행경영분석]우리금융, CET1비율 목표치 근접 '자산 리밸런싱' 통했다
- KB금융 "건전성 회복, 그룹 차원 최우선 과제로 설정"
- [은행경영분석]신한금융, RWA 성장률 제한에도 '역대 최대' 순이익 경신
최필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컨콜 Q&A 리뷰]우리금융, 올해 안정적 자본비율 관리 '최우선 과제'
- [은행경영분석]우리금융, CET1비율 목표치 근접 '자산 리밸런싱' 통했다
- [은행경영분석]신한금융, RWA 성장률 제한에도 '역대 최대' 순이익 경신
- [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비상계엄·상호관세' 매집 기회 못살리는 국민연금
- JB금융, 순익 줄었지만 밸류업 이행 '이상 무'
- [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BNK금융, 반가운 3대 주주 '협성종건' 지분확대 가능성은
- [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BNK금융, 롯데그룹 선제적 지분 정리 덕 오버행 방지
- [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iM금융, 지분한도 '15→10% 축소' 밸류업 영향은
- [금융지주 동일인 지분 점검]JB금융 '3대 주주' OK저축은행 투자 전략 영향은
- [금융사 KPI 점검/KB국민은행]불완전판매 재발 없다, '고객보호·윤리경영' 평가 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