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업계 최초로 3억명을 돌파했다.'스크린의 종말'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생존을 위한 해답을 요구받고있다. 기업들은 합종연황 등 저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더벨은 넷플릭스가 촉발한 OTT 시장의 부상과 영화 산업 재편을 짚어보고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5일 16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영화관 시장 절대강자 CJ CGV가 최대 위기에 놓였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을 선언하면서 28년간 지켜왔던 업계 1위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이다.
그간 선두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CGV가 앞으로는 도전자의 입장에서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CGV, 30년 가까이 '1위' 수성
CGV는 국내 영화관업계 부동의 선두주자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다수의 상영관과 편의시설을 갖춘 대형 영화관(멀티플렉스) 'CGV강변'을 개관하며 새로운 영화관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 CGV강변의 등장은 한 영화관에서 한 영화만 상영하던 단관 시대를 종식하고 이른바 멀티플렉스 시대를 개척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금의 3강 체제가 구축된 시점은 25년 전이다. 2000년 오리온그룹의 메가박스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CGV강변보다 더 큰 규모의 영화관 '메가박스씨네플렉스'를 개설하면서다. 여기에 백화점과 영화관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롯데그룹의 롯데시네마까지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삼파전이 시작됐다.
CGV강변
CGV는 28년 동안 멀티플렉스 시장을 선도하며 스크린수 기준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영화관 시장 점유율로 살펴보면 40.8%(스크린수 1346개) 수준이다. 그다음은 △롯데시네마 27.8%(915개) △메가박스 23.3%(767개) △기타 8.1%(268개) 순이었다.
◇멀티플렉스사 경쟁력 척도는 '스크린수'
스크린수가 중요한 이유는 멀티플렉스사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크린수가 많으면 다양한 영화를 동시 상영하거나 흥행작을 여러 스크린에 걸어 관객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많은 관객이 몰리면 영화관의 주요 수익원인 상영수익(입장료수익)은 함께 증가한다.
영화 배급사와 상영수익을 분배하는 과정에서도 이점이 있다. 배급사 입장에서는 스크린이 많은 회사에 영화를 배급할 때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업계 1위인 CGV는 최우선 협상 대상일 수밖에 없다. 통상 상영수익에서 일부 금액(영화발전기금 3%, 부가세 10%)을 공제한 뒤 영화관과 배급사가 일정 비율로 나눠 갖는다.
여기에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효과도 적잖다. 업계 1위라는 지위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이어진다. 경쟁사보다 유동인구가 붐비는 지역도 선점할 수도 있다. 관객 접근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 같은 제휴업체를 유치할 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 합병으로 '지각변동'
하지만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한몸'으로 거듭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시장 점유율이 △합작법인 51.1%(1682개) △CGV 40.8%(1346개) △기타 8.1%(268개)로 재편되면서 CGV가 30년 가까이 유지했던 1위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커진다. 1위와의 스크린수 격차는 300개 이상, 시장 점유율 격차는 10%포인트 이상이다.
게다가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각각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라는 배급사도 뒷배로 두고 있다. 배급사까지 합심한다면 합작법인 영향력은 예상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화관업계 사상 최대 빅딜인 만큼 어떤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라고 했다.
무엇보다 CGV는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유지하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두를 되찾기 위한 공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간의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2위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면 브랜드 가치 하락과 같은 비가시적 손실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에 따른 충격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처럼 영화관을 찾는 관객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 점유율보다는 각사의 수익성 개선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영화관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보보다는 수익성 개선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두 멀티플렉스의 합병은 CGV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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