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발 지각변동]플랫폼이 고르는 콘텐츠…제작 권력도 이동④넷플릭스·티빙 투자 확대…전통 투자배급사 '주춤'
서지민 기자공개 2025-05-21 14:56:57
[편집자주]
2024년 넷플릭스의 전 세계 가입자 수가 업계 최초로 3억명을 돌파했다.'스크린의 종말'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생존을 위한 해답을 요구받고있다. 기업들은 합종연황 등 저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더벨은 넷플릭스가 촉발한 OTT 시장의 부상과 영화 산업 재편을 짚어보고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6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TT의 부상은 단순한 유통질서 변화로 끝나지 않았다. 콘텐츠 제작과 투자 주체까지 송두리째 흔들면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력이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사업자들이 기획부터 유통까지 주도하며 콘텐츠 생태계의 중심으로 부상한 반면 전통적 영화 투자배급사들은 존재감을 잃고 있다.◇넷플릭스와 티빙이 주도하는 제작 생태계…“무엇을 만들지도 플랫폼이 결정”
2024년 상반기 기준, 넷플릭스에서 소비된 콘텐츠 중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글로벌 시청시간 비중은 8.7%로 미국에 이어 2위다. 넷플릭스는 2023년 기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30편을 자체 기획·제작했고, 비드라마 장르(예능, 리얼리티 등)의 제작 비중을 대폭 늘렸다. ‘피지컬:100’, ‘흑백요리사’ 등 예능 프로그램이 비영어권 콘텐츠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며 전략적 방향을 확인시켰다.
넷플릭스는 2023년 K-콘텐츠에 4년 동안 25억달러(약 3조5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하는 추세다.
CJ ENM도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을 일원화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고도화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스튜디오드래곤은 넷플릭스, 티빙, tvN,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플랫폼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했으며, 최근에는 OTT 전용 시리즈에 집중하는 형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CJ ENM은 2022년 피프스 시즌(옛 엔데버콘텐트) 인수로 제작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미국 현지에서 콘텐츠 기획부터 유통에 이르는 자체 프로덕션 시스템과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같은 해 OTT 플랫폼 중심의 스크립트·논스크립트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CJ ENM 스튜디오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OTT 중심 생태계에서는 콘텐츠 기획이 플랫폼 알고리즘과 소비 패턴에 맞춰 결정된다. 제작사들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기보다 플랫폼의 요청이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맞춤 생산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 투자배급사의 공백…영화 제작의 ‘허리’ 사라져
반면 전통적인 투자배급사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2024년 기준 NEW, 콘텐츠지앤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들이 투자한 상업영화는 20편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봉작까지 포함해도 30편 이내에 불과해 2019년(45편)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콘텐츠지앤티, NEW 등은 팬데믹 이후 누적된 적자와 관객 수 감소로 인해 영화 투자 여력이 현저히 낮아졌다. 수익률 저하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들도 빠르게 이탈하면서, 투자배급사 의존도는 2024년 기준 70%에 육박한다. 결과적으로 투자공백이 생기며 중대형 영화 프로젝트가 기획 초기부터 멈춰 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제작사들도 플랫폼 종속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극장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획했지만, 최근에는 넷플릭스·티빙 등 플랫폼의 성향에 맞춰 시리즈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실질적 기획 권한이 플랫폼에 쏠리며, 제작사는 편성권·홍보권·지분 구조 등에서 종속적 지위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2024년 영화 메인투자 펀드(420억 원)를 포함한 K콘텐츠 펀드 6950억 원을 조성했다. 중저예산 영화 중심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시장을 바꾸기엔 여전히 한계가 크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이 플랫폼에 집중되면서 장르 편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상업성과 효율성 중심의 기획이 고착화되면 전통 영화 제작 및 배급사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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