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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 매각 해법과 버핏의 편지

김태호 기자공개 2011-12-08 11:04:06

이 기사는 2011년 12월 08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워런 버핏이 매년 초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세계 금융인들에게 큰 관심사다. 편지에는 그가 바라보는 세계 경제 전망, 업종 분석, 투자 철학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편지의 매력은 무엇보다 '솔직함'이다. 그는 위험을 숨기지 않는다. 지난 2008년의 편지가 그랬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는 2007년 순이익 123억 달러의 높은 성장을 이뤘음에도 그는 편지에서 "파티는 끝났다"고 표현했다. 향후 2007년과 같은 호황을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며 심지어 버크셔 주력 업종인 보험업의 성과도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신 그는 위기상황에 투자할 방향과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것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을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하나의 비결이다.

최근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쌍용건설을 보면 이런 버핏의 솔직함이 부럽다. 쌍용건설 측과 캠코는 이 회사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매각 해법을 찾기보다 엉뚱한 곳에서 희망을 걸고 있다.

쌍용건설 매각 측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반얀트리'다. 매각 측에선 반얀트리만 매각되면 1500억원 대의 유동성이 확보돼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가려진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선 반얀트리 매각을 장담할 수 없다. 아직 인수의향서(LOI)접수 단계에 불과하고 딜이 마무리되려면 최소 3개월의 시간은 더 소요돼야 한다. 매각이 성사돼도 쌍용건설 측이 바라는 만큼 유동성이 확보될지도 미지수다. 현재 시장 일각에서는 반얀트리의 가치가 1000억원 미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얀트리 매각은 이처럼 불투명하지만 쌍용건설은 현재 유동성이 급하다. 쌍용건설은 현재 이자보상비율이 0.9로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이익이 금융권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1조원이 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이 있고, 내년 2월까지 갚아야 할 돈이 3850억원 정도다. PF우발채무 역시 2900억원으로 전채 PF채무의 약 26%에 달하는 수준. 같은 등급을 받는 업체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칫 매각이 지연될 경우 최근 무너지고 있는 타 건설사들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M&A 업계 관계자들은 쌍용건설에 새로운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좋은 대안이 바로 신주 발행이다. 매각 조건에 신주를 섞어 팔 경우 유동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수자들에게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실제 캠코와 쌍용건설 측도 이와 관련된 내용을 깊이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매각 측에서 쉽게 신주발행 카드를 뽑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신주를 발행할 경우 쌍용건설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를 인정하게 되는 셈이고, 캠코 역시 부실 경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회사의 유동성 확보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이유다.

최대주주와 경영진 입장에서 회사의 위기를 인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쌍용건설 매각의 핵심은 투자금 회수 뿐 아니라 회사의 생존과 발전에 맞물려 있다. 캠코는 공적자금을 투입한 기업이 더욱 발전하게 도와야하고 경영진은 임직원들이 보다 좋은 기업에서 일 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위기를 인정하고 여기에 맞는 해법을 찾아 나서는 것은 어떨까. 쌍용건설 매각 측에 버핏의 솔직함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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