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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 KCC가 눈을 돌린 까닭은? 건자재 등 핵심 사업 성장동력 추락..범현대가 신사업 전략 허점 노출

문병선 기자/ 김익환 기자공개 2011-12-13 11:46:12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3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현대가에 의존해 사업을 벌였던 KCC가 전혀 스킨십이 없어 보이는 경쟁 재벌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을 인수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CC의 설명을 빌리자면 "사업 시너지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인데, 그 타당성은 일단 논외로 치고 KCC가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먼저 관심이다.

KCC는 금융위기 이후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평가돼 온 게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건축자재 및 PVC 창호 및 바닥재 사업의 위상 추락을 들 수 있다. 공장가동률만 보더라도 건재 사업의 경우 한때 풀가동(100%)됐다가 최근엔 8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건축경기가 탄력을 잃으면서 PVC창호 사업과 바닥재 사업 역시 최저 50%대로, 절반 가량의 설비가 가동을 멈췄다.

KCC사업부문별 공장가동률 추이

건자재 사업은 KCC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지만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는 게 KCC 내외부 분석이다. KCC 관계자는 "자동차용 도료를 빼면 건설경기에 민감한 사업구조인데 앞으로 4~5년간 건설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새로운 동력을 찾는게 시급했다"고 말했다.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도료 부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았다. 자동차용 도료를 빼면 건축용 도료 시장과 선박용 도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서 성장그래프가 꺽이는 구조적 한계가 나타났다. 80%를 넘던 공장가동률은 2000년대 후반부터 60%대 초반으로 꺽였고 성장세였던 자동차 산업 역시 내년부터는 그 추세가 꺽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다.

그나마 KCC가 이런 불안한 변화에 견딜 수 있었던 점은 수조원에 달하는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 및 현대자동차 등 현금화가 가능한 매도가능금융자산이 조단위이고 만도 지분 매각과 현대자동차 지분 일부 매각 등으로 현금화해 놓은 자산 역시 1조원대였다.

이런 거대한 투자 여력을 기반으로 KCC는 실리콘 사업을 확대하고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 잇따라 진출해 새로운 활로를 뚫었으나 최근들어 이 사업들 역시 여의치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리콘 사업의 경우 하이닉스반도체가 SK그룹으로 팔리고 범현대가는 전통적으로 전기전자 사업에서 약점을 보이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히 폴리실리콘 사업은 전세계적인 가격 하락으로 대그룹들이 투자를 보류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황의 조짐은 범현대가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가지는 KCC로서는 위기감으로 다가왔다는 지적이다. 밖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기보다 내부로 눈을 돌려 사업구조를 뒤바꾸는 작업이 활로찾기의 더 나은 방편으로 떠올랐고 이번에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한 일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는 관측이다.

KCC마켓

일단 삼성그룹과 손을 잡을 경우 KCC의 주력시장 규모는 두배로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KCC 내부 사업현황에 따르면 KCC마켓은 '건축, 토목/플랜트, 선박/중방식, 공업, 자동차, 태양광/전기/전자' 등 6개 사업 부문이다. 삼성그룹과 범현대그룹은 이 시장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고 있다. 건자재 부문의 타깃 시장이 거의 두배로 커지는 한편 범현대그룹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전기전자 부문에서 역시 새로운 매출처를 뚫을 수 있다는 전략이다.

태양광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서는 범현대그룹이 제공하지 못한 '특별한 혜택' 또한 기대된다. KCC는 올 초에 연산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준공했지만 제품이 생산되지 않고 있다. 투자 실효성에 의문이 커지면서 추가투자도 머뭇거렸다.
이런 가운데 사업파트너인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빼자 묘한 기류가 만들어졌다. 현대중공업은 KCC의 태양광 파트너로서 수직계열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작사인 케이에이엠(KAM)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고, 양산한 폴리실리콘을 현대중공업에서 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빼면서 충북 음성의 모듈 공장 가동을 멈췄고, 미국 태양광 발전소 계획도 백지화했다.

이 점은 범현대그룹의 신사업 전략의 허점으로도 읽히는 한편 KCC 입장에서는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다. 나아가 KCC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을 삼성그룹에 매각하거나 합작투자하는 등 모종의 빅딜까지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KCC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중심축인 삼성에버랜드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양측이 어떤 제휴에 나설지, 시너지를 올릴 지 확실치 않다. 다만 KCC 입장에서는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KCC의 투자건이 범현대그룹이나 삼성그룹에 여러 시사점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외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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