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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진 회장, 에버랜드 미래가치 자신? 범현대가 투자로 수천억 차익..'현대→삼성' 포트폴리오 재편

박창현 기자공개 2011-12-19 09:27:06

이 기사는 2011년 12월 19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 정몽진 회장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삼성에버랜드를 담았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범(汎)현대 계열 우량 주식을 저가에 인수해 엄청난 차익을 실현했던 정 회장이 새로운 투자 타겟으로 삼성그룹을 택한 것. 에버랜드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상황에서 KCC의 과거 지분 투자 사례는 이번 투자 배경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CC는 최근 에버랜드 지분 42만5000주를 7738억5190만원에 사들였다. 주당 취득가는 182만원으로 매각자인 삼성카드가 지난 3분기 책정한 장부가 213만원 대비 10%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범현대가 일원인 KCC가 삼성그룹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 지분을 취득하자 시장에서는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KCC가 경영권이 없고 유동성도 떨어지는 비상장사 주식을 수 천억원을 들여 사들인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삼성과 KCC 간 이면계약이 있지 않겠냐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장기 주식 투자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수익을 거뒀들였던 앞선 사례에 비춰볼 때, 올해 정몽진 회장이 다시 한 번 장기 투자 플랜을 가동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00년 KCC(옛 금강고려화학)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정몽진 회장은 2003년 본격적인 장기 주식 투자에 나선다. 2560억원 상당의 단순 수익증권을 팔아 종자돈을 마련했다. 정 회장의 선택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등 범현대가 핵심 계열사들이었다.

물론 그룹사 오너 간 상호 협의하에 주가 방어 목적으로 주식 취득 등 큰 그림이 그려졌을 개연성도 있다. 하지만 투자 종목 선정과 장기 투자 전략 등은 매입 주체인 KCC의 오너 정 회장 주도 하에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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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는 당시 현대중공업 지분 608만주를 1479억6000만원에 취득했으며,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도 각각 701억6000만원(223만주), 262억1000만원(93만7000주) 어치씩 매입한다. 또 279억3000만원을 투자해 현대산업개발 주식 356만주도 산다.

보유하고 있던 2565억원 상당의 단순 수익증권을 팔아 종자돈을 마련한 후, 대규모 투식투자에 나선 것이다. 이후 잠잠하던 KCC는 2008년 다시 한 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만도 인수를 추진하던 한라그룹의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 것. 당시 KCC는 만도 주식 223만4000주를 2717억678만원에 샀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정 회장이 받아든 투자 성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투자 당시 주당 취득가는 2만4336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15일 기준 현대중공업 주식 가치는 26만2500원에 달한다. 10배 이상 주식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올해 3분기 현재 KCC는 여전히 현대중공업 지분 485만9000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부가액만 1조3654억원이 넘는다.

만도 지분 투자회수(Exit) 거래는 KCC의 랜드마크 딜로 손색이 없다. KCC는 지난해 5월 만도 IPO를 기점으로 투자회수를 시작해 올해 7월 보유 지분을 모두 팔았다. 2008년 2700억원을 투자해 획득한 만도 지분을 3년6개월 만에 7814억원에 팔아, 거의 200%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현대차 보유 지분 중 절반에 해당하는 11만5000주도 올해 털어내 2000억원이 넘는 투자 차익을 남겼다. 현대차 최초 취득가격 3만1462원보다 7배가량 비싼 21만5000원에 지분을 팔았다. 여전히 10만주가 넘는 잔여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차익 실현도 기대된다.

현대모비스 주식 처분을 통해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KCC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780억원 규모의 2009년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운용자금으로 활용했다. 이후 현대모비스 주가가 폭등하면서 지난해 10월 채권자들이 교환권을 행사, 76만8000주를 처분했다. KCC는 이 지분 매각으로 1071억7200만원의 처분이익을 냈다. 투자금액(262억원)의 5배에 달하는 돈을 수익으로 거둬들인 것이다.

범현대가 지분 투자로 수 천억원 규모의 투자 수익을 거둔 정 회장은 올해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차와 만도 등 범현대가 지분을 처분한 자금으로 에버랜드 지분을 인수, 새로운 투자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KCC측은 에버랜드 투자 이유에 대해서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범현대가 지분 가치가 정점에 올랐다고 판단한 정 회장이 새로운 투자 수익 창출을 위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버랜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KCC가 에버랜드 지분 투자를 통해 03년 범현대가 투자 빈티지에 버금가는 투자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버랜드는 삼성그룹 지주회사로서 3세 경영권 승계 구조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계열 분리 과정에서 기업공개(IPO) 등 자금회수 기회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 투자 때와 달리 에버랜드 자금 회수는 전적으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는 점은 투자 위험 요소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몽진 회장의 투자 판단과 적중률은 이미 2003년 투자를 통해서 충분히 검증이 됐다"며 "이면 계약설과 상관없이 장기 투자에 자신감을 붙인 정 회장이 에버랜드의 미래가치를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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