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12월 27일 09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100대 기업의 상장을 유치하겠다."포부는 거창하지만 현실은 요원하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는 대우증권과 함께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국내 상장을 타진했다. 일부 언론에서도 대문짝만한게 이 내용이 보도됐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GM측에서도 "한국 증시에 가야될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한국 증시의 매력은 홍콩 등 아시아의 다른 증시와 비교할 때 낮은 편이다. 자금 조달의 핵심인 밸류에이션이 낮을 뿐더러 규제나 심사 등은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 해외 기업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해외기업에 눈독들이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국내에 상장한 해외기업 중 원하는 수준의 밸류에이션 평가를 받고 상장한 기업은 거의 없다는 게 해외기업 IPO를 주관한 증권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상장 국내 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0~15배인데 반해, 해외기업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배 수준이다.
지난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중국식품포장은 당초 200억원 규모의 공모자금을 기대했지만 실제 조달한 자금 규모는 90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밸류에이션이 12배에서 5배로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4월 골드만삭스 계열의 사모투자펀드인 트라이엄프 Ⅱ 인베스트먼트를 대상으로 1000만 달러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해야 했다.
중국식품포장공사는 상장 이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PER는 여전히 5배(지난 9월 실적 기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홍콩에 상장한 동종업체인 CPMC의 PER가 10배 가까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으로 저평가된 셈이다.
이번에 거래소의 상장심사를 통과한 차이나그린피앤피의 PER 역시 4~5배 수준으로, 차이나디스카운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기업가치 및 공모규모 역시 쪼그라들기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계획한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상장 이후의 주가 추이도 공모가 대비 하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모가 대비 50%, 많게는 70% 넘게 하락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은 기업 자체의 문제로도 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상장 이후 외국기업에 대한 기관 및 일반투자자의 인지도 및 관심이 낮은 게 더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국내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의 장점이라고 하면 풍부한 유동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낮은 밸류에이션과 차이나 디스카운트로 인해 그 메리트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 유치를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은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각종 규제들이다. 회계 이슈로 거래정지를 맞은 '중국고섬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홍콩과 비교할 때 국내 증시는 지리적 접근성이나 언어 등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거래소 심사나 상장 규정 등이 점점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짐에 따라 국내 상장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
최근 들어 강화된 규제로는 △내부회계 관리제 도입 △상장 주선 증권사 책임 강화 △상장 후 일정 기간 자회사 매각 방지 등이다. 자회사 매각 방지 등의 조항은 회사의 경영전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내부회계 관리제 등도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반길수만은 없는 규제들이다.
특히 최근 거래소에서 내놓은 전체 공모규모의 10% 주관사 의무 인수는 발행사의 상장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관사에서 공모주를 의무적으로 인수하게 되면 그만큼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높아진 리스크는 수수료로 전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본규모가 크지 않은 증권사의 경우에는 아예 공모규모가 큰 기업의 해외상장은 주관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상장 적격성을 심사하는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라는 이유 때문에 기업 심사와 주관사에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이러한 경향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외국 증시보다 낮은 수준의 밸류에이션과 규제 강화 추세로는 글로벌 100대 기업 상장 유치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 나아가 현재 국내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는 해외 기업의 발길도 끊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기업 IPO를 담당하는 IB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이나 규모가 큰 기업의 경우 IPO나 2차 상장을 고려할 때 거래소의 네임 밸류를 중요시한다"며 "국내 증시의 인지도가 일본이나 홍콩에 비해 낮고 국내 상장에 따른 별다른 인센티브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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