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사 의무화 전 회사채 발행 러시 5조 이상 발행 예상···2월 차환자금까지 마련
조화진 기자공개 2012-01-16 15:27:12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6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제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는데, 이에 기업들이 앞다투어 미리 회사채를 발행하는 분위기…' 모 대형 증권사 IB 담담 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연초부터 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다. 지난 해 말부터 사상 최대 수준의 차환 수요가 몰려 있지만 그것 만으로 연초 발행 러시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월부터 의무화되는 기업실사, 4월부터 의무화될 것으로 보이는 수요예측을 회피하고 싶은 증권사와 기업의 이심전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회사의 기업실사 모범규준'을 제정해 내달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3월 초에는 증권사의 회사채 인수업무 실태를 점검하는 등 발행 절차 정상화를 위한 규제 강화가 이뤄질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를 통한 수요예측 의무는 4월 이전에 도입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현재 실질적으로 수일에 불과한 발행 기간이 최소 2주일 이상 길어질 전망이다.
증권사 기업금융팀 팀장은 "기업들은 금융 감독 당국에서 어떤 규제를 할 경우 즉각적으로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며 "다만 의무화 전까지 발행하려는 기업들이 있어 증권사들은 2월 만기 물량까지 감안해 적극적으로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 1월 발행 금액 5조원 이상될 것
올해 1월 만기 도래 회사채는 4조1672억원이다. 1월13일을 기준으로 3조5172억원이나 발행이 예정돼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 DCM 관계자들은 월말이 되면 만기 도래 회사채 보다 발행 금액이 훨씬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투자자가 많아서 1월 중에 5조원 이상 발행된다 해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연초 발행 러시는 지난해 1월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발행 증가 요인이 금융 위기 당시 주춤했던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 지면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신규 발행이 늘어서였다. 지금까지 발행된 회사채를 보면 대부분 차환 자금이다. 특히 2월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자금 용도로 미리 자금을 조달한다는 기업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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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1월에 발행을 추진하는 이유가 현재 발행 금리 상황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 기업 자금 담당자는 "현재 추진하려는 발행 시장 정상화 방안에서 꼼수를 부릴 여지는 적다"며 "어느 기업이든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 조건만 신경을 쓸 뿐, 기업실사를 피하기 위해 이자 비용을 부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발행 금리 추이를 보면 2011년 말과 비교해 크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B 채권평가사 애널리스트는 "2012년도 상반기 채권 금리는 국고채 3년물 3.30%, 국고채 5년물 3.50%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2011년에 비해 크게 유리한 상황도 아니고, 향후 금리 수준이 오를 것이라고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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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실사, 회사채 발행 러시의 빼 놓을 수 없는 이유
당장 만기가 없지만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놓은 기업도 있다. 동국제강의 경우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의 외화표시채권 발행에 이어 4700억원의 원화채도 발행한다. 이달 들어 조달한 자금만 6400억원이나 된다. 당초 회사 측은 4000억원의 원화채를 발행하기로 하고 입찰을 진행했지만 700억원이나 늘려서 발행했다. 회사 측은 브라질에 있는 신규 투자 자금 및 2월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자금으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신디케이션팀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원화채 발행을 위한 입찰 당시 세번 정도 입찰 결과를 번복하면서까지 발행 금액을 늘렸다"며 "가장 큰 이유는 기업실사 의무화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로 당장 자금 소요가 없지만 발행을 서둘렀다. 아시아나항공은 3월과 4월에 신주인수권부사채, CBO, 공모 원화채 등이 만기 도래한다. 두 달 정도 이자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기업실사의 번거로움을 피하는 게 더 낫다는 회사 측의 판단이 작용했다.
회사채 발행은 2월이지만 1월 중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려는 기업들도 많다. 현대파워텍, 대한항공, 현대상선, SK해운 등은 2월 발행인데도 1월 초중순 입찰을 했거나 할 예정이다. 발행일까지 거의 한 달 정도 시간이 있는데 먼저 입찰을 진행하는 이유는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 기업실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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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 간소화 관행 이어져'
이달 중 진행되는 회사채 발행은 기존의 번개불에 콩 구어먹는 관행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전보다 더 급행으로 진행되는 발행도 있다.
LG실트론, 유니온스틸, 삼성토탈, LG유플러스 등은 증권신고서가 나온지 하루 만에 회사채를 발행했다. 동부메탈의 경우 신용평가사에서 본평가를 공시한 날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신용등급 받기 전에 이미 투자자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금조달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조용히 발행을 처리하고 싶은 발행사의 요구 사항도 반영된 관행이다.
현행 회사채 발행 규정에 따르면 유가증권신고서 제출일과 납입일까지 9일이 소요된다. 발행 14일 전에 신용평가 등급을 확정하고, 9일 전에 총액인수 계약, 8일 전 유가증권신고서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C 기업 자금 담당자는 "회사채 발행 절차 정상화 방안은 지금까지 있어왔지만 지켜지지 않고, 발행사와 증권사 간의 편의에 의해 '관행'을 만들어 유지되어 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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