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고섬 막아라…중국기업 상장심사 '바늘구멍' 한국거래소·금감원, 중국기업 심사역 대폭 강화
정명아 기자공개 2012-02-23 16:17:06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3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최근 전문인력을 대폭 확충하고 중국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를 대폭 강화했다.어렵게 상장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감독당국의 더욱 촘촘해진 그물망을 통과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중국기업이 이 그물망을 뚫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두 지난해 중국 고섬 사태의 후유증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 기업으로는 올해 처음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차이나그린피앤피는 거래소 예심을 통과했지만 신고서가 감독원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국내 상장 계획을 접었다. 이 여파가 국내 상장을 검토해 온 다른 중국기업, 중국기업 유치에 나섰던 국내 증권사에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거래소·금융감독원, 중국 전문가 전진 배치…제2 고섬사태 차단 나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20일부터 상장 심사팀 헤드급 절반 이상을 새로 배치했다. 코스닥 심사 3팀장을 맡아오던 권오현 팀장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심사 1팀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코스닥시장 상장 1팀과 3팀 팀장으로 각각 김남규 팀장과 이성길 팀장이 내부 승진했다.
이들 새 팀장들은 모두 해외기업을 전담하는 코스닥 상장심사 3팀 출신이다. 해외 기업 심사 경력만 3년이 넘을 만큼 풍부한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권오현 팀장은 2010년 중국고섬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시킨 유가증권시장 상장 1팀을 맡아 눈길을 끈다.
거래소 예심을 통과하여 일반공모까지 마쳤던 중국고섬은 지난해 3월 회계 이슈가 발생하면서 상장 정지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의 이번 인사가 중국고섬과 같은 사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국기업 심사 전문가를 유가증권시장 심사팀에 보강해 규모가 큰 외국기업의 코스피 상장 관련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해외기업 전담팀인 코스닥 심사 3팀의 구성원도 새로 충원됐다. 이성길 팀장이 내부 승진하면서 타 심사팀에서 외국기업 심사 경험이 있는 직원 2명을 끌어들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외기업 심사 인력의 전문성은 다양한 기업을 많이 다루며 쌓은 실무 경험에 기반한다"며 "외국기업을 두루 봐온 전문가들이 상당수 영입됐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중국 금융 및 법 분야에 정통한 인력을 보강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금감원 기업공시국 4팀에 중국 박사 학위를 취득한 수석조사역이 투입됐다. 금감원 내 타 부서 소속이었던 이 사람은 중국 정법대에서 학위를 받았고 중국은행법학회 회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어 현지 금융 및 법 계통에 사정이 밝다는 평가다. 금감원 기업공시국에 특정 국가의 전문가가 배치돼 해당 국가의 기업을 전담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역은 중국 기업의 증권 신고서 검토를 전담한다. 업계에서는 전문 조사역이 들어온 이후 금감원에서 중국 기업 증권신고서를 한층 까다롭게 본다는 반응이다. 주관사에 중국어 원문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현지 관련법 조항을 찾아 법적 해석에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집중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계 부분 뿐만 아니라 법적인 리스크까지 꼼꼼하게 살핀다"며 "신고서 작성에 힘이 많이 들어 가게 됐다"고 전했다.
◇ 감독원 "국내 투자자보호 위해 불가피"…업계 "해외 기업 다 놓칠라"
지난해 6월 완리인터내셔널의 상장 이후 중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IPO에 도전했던 차이나그린피앤피도 최근 상장 계획을 접었다. 거래소의 예심까지 거쳤지만 금감원의 신고서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18일 신고서를 철회했다.
기대가 모아진 차이나그린피앤피가 한국행을 포기하자 중국 기업 상장을 준비 중인 다른 증권사들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내 증시에 노크하는 중국 기업 대부분은 일류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고섬처럼 언제 회계 불투명성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심사가 까다로울 경우 중국 기업 입장에서도 국내 증시 상장의 메리트가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에 관심을 표시하던 중국 기업 일부가 이미 깐깐해진 상장심사 때문에 계획 수정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며 "당분간 중국을 포함한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국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절차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국은 회계 등 기업 관련 제도적인 부분이 미국과 완전히 다르고 영어권 전문가가 많은 국내에선 관련 정보에 특히 접근하기 어렵다"며 "국내 상장 하려는 해외 기업 중 중국기업이 상당수인데 투자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중국 전문 조사역이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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