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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원화 회사채 사러 올까 발행절차 개선 + 정보투명성 확대 관건…일부 증권사, 모색중

조화진 기자공개 2012-03-05 07:24:12

이 기사는 2012년 03월 05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원화 회사채 시장에 머지 않아 외국인 투자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제도 개선을 계기로 그동안 정보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원화 회사채 매입을 꺼려왔던 외국인들이 생각을 고쳐 먹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국내 증권사는 이미 원화 회사채 발행을 주선하면서 외국의 기관투자가를 확보할 방법을 찾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주로 국채나 통안채 중심으로 투자해 왔다. 사실상 무위험 채권을 대상으로 환율과 금리와의 괴리를 이용한 차익거래이익을 추구해 왔다. 국내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은 주로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Korean Paper, 이하 한국물) 중심으로 매입해 왔다. 국내 원화 회사채는 철저히 투자대상에서 배제돼 왔는데 △발행절차가 지나치게 간소하고 △발행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유통시장에서 자유로운 매매가 어렵다(유동성 부족)는 이유에서였다.

◇ 외국인 투자자들, 발행 절차만 지켜준다면야 OK!

외국인 투자자들은 원화채 시장에서 대부분 국채나 1년에서 1년6개월 만기 통안채에 투자한다. 은행채를 사기는 하지만 그 외 크레딧물 투자는 거의 없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2010년 5년간 외국인이 투자한 국내 원화채는 총 72조원 가량이다. 이중 70조원이 국채 또는 금융채(통안채 포함)를 사는데 들어갔고 회사채 투자액은 2조원 정도로 미미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역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규모는 총 44조8000억원 가량인데, 그 중 42조원 이상이 국채와 통안채에 대한 것이다. 2조5000억원 가량의 나머지 채권도 대부분 은행채로 보면 틀림없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크레딧물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해외 채권시장에서 발행되는 한국물의 인기가 높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0년까지 5년간 외국인이 사들인 한국물은 무려 55조7500억원으로 전체 국내채권 투자의 43.5%에 이른다. 물론 이중에는 은행과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KT SK텔레콤 현대차 등 국내 우량기업들이 발행한 것도 상당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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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금융투자협회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회사채 시장이 선진화된다면 외국인들이 원화 크레딧물을 사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원화채(국채나 통안채)도 사고 있고 회사채(한국물)도 투자하면서 유독 원화 회사채만 배제하는 것은 국내 회사채 시장의 제도나 풍토 때문으로, 이것만 고쳐진다면 외국인 투자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는 바뀐 제도에서는 투자검토를 충분히 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실사와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면 발행사가 대표주관사를 선정하고 기업실사 후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약 12일 정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시간이 있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회사채에 무관심 했던 이유는 주먹구구식의 발행 절차 때문이었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항상 오버부킹(over booking)이 되는 걸 보면 투자자 관심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몇몇 외국 기관들이 유통되고 있는 국내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 제한 역시 수수료 녹이기 등의 이슈로 항상 '적정성' 문제가 있어서"였다며 "결국 발행 절차 정상화만 되면 해결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 포스코·KT·현대·기아차, 외국인이 투자할 만해

몇몇 증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 증권사 커버리지팀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에게 먼저 크레딧 심사를 받으라고 추천을 하고 있고, 투자자들에게 달라진 발행 절차를 알려 수요예측에 참여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만한 발행사들의 조건으로 △국제신용등급 유무 △외국인 주식 투자 여부 △해외채권(Korean Paper) 발행 여부 등을 꼽았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들은 포스코, KT,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뿐이다. 이 기업들은 무디스, S&P, 피치 세 곳의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투자 지분율을 보면 2월29일을 기준으로 포스코는 50.26%, KT는 48.71%, 현대자동차는 43.39%, 기아자동차 29.51%다. 연내 만기 도래하는 발행 잔액을 보면 KT가 6800억원으로 가장 많다. 그 외 포스코 5000억원, 기아자동차 4900억원, 현대자동차 4000억원 등이 올해 회사채가 만기 도래한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주식 투자를 할 때도 기업에 대한 분석은 하는만큼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할 정도로 익숙한 기업이라면 크레딧 투자 결정이 어렵진 않을 것 같다"며 "특히 해외채권(Korean Paper) 발행을 했다면 어느 정도 투자자 층이 확보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네 개 기업들이 해외채권을 발행할 때 외국인 투자자 분포를 보면 미국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아시아, 유럽 순이라고 알려졌다. 포스코나 KT는 등급전망이 '부정적'이지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긍정적'이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연내 국내 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대감이 높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메리트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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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도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발행제도 정착 전에는 큰 폭 확대 어려워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투자자가 수요예측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국공채 대비 투자 메리트 여부 △원화강세 기대 △국내 기업 크레딧 분석 선행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안정성 있으면서 금리가 높은 상품이라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다행인 것은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라 자금 유입은 잘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화강세에 대한 기대는 외국인 투자가에게 당근이 될 수 있다. 김종우 대우증권 부장은 "딤섬본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위안화절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며 "국내 기업의 크레딧물 또한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전했다.

단기적으로도 원화가 강세를 보일 배경이 마련돼 있어 4월 수요예측 의무화와 함께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김기백 외환은행 글로벌마켓부 외환운용팀장은 "유로존 위기가 해결되고, 미국과 중국이 경기 부양을 하는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의 유가 급등 등의 이슈가 있지만 일시적인 변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또한 국내 중공업 기업체들을 중심으로 네고 물량이 나와 원화강세가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발행 절차 정상화가 정착되기 전에는 외국인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기존에 크레딧 투자가들이 있는 발행사들이거나 발전자회사처럼 안정성이 높은 곳들이라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공채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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