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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 의무, 벌써부터 피해갈 준비를… <8>일괄신고발행·증권사 간 파킹 등 또 다른 관행 등장 예상

조화진 기자공개 2012-02-15 18:20:42

[편집자주]

2012년, 회사채 발행시장에 큰 변화가 예고됐다.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제도개선이 본격 시행된다. 사실상 무늬에 그쳤던 대표주관사의 수요예측과 기업실사가 의무화된다. 이로 인해 관행으로 굳어졌던 수수료녹이기나 바터(barter) 등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도입되는 발행절차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머니투데이 더벨이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2년 02월 15일 1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는 4월부터 회사채를 발행할 때 주관사의 수요예측이 의무화되지만 벌써부터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금융회사와 일부 공기업만이 하던 일괄신고 발행을 검토하는가 하면 몇몇 증권사들은 기관투자가 혹은 증권사 간 거래를 위해 물밑 작업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이란 무보증사채를 공모함에 있어 공모 금리를 결정하기 위해 대표주관회사가 공모예정기업의 공모희망금리를 제시하고 매입희망 가격, 금리 및 물량 등의 수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사전매출로 발행금리와 수량 등의 발행 조건이 미리 결정됐다.

금리 또한 시장수급이 아니라 발행회사에 의해 미리 결정돼 발행금리와 유통금리 간 차이가 크다. 2011년 한해 동안 발행된 회사채들의 추이를 보면 발행 금리와 매출 금리의 차이가 1~32bp까지 차이가 난다. 발행 금리와 최초 매출 금리의 차이가 수수료 녹이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금리 차이가 나는 대부분의 경우 수수료 녹이기가 된 것들이다.

수요예측은 공정한 시장 가격으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수수료 녹이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발행절차 제도 개선이지만 초기 정착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A증권사 DCM 관계자는 "수요예측이 시행된다해도 수수료를 제대로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발행사를 만족시키기기 위해 수수료 녹이기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 녹이기 이외 관행이 생겨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발행사 중심 수요예측, 당분간 이어질 것

오는 4월1일부터는 수요예측 의무화에 따라 희망 금리와 발행 규모를 제시할 때 최저 금리와 최고 금리의 범위 중간에서 금리 밴드(Band)를 제시하게 된다. 결국 과도하게 낮은 금리로 응찰하지 못하게 돼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오래된 수수료 녹이기 관행으로 발행사와 투자자의 금리에 대한 인식차이가 크다는 게 현실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발행사는 낮은 금리에 발행하고, 투자자는 높은 금리에 투자하면서 그 차이를 증권사가 부담해 왔다. 수수료 녹이기를 하지 않으면 발행사는 지금보다 높은 금리에 발행하고 투자자는 지금보다 낮은 금리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쉽게 받아들일 리가 없다. 증권사 DCM 관계자들은 그 차이를 단기간에 좁힐 방안이 없다고 보고 있다.

2011년 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발행된 일반회사채(SB)를 보면 발행금리와 최초 매출금리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연합자산관리의 경우 지난해 3월14일 발행했던 3-1회차 회사채의 매출 금리는 발행 금리와 최소 10bp에서 최대 32bp나 높다. 인수수수료는 10%인데 증권사들이 아예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고 매출한 셈이다. 신세계125회차(2011년 12월29일 발행), LG CNS 3회차(2011년 3월4일 발행)등의 매출 금리도 발행 금리와 최대 20bp 정도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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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출 금리와 발행 금리의 차이가 전부 수수료 녹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통되는 채권이 발행 금리 보다 높은 금리로 거래되는 경우는 수수료 녹이기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또한 건설·조선·해운처럼 리스크가 높은 산업과 리테일 채권 물량에 대해서는 수수료 녹이기가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AA급 채권들 모두, A급 중 일부 채권은 수수료 녹이기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수수료 녹이기는 굳어진 관행인 실정이다. 증권사 채권영업팀 관계자는 "AA등급의 경우 증권사 RP 운용북(Book)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고 기관 매출은 96% 이상 수수료 녹이기가 맞다"고 말했다.

B 증권사 DCM 관계자는 "발행사들이 먼저 발행 규모와 원하는 금리를 제시하고 대표주관사를 통해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인수사를 꾸려서 발행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채 발행 시장 정상화 방안의 과도기라서 당분간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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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일괄신고 발행, "하고 싶어도 못해"

수요예측을 피할 방법으로 일괄신고 발행이 가장 유력하다고 꼽힌다. 수요예측의 예외사항으로 법 시행령 제 121조에 따라 일괄신고서 방식으로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일괄신고 발행은 1년 이내에 발행할 금액을 한 번에 신고하고 3회 이상으로 나눠 신고한 금액의 80% 이상만 발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발행이 잦은 은행과 여신전문업체들이나 몇몇 공사들이 일괄신고 발행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일괄신고 발행을 할 만한 기업들을 구분하고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몇몇 증권사들은 일괄신고 발행이 리그테이블 순위 집계에 포함이 되는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 일괄신고 발행을 할 경우 수요예측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 발행사들이 원하는대로 일괄신고로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면서도 리그테이블 실적을 고려해야 하는 게 증권사들의 입장이다.

일괄신고 발행이 유력하다고 꼽히는 기업은 발행 규모가 일정 부분 유지되면서, 발행 건수가 3회 이상인 곳들이다. 또한 증권사 DCM팀 관계자들은 수수료 녹이기 규모가 클 수록 일괄신고 발행 검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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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발행에 나설 수 있는 기업들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지금도 일반 기업들이 일괄신고 발행을 할 수 있지만 △자금 조달 전략 노출 △발행 규모 제한 △일괄신고 발행의 강제성 등으로 실제 발행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C 기업 자금 담당자는 "회사가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는 경우는 대규모 투자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경우다"며 "갑자기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거나,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 리스크가 커질 것 같을 경우 선제적인 발행도 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는 불필요한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 발행 규모가 정해지는 게 가장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괄신고 발행은 법령이라서 강제성이 있어서 쉽게 발행을 검토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기업들의 일괄신고 발행이 갑자기 늘어난다면 창구지도를 하겠지만 당장 규제할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 예측 가능한 '새로운' 관행들…음행적 거래 활발해 질까 우려

수요예측이 시행될 경우 증권사들의 실적을 가르는 기준은 기관투자가 확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D 증권사 DCM팀 고위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한다고 해서 대표주관 수수료를 받고, 수수료를 녹이지 않으리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하는 음행적인 영업이 더 성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기관투자가들이 원하는 금리로 주기로 하고 매출 당일은 발행 금리로 넘기지만 나중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금리를 맞춰주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거래가 가능하려면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의 돈독한 관계는 필수다.

특히 리테일에서 인기 없는 AA급 채권의 경우 기관투자가들을 수요로 확보해야 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관투자자의 요구에 맞춰줄 수 밖에 없어 이 같은 관행이 당분간 나타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관계가 좋은 증권사들 간의 거래도 예상되고 있다. 수요예측이 시행되면 발행 당일 금리는 수요예측 결과에 의해 정해진 것과 같아야 한다. 그래서 대표주관사거나 인수사인 증권사들은 우선 한 증권사에 넘겼다가 다시 수수료를 녹여 기관에 파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소위 파킹(Parking)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E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먼저 인수수수료가 얼마냐고 물어서 수수료 녹이기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며 "개별 민평 수준에서 매매했다가 나중에 보전해 주는 식으로 기관투자가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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