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현대위아, 위안화채권 발행 '안 풀리네' 투자자 제한적·메리트↓···대출 선회 가능성도 있어
조화진 기자공개 2012-04-10 10:40:24
이 기사는 2012년 04월 10일 10: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랜드와 현대위아 중국법인의 위안화표시 채권 발행이 늦어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달 이미 발행이 완료됐어야 하지만 최근 시장 상황 악화와 까다로운 절차 등으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최근 중국 본토 채권시장은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줄어들고 중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되면서 투자열기가 다소 식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전략적인 육성과 외국인 적격기관투자가(QFII) 유입 등으로 급성장하던 추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랜드와 현대위아 등이 채권 발행을 철회하고 은행 대출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 지난해 중국 내 회사채 발행 사상 최대 기록…올해는 '부정적'
중국 회사채 시장은 지난 2006년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2001년 말 기준 147억위안에 불과하던 발행 규모가 2011년 2조3103억위안까지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나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위안화의 세계 기축통화 선정 관련 노력의 일환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 선정에도 적극적이었다. 위안화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들을 확대함으로서, 발행시장 규모 확대를 도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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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지법인의 위안화채권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발행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이유는 △본사에 대한 자금 조달 의존도 낮추기 △현지 자금 시장을 활용해 중국 내에서의 인지도 굳히기 △이자 비용 낮추기 등 때문이다.
가장 발행에 먼저 나선 것은 이랜드의 상하이 법인인 이녠패션무역유한공사다. 회사는 3년 만기 5억위안(약900억원)의 회사채를 3월 초에 발행할 예정이었다. 현대위아의 옌진법인도 이녠패션무역유한공사가 발행하고 나면 3년 만기 6억위안(약1066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모두 중신증권(CITIC)이 발행주관사를, 하나대투증권(북경 사무소)이 발행자문사를 맡았다. 중국 신용평가사는 두 회사의 신용등급을 AA로 부여했다.
두 회사는 올해 초 중국 은행간시장거래상협회에 신고서를 제출했고 심사도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이랜드나 현대위아의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발행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기업 자금담당자는 "국내 기업들의 위안화채권 발행 추진이 잘 되고 있고 중국 현지 사정으로 발행이 연기되는 것일 뿐이다"며 "중국 법인이 합작 회사일 경우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일정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을 놓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 국제 경제전망 불확실·절상 폭 1% 불과해 투자 메리트↓
회사측의 설명과 달리 현재 위안화 채권시장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위안화 강세가 한 풀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열기가 식었다는 것이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채권 시장의 활황은 위안화 절상에 따른 투자 메리트가 견인했는데 올해는 절상 폭이 1%에 불과하고, 채권 수익률은 낮아 자연스럽게 투자가 줄었다"며 "위안화채권의 수익률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랜드나 현대위아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위안화채권 발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위안화채권 투자자들이 제한적인 것도 발행 성사를 방해하는 요인이다. 중국 본토는 외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및 자금 유입에 대해 여전히 개방적이지 않다. 자유롭게 중국 시장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QFII)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 정도에 불과하고, 규모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의 0.1~1% 정도일 뿐이다.
위안화 채권의 주요 투자자는 중국 은행들인데, 이들의 자금 운용도 예전에 비해 타이트한 상황이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위안화 베이스로 발행하면 중국 계 금융기관이 들어가는데 과거처럼 통화정책이 완화되지 않아서 채권 투자 수요가 줄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마켓 상황을 볼 때 은행대출이나, 신탁회사 채출 등이 더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위안화채권 대신 대출 선회 가능성 有
이랜드나 현대위아는 어느 정도 사업 규모 확장이 되어서 위안화 조달 수요가 크다. 첫 발행이라 1000억원 미만 수준이지만, 운영자금을 중국 현지에서 조달한다면 대규모 발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중국 현지 법인이 많이 있지만 이 두 회사가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내 인지도가 높고, 그만큼 발행 성사 가능성이 높아서 였다.
그러나 중국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높은데다 발행절차가 늘어지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사 글로벌파이낸스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의 위안화 조달 니즈(needs)는 많았지만 발행을 추진하는 데만 2~3개월이 걸리고, 그 사이 위안화채권 발행 시장이 위축되면서 금리 메리트가 줄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랜드와 현대위아가 발행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DCM 고위 관계자는 "해외채는 시장에 따라 금리 급격하게 변하고, 프라이싱이 발행 직전까지 진행이 되니까 유동적이다"며 "발행사가 계획을 했다가도 쉽게 철회를 할 수 있고, 위안화채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채권 시장이 메리트를 잃으면서 은행 두출로 선회할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전망도 있다. 윤항진 연구위원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유휴자산)을 이용해 채권발행 금리 보다 더 낮게 기업대출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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