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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비율 2:8에 담긴 뜻, '자본확충' 딜레마 존속회사 초기 자본금 적어 확장에 불리, 공개매수도 부담

문병선 기자공개 2012-05-03 16:02:26

이 기사는 2012년 05월 03일 16: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의 기업 분할 작업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분할비율이다. '존속회사(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 신설회사(한국타이어)'의 자본(단순 자본총액) 분할 비율은 '0.20 대 0.80' 이다. 다른 기업의 분할 사례와 비교할 때 존속회사에 귀속될 자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같은 시기에 기업 분할을 발표한 애경유화의 경우 자본 분할 비율은 '존속회사(AK홀딩스) 대 신설회사(애경유화)'가 '0.65 대 0.35'다. 2007년 지주회사 CJ와 사업자회사 CJ제일제당으로 분할한 CJ그룹의 경우 이 분할 비율은 '0.63 대 0.37'이었다.

자본분할 사례들

분할 비율이 회사마다 다른 이유는 자산 구성의 차이 때문이다. CJ나 AK홀딩스는 제일제당과 애경유화의 관련 사업 자산을 빼고도 존속회사가 가져 갈 관계기업 자산이 많았다. 그래서 자본 비중도 초기에 크게 가져갈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반면 타이어에 특화된 전문 기업이어서 타이어 관련 자산을 빼면 투자사업을 담당할 존속회사가 가져갈 관계기업 자산이 많지않아 이런 차이가 난다.

문제는 분할 이후다. 추후 20%의 자본을 떼어 가져가는 회사가 본인의 덩치보다 자본이 4배나 더 많은 사업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지의 고민이 대두된다. 여기에다가 진정한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측의 바람대로 '비타이어' 업종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야 하는데, 그 자본을 어디에서 끌어와야 하는지의 문제까지도 대두될 수 있다.

◇대규모 공개매수 불가피, 최소 2조원대 관측

이런 관점에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상된다. 이 유상증자는 지주회사로 전환한 다른 기업들도 치러야 했던 비용이다. 기업 분할과 자회사 주식 공개매수, 그리고 주식 스와프(Swap)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한국타이어 주주들에게 대가를 지급하기 위해 발행해야 하는 증자다.

초기 기업 분할 비율을 기초로 대략 예상해 볼 수 있는 증자 규모는 최소 2조여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분할로 존속하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자본규모는 5700억원대이고, 분할로 신설되는 한국타이어의 자본규모는 2조3000억원대다. 다른 기업들의 분할 사례처럼 대략 레버리지를 1대1로 보면 그 차액만큼 증자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계산은 최소의 예측이다. 한국타이어 대주주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국타이어 지분은 현재 5500여만주다. 주가 4만7000원을 가정할 때 이들의 주식 가치는 2조6000억여원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공개매수에 참여하면 일반 참여 주주분을 더해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그 대가로 2조원을 훨씬 뛰어 넘는, 더 많은 주식을 발행해 현물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한국타이어측은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증자에 따르는 대가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금 유입이 없는 현물 출자 방식의 이런 증자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공고히할 수 있는 반면 지주회사 자체의 자본 여력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갖고 있다.

또 비타이어 업종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때 누구로부터 자금을 조달할지의 문제도 빈번하게 불거지게 된다. 대주주 오너 일가는 지주회사의 대부분의 자본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주회사가 자금이 필요할 땐 현금 확보에 애를 먹을 수도 있다. 대주주 일가를 제외하고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일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될 수 있다.

◇자본확충 위해 자본거래 잇따를수도, 묘안 고심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타이어측은 이번 기업 분할 이후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식에 대해 구체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종오 전무(기획재정부문장)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다른 기업들의 전례에 따를 가능성이 많지만 아직 어떤 방식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주가의 흐름이나 시기 등을 봐 가며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타이어는 다른 그룹의 전례를 따르지 않고 이들과 다른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묘안을 갖고 있는 것일까. LG그룹의 경우 LG전자를 LGEI와 LG전자로 분할했고, LG화학을 LGCI와 LG화학 등으로 분할했었다. 이후 LGEI와 LGCI를 합병하는 형태로 지금의 지주회사 LG를 만들었다. LGEI의 경우 한국타이어와 비슷하게 자본의 분할 비율이 3 대 7 정도였다. 투자사업을 담당할 회사의 자본이 적었던지 이후 거래는 이를 보완하는 방향의 다른 솔루션들이 만들어진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보는 편이 맞다"며 "추후 시장 상황과 한국타이어그룹측의 M&A 등의 상황에 따라 여건이 다르게 변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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