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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하이마트 인수 의지는 얼마나 삼성생명 주식 현금화 사실상 불가능…롯데 견제용 카드 유지 해석

박준식 기자공개 2012-05-10 17:25:23

이 기사는 2012년 05월 10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 그룹이 전자랜드와 하이마트 등 매물로 나온 대형 가전양판점 두곳을 동시에 인수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시장이 해석이 분분하다. 성격이 비슷한 두 매물을 모두 인수할 지 혹은 둘 중 하나만 하려는 건지, 그외 다른 노림수는 없는지 시각들이 각각이다.

그룹 내부에서 실무를 주도하는 허인철 사장(CFO)은 전자랜드 인수와 관련한 내부 정보가 노출되자 둘 다 관심이 있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내보였다. 전자랜드를 인수하더라도 하이마트를 포기하는 전략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신세계 역시 기존 롯데그룹처럼 두 매물을 모두 인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제는 신세계가 자신들이 공표한 것처럼 둘 다 인수할 여력과 진의가 있느냐에 집중된다. 이에 대한 판단은 이 그룹이 의지를 나타낸 이후 보인 행태를 보면 직·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룹은 전자랜드 인수 전략이 노출된 이후 조회공시가 들어오자 신세계와 이마트를 분리해 지난 8일 각각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신세계는 전자랜드 인수검토가 사실무근이라고 했고, 이마트는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시인했다. 하루 전까지 신세계 소속 실무 책임자(CFO)가 의지를 보였지만 개별적으로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답변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도 있었지만 각각이 주가에 민감한 상장사라는 걸 감안하면 개별 재무적 여력이 다르기에 내놓은 불가피한 결과로 해석된다. 현금 여력이 부족한 신세계는 관련 주주들에게 무리한 자금이 필요한 M&A 계획이 없다는 점을 피력하고, 실제 전략 수행은 상황이 나은 이마트가 맡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실제 신세계는 하이마트와 같이 조단위 자금이 필요한 M&A를 수행할 여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한 신세계의 현금성 자산은 779억 원, 여기에 현금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자산(657억 원)과 유동자산(250억 원)을 포함해도 2000억 원이 안된다. 여기에 금융권 차입 여력을 감안하더라도 먼저 확정된 투자 계획들을 감안하면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메가 딜을 위해 보유 유가증권인 삼성생명보험 지분(7.4%)을 매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상장 증권인 이 지분의 시장 가치는 현재 1조4000억 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삼성생명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장 여건이나 보유 규모 면을 감안할 때 지분을 유동화하는 방안이 간단하지 않을 뿐더러, 인수 프리미엄이 높거나 시너지가 불확실한 M&A를 위해 이를 희생하는데 대한 내부 반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너가 2세 경영인인 정용진 부회장은 하이마트 인수 의지가 높고 중요한 M&A를 위해서는 삼성생명 지분을 팔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요 의사 결정권자인 이명희, 구학서 회장이나 내부 실무진의 생각은 훨씬 보수적이다. 삼성생명 지분을 팔 사인이냐를 판단하는데 1차적인 걸림돌이 있고 2차적으로 삼성생명 경영권을 보유한 삼성그룹과 의견 조율을 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삼성생명의 주가 관리와 경영권 지분 유지에 관해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삼성가 내부에서 이맹희 씨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 및 감정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씨는 과거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의 반환을 위해 소송을 걸었고 삼성그룹은 이에 대한 대응책에 골몰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자칫 삼성생명 경영권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는 선택을 쉽게 할리가 만무하다는 결론이다. CJ그룹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생명 주식을 편의적으로 유동화 했지만 신세계그룹이 비슷한 방식을 답습하리라고 볼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M&A가 아니더라도 2조 원에 가까운 투자계획을 갖고 있다. ‘경기 북부 유일의 백화점'을 내세우며 총 투자비 3700억 원을 들여 지은 의정부점이 지난달 오픈했다. 올 하반기 증축·리뉴얼 공사가 마무리 되는 경기점에도 상당한 투자비가 집행된다. 대전, 하남 유니온스퀘어을 비롯해 동대구 복합환승센터와 인천 청라지구, 안성 쌍용차 부지 등의 복합쇼핑몰 사업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다.

신세계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전자제품 양판점 M&A에 대한 전략은 인수 비용이 2000억 원 안팎인 전자랜드로 결론이 났다는 귀띔을 주고 있다. 롯데에 대한 라이벌 감정이 작지 않지만, 하이마트와 같은 조 단위 거래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하이마트 인수를 실무선에서 놓지 않고 있는 또다른 배경에는 롯데와 경쟁 구도를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의 인수가격을 높이거나, 만에 하나 적은 확률로 찾아올 합리적인 인수가격 제안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는 지난 2011년 킴스클럽마트 인수전에서 롯데와 막판까자 경쟁을 벌였던 것을 비롯,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기업 리테일 기업 인수 딜에서 수차례 대결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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