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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상속소송 법리 쟁점은? 첫 공판 일주일 앞으로..'상속재산' 여부 가리는 게 우선 쟁점

문병선 기자공개 2012-05-23 15:57:29

이 기사는 2012년 05월 23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가 상속소송의 첫 공판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소송의 결과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다양한 쟁점이 제기될 수 있고 전혀 뜻밖의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단위 상속 싸움이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대략 현재까지 쟁점은 3가지로 요약된다. 과거 다른 상속소송의 전례와 비슷한 쟁점이 많지만 이번 소송에서만 유독 부각 될 수 있는 새로운 법리 쟁점도 존재한다.

◇이맹희씨 인도 요구하는 주식, 과연 상속재산인가?

이번 소송의 쟁점 중 하나는 소송의 원고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81,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부친)과 이숙희씨(77, 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가 인도를 요구하는 주식이 과연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유산으로 남긴 상속재산인지 여부다. 상속 재산이 아닐 경우 소송의 원인이 무효화 되는 사안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측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이맹희씨가 인도를 요구하는 주식은 상속재산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은 없고 현재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는 주식은 이건희 회장이 별도로 차명으로 보유하던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반의 상식과 다소 다른 주장이다. 일반에는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결과 이병철 전 회장이 생전에 제3자명의로 삼성생명 주식과 삼성전자 주식을 명의 신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는 그해 12월경 이 주식을 단독 실명전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12월경 실명전환했던 주식이 직접 차명으로 사 모아 관리하던 주식인지, 이병철 회장의 명의신탁 주식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은 면이 있다. 이건희 회장측 주장대로 선대 회장의 상속 재산을 모두 처리하고 그 처리 대금으로 이건희 회장이 다시 주식을 사서 관리했고 이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했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의 입증 책임은 원고측에 있다. 원고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미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관련 '계좌 추적 및 차명재산 관리 및 처분에 관한 자료' 등의 증거조사를 재판부에 신청한 바 있다. 고 이병철 회장 타계 후 제3자 명의로 관리되던 주식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들 주식과 관련된 제반 돈의 유출입을 정확히 따지려는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과 이숙희씨가 인도를 요구한 주식이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결론나면 이번 소송은 의외로 싱겁게 끝나게 된다. 특검 사실과 이건희 회장측 주장에 차이가 있어 삼성 비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진다 해도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미 이건희 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산을 독단적으로 처분했으므로 유산 다툼 문제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범주로 성격이 바뀐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는 10년이고 이 기간은 지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치밀하게 법리를 다듬고 있을 이건희 회장측 소송대리인단이 이를 모를 리 없다"며 "특검 결과와 이번 소송에서 드러날 새로운 사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법리를 전개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상속재산일 경우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의 도과 여부

그러나 상속재산임이 판명났다면 소송은 이어진다. 여기서 쟁점은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는가 여부다. 제척기간이란 소멸시효와 비슷한 것으로, 상속권의 침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내에,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청구권이 행사되어야 한다는 제한 기간을 말한다. 피고측은 "유산 분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원고측은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속 소송에서 이 문제는 빈번하게 등장하는 쟁점이다. 침해 행위가 있었던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주장이 있어 쉽게 결론내릴 사안이 아니다. 이병철 전 회장이 타계하고 이건희 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됐던 25년 전인지, 특검 수사 결과 차명 주식이 드러나고 해당 주식이 실명으로 전환됐던 2008년말인지, 실명전환이 실제 공시됐던 2009년 2월인지 애매하다.

법원은 직권으로 이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공동상속인이 침해 행위를 알게 된 시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특검 수사 결과 차명 주식이 드러난 2008년초에 이맹희 전 회장이 상속재산에 대해 알게 됐는지, 이건희 회장측이 이맹희 전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분할 관련 소명 문서'를 요구했던 2011년 중순에야 비로소 알게됐는지 여러 논란이 있다. 전자라면 도과 기간이 지났고, 후자라면 아직 지나지 않았다.

법조계 의견을 종합하면 원고측은 "선대회장의 차명 주식은 참칭상속인(이건희) 한 사람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가 2009년초 이건희 및 삼성에버랜드 명의로 실명전환되면서 이 시점에 다른 공동상속인의 권리에 침해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원고측 주장은 한마디로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고 그래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 된다.

◇부동산 상속 다툼과 달리 '주식' 상속 소송 판례 부족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기존 상속소송과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도 예상한다. 과거 상속 소송의 목적물 대부분은 부동산이었고 이번처럼 주식인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상속 소송의 판례를 곧바로 주식 상속 소송에 원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또 다른 쟁점이다.

대형 로펌 한 변호사는 "부동산은 등기를 하니까 침해 행위 등이 확실히 드러나지만 주식의 경우 애매하다"며 "주식은 배당이 눈에 띄는데 배당을 받았을 때가 다른 상속인의 권리를 침해한 것인지 아니면 주식 명의를 바꾸었을 때가 침해한 것인지 확실치 않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로펌 변호사는 "배당은 수동적으로 받기만 한 것이어서 다를 수 있고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했는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며 "그만큼 주식의 경우 기준 설정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이 배당을 수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소유의 의사를 나타낸 시점이 침해의 시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변호사마다 시각에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이번 소송에서는 의외의 쟁점이 불거질 수 있어 보인다. 대형 로펌 다른 변호사는 "예컨대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언장이나 이와 유사한 다른 증거가 제출될 가능성 등 이번 소송에서는 재밌는 주장이 많이 나올 듯하다"며 "1심 재판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첫 공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원고측은 법무법인 화우가 대리를 맡고 있다. 피고측은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태평양 등 3개 로펌이 대리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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