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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삼성그룹 지배구조 재구성해보니… '기명주식'만으론 이건희 지배력 한계..경영승계엔 '차명주식' 포함 가능성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01 16:19:0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1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자녀들에게 공식적으로 상속한 재산에는 '차명주식'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일단 파악된다. 그 당시 언론 보도 내용에 따르면 국세청에서 파악한 이병철의 상속주식 규모(약 165억원)와 피상속인 일부가 1989년 공개 명의개서한 피상속주식 규모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차명주식의 존재가 2008년~2010년에야 비로소 세상에 알려진 것만 봐도, 1987년~1989년 시점의 차명주식은 공식 상속재산에 포함됐을리 만무하다.

이러한 사실은 이번 상속소송을 제기한 원고측(이맹희씨 등)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정황 증거다. 선대 회장의 타계 직후 상속재산으로 신고하지 않았으니 "(차명주식의) 존재사실을 알 턱이 없다"고 주장할만한 타당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선대 회장의 숨겨진 '차명주식'은 남은 자녀들(이맹희씨 등)의 '공동유산'일까.

현실적 관점에서 차명주식의 관리는 '이건희'가 맡아 왔는데, 이건희는 선대 회장 타계 이전 약 10여년간 경영권 승계 작업을 받은 인물이다. 그 10여년간 이병철은 공개 석상에서 여러번 "삼성그룹을 이건희가 맡을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리고 그는 후속 대책으로 삼성그룹 지배력 장악을 위한 계열사 지분을 지속적으로 이건희에게 이양하고 있었다. '차명주식'의 '관리권' 역시 함께 이건희에게 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차명주식은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삼성그룹 지배를 위해 단독 상속한 재산"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양측의 주장은 이처럼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차명주식'은 누구에게 남겨진 것일까. 이건희에게 단독상속된 은닉 재산인가. 아니면 이건희가 관리를 하던 이병철의 숨겨진 공동유산인가.

◇1987년 삼성그룹 지배구조

해답의 준거 기준은 1987년 당시 이건희의 삼성그룹 장악력에 모아진다. 이병철 타계 시점(1987년 11월)이다. 이병철은 이건희에게 삼성그룹의 지배적 권력을 넘겨주려 했는데, 여기에 과연 '차명주식'이 포괄적으로 포함되는 지 여부가 문제를 푸는 열쇠다. 공식적인 유언이나 유서는 전해진 바 없어 이병철의 당시 의중이 중요한데, 이는 그 당시 지배구조에서 이건희의 삼성그룹 장악력 크기에 따라 해석이 달리될 수 있다.

만일 '차명주식'이 없었어도 이건희의 지배력이 공고했다면 '경영권 승계'의 의미엔 '차명주식'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구태여 차명주식을 안넘기더라도 이건희로 경영권이 이미 넘어가 있는 상황이므로 '차명주식'은 이건희로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별도의 상속재산인 것이다. 이는 '공동유산'이라고 단언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 주장이다.

반면 이건희의 지배력이 허약했다면 '차명주식'없이는 삼성그룹 지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병철은 차명주식 마저도 이건희에게 포괄적으로 승계하려 했을 것이다. 이는 차명주식이 이건희에게 단독 상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번 소송의 피고측 주장이다.

삼성그룹 지분구조(1987, 최종)

삼성그룹의 1987년 당시 지배구조는 공식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주주현황이 비치돼 있을 수 있으나 문서 보존 연한이 대부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을 통해 재구성해볼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삼성그룹은 이병철 타계 시점 총 37개 계열사를 가진, 연 매출 14조원의 국내 최대 기업이었다. 현대그룹과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지배구조는 CJ그룹, 신세계그룹, 한솔그룹, 새한그룹 등이 계열분리 돼 나가기 전이어서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를 보면 이병철은 이건희로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작고 이전까지 자녀들에게 지분을 여러번 나누어 배려해 줬음을 알 수 있다. 전주제지(한솔제지)의 경우 장녀인 이인희에게, 안국화재(삼성화재)를 손복남(장남 이맹희의 부인)에게, 제일합섬(새한, 現웅진케미칼)을 차남 이창희에게, 신세계를 5녀 이명희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당시 언론은 기술하고 있다.

이건희의 경우 1970년대 후반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거나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이건희는 그 당시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인 동방생명(삼성생명), 제일제당(CJ제일제당),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점은 대주주로 올라섰고, 삼성그룹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이건희는 핵심 계열사(중앙개발, 동방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지분을 유독 적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3.3%에 불과하고 삼성물산 지분율은 4.46%에 불과했다. 동방생명의 경우 1987년 지분율은 알려져 있지 않고 1989년 이건희의 지분율이 10%였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이러한 지분율은 공식적으로 주주명부를 통해 확인된 지분율이 아니어서 '팩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1987년에도 차명주식 없인 이건희의 삼성그룹 지배력 한계

다만 이 지분율이 맞다고 가정할 경우 이렇게 낮은 지분율로도 이건희가 그룹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 지 의문이 남는다. 20여년이 지난 2008년 특검 이후에 드러난 사실이지만 이건희는 '이병철의 차명주식'으로 당시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을 장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소송과 관련 유추되는 시사점은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관리하던 이병철의 '차명주식(동방생명 지분, 삼성전자 지분)'이 없었다면 이건희의 그룹 지배력이 뚝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병철은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여러번 밝혔고, 실제 그 작업을 진행했는데, 그의 '경영권 승계' 발언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권, 즉 차명주식을 포함한 그룹 지배권을 넘긴다는 의미가 내포됐다는 것이다.

물론 반발의 여지는 있다. 그 당시엔 여러 기관투자가들이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은행도 가지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및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10% 가량인데, 이 지분율로도 기관투자가의 도움을 받아 얼마든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동방생명이 국내 일부 시중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던 시대가 1987년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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