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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금융지주 증권신고서, Copy & Paste? 황당한 실수 투성이…대표주관사 하나대투, 현대백화점 신고서 베껴

황철 기자공개 2012-06-01 17:33:04

이 기사는 2012년 06월 01일 1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BS금융지주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가 황당한 실수로 가득 차 빈축을 하고 있다. 신고서 내용이 첨부된 인수계약서와 배치되는가 하면, 인수단도 아닌 신한금융투자가 공동대표주관사로 버젓이 올라 있다.

대표주관사 자격으로 신고서를 제출한 하나대투증권은 이번 발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신한금융투자가 등록사무를 맡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 같은 오류는 지난달 발행된 현대백화점 회사채를 하나대투증권이 대표주관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 대표주관 당시 작성한 인수계약서와 증권신고서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Copy & Paste)한 흔적이 역력하다. 신한금융투자는 현대백화점 회사채의 공동대표주관사이고 등록사무를 맡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BS금융지주의 증권신고서 오류는 단순한 실수라기 보다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사의 주선업무가 얼마나 허술하고 형식적으로 진행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채 발행절차 제도를 개선하면서 기업실사와 수요예측 등 대표주관사의 역할을 강화했지만, 실제 발행과정에서는 증권사들이 감독당국과 투자자를 눈속임하며 흉내내기에 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지적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올해 초 더벨이 조사해 발표한 '2011년 주관사 능력 평가'에서 10대 IB 중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 전혀 관련 없는 신한금융투자를 버젓이 '공동대표주관사'로

하나대투증권은 BS금융지주 증권신고서에서 수요예측 이후 배정액이 발행액에 미달할 경우 기관·전문투자자에게만 추가 청약의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입찰에서 미달이 되더라도 리테일투자자에게는 추가 청약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신고서 내용과 달리 인수계약서에는 "배정 금액의 총합계가 최종 발행금액에 미달하는 경우 기관·전문투자자 및 일반투자자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인수단과 발행기업이 서로 합의해 작성하고 확인까지 한 인수계약서가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류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오류가 발생한 부분이 회사채 발행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투자자모집'에 관한 것으로 대표주관사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업무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리테일투자자를 통해 남은 물량을 소화할 여지를 대표주관사 스스로 봉쇄한 셈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또 회사채를 증권예탁원에 등록하는 업무를 엉뚱하게도 신한금융투자에 위임한다고 신고서에 적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BS금융지주의 회사채 발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증권사다.

하나대투증권은 증권신고서에서 "일괄등록 청구내용의 통보와 관련한 사항은 본 인수계약서 제15조 2항에 따라 공동대표주관회사인 신한금융투자 주식회사에게 위임한다"고 적었다. 반면 인수계약서에는 "일괄등록 청구내용의 통보와 관련한 사항은 본 인수계약서 제15조 2항에 따라 대표주관회사인 하나대투증권 주식회사에게 위임한다"고 명시했다.

◇ 대표주관 업무, 그동안 얼마나 엉터리로 해 왔으면…

BS금융지주의 증권신고서 오류는 지난 5월 29일 발행한 현대백화점 제21회차 회사채와 관련이 깊다. 이 채권은 하나대투증권이 신한금융투자와 공동대표주관했다. 당시 현대백화점 회사채를 대표주관하면서 작성했던 신고서 내용을 그대로 BS금융지주 신고서에 옮겨 적은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채권 발행과정에서 처음으로 리테일투자자의 청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를 언급한 신고서 내용이 그대로 BS금융지주 증권신고서에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들어가 있다. 인수계약서 상 등록업무와 관련해서도 "공동대표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에 위임한다"고 동일하게 적고 있다.

증권신고서는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핵심적 정보를 담고 있다. 사실상 해당 회사채에 투자할 지를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 문서로 발행금리와 발행규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청약 당일 투자설명서가 나오기는 하지만 불과 세 시간밖에 되지 않는 청약시간에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이처럼 중요한 서류에 조달의 성패를 가름할 투자자 모집과 관련해 오류를 범한 것은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드쇼가 없는 국내 채권 발행 과정에서 증권신고서는 사실상 투자자가 유일하게 기업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며 "대표주관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증권신고서를 성실히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인데 이런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것은 주관능력 자체를 의심하게 할만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회사채 발행업무를 얼마나 엉터리로 해 왔는지 드러내는 사례"라며 "발행절차에 관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업계가 여전히 구태하게 과거에 안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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