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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에 쌓이는 미매각 채권, 소화 어렵네… 수요예측 후 미배정액 8000억…리테일판매 막히자 증권사끼리 '사고팔고'

조화진 기자공개 2012-06-11 11:52:5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1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요예측이 시작된 후 증권사들이 미매각으로 떠안게 되는 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다. 발행사들이 원하는 금리가 너무 낮아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데다 증권사들의 인수 경쟁은 뜨겁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미매각으로 떠안은 회사채 물량을 소화할 길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수수료를 녹여 기관투자가에게 팔거나 리테일시장에서 판매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이후 감독당국이 수수료 녹이기에 대한 감시 수준을 높여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 된 후 리테일채권 수요 자체가 줄었고 신협 등 다른 투자자들도 더 이상 BBB급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그마저 일부 남아 있는 투자자들도 최근 금리가 너무 낮다며 고개를 젖고 있다. 증권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다른 증권사를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는 실정이다.

◇ 한달 새 미배정 8천 억…미청약 발생하기도

머니투데이 더벨이 지난 8일까지 집계한 결과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이래 20개 증권사가 실시한 입찰에서 미배정된 회사채 물량은 총 7399억 원에 달한다. 미배정된 물량은 일반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추가 청약을 할 수 있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그쳐 대부분 증권사들이 떠안고 있다.

수요입찰 결과 미배정 채권의 상당액은 유통시장에서도 소화되지 못해 미매각으로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투자자 배정이 됐지만 청약이 되지 않은 물량까지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요입찰 결과 미배정 채권은 동양증권이 14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대우증권이 793억 원인 것과 비교해 볼 때 두 배 정도 차이다. 동양증권은 대표주관을 맡은 코오롱글로벌, 한국캐피탈이 각각 600억 원씩 총 1200억 원이 전액 미배정됐다.

그러나 현재 동양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미매각 채권은 그 중 절반 정도라고 한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5월에 발행된 STX와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이미 리테일 시장을 통해 해소가 됐다"며 "실제 동양증권이 갖고 있는 미배정 규모는 10일 발행하는 한국캐피탈과 무림캐피탈을 포함해 7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이나 인수를 맡은 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배정 규모가 큰 편이다. 미배정 규모가 가장 큰 한진해운 3년물 1400억 원의 경우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공격적으로 대표주관 실적 올리기에 나섰지만 미배정액은 693억 원 정도다. 몇몇 중소형 증권사들은 미배정 규모가 비슷하다. 함께 대표주관사나 인수사로 참여해서다.
증권사 채권영업관계자는 "미매각을 갖고 있으면 인수 이후 채권가격이 오르지 않는 한 평가손실이 난다. 또 미매각 보유 규모만큼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라도 빨리 처분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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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예금 보다 낮은 금리…리테일 시장에서도 소화 어려워

리테일 시장은 지난 해 이후 회사채 수요가 급감했다. 이 시장의 큰 손이었던 저축은행들이 대거 정리된 탓이다. 신협 등 다른 큰 손들 역시 투자대상을 A급으로 올려 놓아 BBB급에는 거의 수요가 없는 편이다.

게다가 올들어 발행금리가 워낙 하락해 리테일시장의 남은 투자자들 역시 최근 발행된 채권들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차라리 은행 정기예금에 드는 것이 회사채를 사는 것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 역시 전에 없이 까다롭다. 어쩌다 고금리 채권이 발행되더라도 투자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종목에 대해서는 '금리 불문'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녹인다면 일부 미매각을 처분할 수는 있지만, 감독당국의 눈이 무섭다. 수요예측이 의무화된 이후 감시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들은 동병상련을 앓고 있는 다른 증권사에게 매달리고 있다. 미매각 부담이 적거나 회사채 운용 여력이 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DCM 관계자는 "채권 발행 시장 규모 성장에 비해 유통 시장의 저변이 그다지 넓지 않다"며 "미매각을 갖고 있는 증권사들이 다른 증권사들에 채권 투자 권유를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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