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6월 12일 11: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54년 설립, 우리나라에 '화장 비누'를 처음으로 소개한 애경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수순을 하나씩 밟아 나가고 있다.애경그룹은 투자사업과 자회사 경영권만 지배하는 지주회사를 두고, 그 지주사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는 '순수지주회사' 형태로 지배구조 재편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애경유화'를 투자사업을 영위할 지주회사(AK홀딩스)와 기존 화학 제조업을 담당할 사업회사(애경유화)로 분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애경유화가 갖고 있는 주요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승계한다. 향후 상장이 예정된 ARD홀딩스와 제주항공, AK켐텍이 지주회사의 몫이다. 아울러 ARD홀딩스와 제주항공 지분을 각각 22.2%와 19.6%를 갖고 있는 애경산업도 지주회사 관할 하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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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홀딩스와 제주항공, AK켐텍, 애경산업은 모두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분류된다. 애경산업은 애경유화에 이어그룹 매출 순위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ARD홀딩스는 애경그룹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크다. 제주항공과 AK켐텍 역시 매출액 기준으로 그룹 상위 6개사 안에 든다.
ARD홀딩스(지주사 지분율 : 35.3%)는 애경그룹의 유통·부동산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로, 수원애경역사와 AK플라자(옛 분당 삼성플라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애경 측은 당초 ARD홀딩스를 2011년까지 상장시킬 계획이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여전히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ARD홀딩스는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운용하는 주피터사모투자펀드로부터 우선주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자금 회수 창구를 마련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제주항공과 AK켐택 역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AK캠텍은 이미 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제주항공은 실적 개선 여하에 따라 내년 경 상장 추진 계획을 갖고 있다. 결국 지주사 전환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들 계열사의 상장 미션은 지주회사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애경 입장에서도 IPO를 앞둔 핵심 계열사들을 지주사 지배 하에 둠으로써 다양한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게 됐다. 무엇보다 상장 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강화 등 다양한 활용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회사인 애경유화는 화학 부문과 직접 연관되거나 기술적 지원이 요구되는 피투자법인 유가증권을 승계한다. 홍익산업과 AK바이오텍, 코리아피티지, 에어레인, 한주, 켐크로스, 엔지뱅크, 마크로젠, 엔자이텍, 바이로메드, 기타 해외법인 등이 그 대상이다. 기업 수는 많지만 승계 주식의 장부가는 총 308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분 정리 목적이 큰 셈이다.
결국 이번 지주사 전환은 애경그룹의 사업 부분별 독립체제 구축 과정의 일환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애경화학으로 대표되는 화학 부문과 ARD홀딩스가 중심이 되는 유통·부동산개발 부문,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이 주축이 된 생활·항공 부문 등이 확실히 분리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가능해진다. 독립 경영은 곧 책임 경영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후계 구도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또 장영신 회장과 아들 채형석 총괄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 체제도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AK홀딩스는 추후 애경유화 주주들을 대상으로 현물출자 유상증자(공개매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경유화 지분과 AK홀딩스 지분을 맞바꾸는 방식이다.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식 교환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주주들의 경우, 회사 지배력 보다는 시세 차익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주식교환 시점에 따라 청약률이 달라질 수 있다.
공개매수 시점에서 지주사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면 개인주주들은 주식 맞교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는 지주사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대주주와 달리 일반 주주들은 회사 지배 목적이 없기 때문에 지주사 주식 교환에 참여해서 얻게 되는 이점이 별로 없다"며 "애경그룹 뿐만 아니라 대기업 그룹사의 지주사 전환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오는 7월 주주총회에서 분할안을 확정짓고 9월 초 분할 절차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이후 AK홀딩스는 변경 상장을, 애경유화는 유가증권시장 재상장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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