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로 기운 감은 있지만"‥실탄·의지 모두 충만 인수후보 및 이슈점검 ④MBK파트너스
박준식 기자공개 2012-06-18 17:29:0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8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는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본 입찰 적격(Shortlist)을 얻은 4개 후보 중 유일한 재무적 투자자(FI)다. 한·중·일을 아우르는 지역펀드 운용사인 이 하우스(PE)의 국내 펀드 약정 규모만도 2조8000억 원 달한다. 지난 2008년 말 설립한 1조5000억 원 규모 2호 펀드 잔여 약정액이 7000억 원으로, 인수 여력 측면에서는 전략적 투자자들 못잖은 후보로 평가된다.하이마트 딜과 관련, 시장이 MBK에 보이는 관심은 "과연 완주할 수 있을 것이냐"에 모아진다. MBK는 이번 하이마트는 물론 또다른 메가딜인 웅진코웨이 입찰에도 참여 중이다. 전략적 투자자인 롯데와 SK네트웍스 역시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를 동시에 노리고 있긴 하지만, 재무적 투자자(FI)의 한계를 감안할 때 둘 다 보다는 양자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MBK가 하이마트 인수에 관심을 기울인 지는 꽤 오랬됐다. 지난 2007년 어피니티가 경영권 매각 딜을 추진할 당시 최종 후보로 참여해 GS그룹 등과 자웅을 겨루기도 했다. 당시 결과는 다크호스 유진기업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MBK는 본 입찰에서 면밀한 실사를 바탕으로 유진에 준하는 인수가격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FI 중에 그 어디보다 하이마트에 대해 잘 아는 MBK는 당시 매각 측인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EP)가 제시한 성장 잠재력이 지난 5년 간 실현된 것에 큰 호감을 갖고 있었다. 올 초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이 다시 시장에 나오자 인수 방침을 수립한 것도 이같은 사전검토 이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하이마트에 대한 MBK의 이런 애정은 본 입찰을 이틀 앞두고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2월 중순부터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에 대한 검찰의 비리혐의 조사가 급박하게 시작되고 뒤이어 웅진코웨이 매각 일정이 구체화되자 관심이 후자로 급선회했다는 게 정설. 일단 MBK는 하이마트가 이번 선종구 회장 문제로 어느 정도의 타격을 입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선 전 회장과 같은 카리스마적인 경영진이 없는 상황에서 회사의 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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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운용사인 MBK는 대기업 후보와 달리 하이마트를 인수하더라도 새 경영진을 선임하지 않고 기존 조직을 그대로 유임시켜 그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올리려고 계획했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의 특성상 선 전 회장은 이미 회사경영에서 손을 뗐고 일부 관련 임원진도 회사를 떠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애초의 계획은 사실상 어긋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MBK 입장에서는 인수전에서 승리한다 해도 일정 부분의 경영공백을 채울 별다른 수가 없다는 약점을 가진 것이다. 재무전문가그룹으로 구성된 MBK는 산업 전문가가 즐비한 롯데나 신세계 등에 비해 경영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올 초에 시작된 하이마트 매각 과정이 검찰 조사로 중단된 2월~5월 초 사이에 웅진코웨이 매각이 전개되자 MBK는 이 거래에서 야심찬 승부를 벌이기로 했다. 웅진코웨이 딜은 PE 입장에서는 매각 지분이 32%에 못 미치고 이미 IPO를 마친 상장사라는 점 때문에 투자회수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현금창출력(2011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 4411억 원)이 하이마트의 1.5배에 달하고 현 경영진이 새 인수자로 재무적 투자자를 선호한다는 점은 흔치않은 호재로 분석된다.
여기에 MBK는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 웅진그룹과 약정을 맺고 재인수 권한(우선매수권)을 내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평가된다. MBK가 웅진코웨이 인수자로 유력해질 수록 하이마트에 대한 이들의 베팅 여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MBK는 하이마트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라이벌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나 신세계, SK네트웍스 등이 우승확률을 높이기 위해 MBK와 컨소시엄 연대를 원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물밑에서 타진하려는 것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MBK는 하이마트 인수를 검토하던 GS그룹에 컨소시엄 구성을 요구했지만 GS가 이 딜을 포기하면서 첫 구상은 좌절되고 말았다. 과거 KT와 금호렌터카(현 KT렌탈) 인수전에서 보였던 전략을 하이마트에 적용하려던 전략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아직까지 인수전에 3곳의 전략적 후보가 남아 있는 만큼 마지막 결과를 봐야 성패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MBK를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3조 원에 육박하는 투자 운용 실적을 갖고 있어서다. MBK가 최근 2년여 간 보여준 투자 행보는 다소 미진했던 것도 사실. 역설적이지만 이번 하이마트, 웅진코웨이 딜에서 MBK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바로 이것이다. 한국 최대 PE로서 2년여 간 메가 딜 투자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는 게 하우스 주변 관계자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통상 하이마트 급의 다른 거래에서라면 대기업이 우글거리는 딜 사이에서 PE가 살아남기 어렵겠지만 이번에는 MBK를 무시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이다. MBK 내에서는 지난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영입된 박태현 전무를 통해 이 전략과 관련한 실무를 조율하고 있다. 박 전무에게 이번 양자택일과 최종 거래 여부는 능력을 시험받는 첫 무대가 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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