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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청,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 나선다 IPO에 편중된 엑시트 통로 다양화 목적

이상균 기자공개 2012-08-02 15:59:05

이 기사는 2012년 08월 02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된 지 7년 된 A라는 벤처기업이 있다. 주로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IT부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50억 원과 20억 원 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실적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꾸준히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력 수준도 높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B벤처캐피탈은 A사의 설립 초기에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20억 원을 투자했다. 투자 이후 A사의 성장성에도 나름 만족하고 있었다. 문제는 A사에 투자한 B사의 벤처조합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B사 입장에서는 A사를 기업공개(IPO)해야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가능하지만 현재 실적으로는 IPO를 장담하기 어렵다.

양사는 이 문제를 놓고 몇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A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창업자의 반대가 심했다. B사가 보유한 A사의 구주를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내놓았지만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양사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A사와 B사의 갈등도 점차 증폭되기만 했다.

결국 B사는 상환 권리를 행사해 원금에 9% 수준의 이자를 받는 것으로 엑시트를 했다. 만족스러운 수익률이 아니다. A사도 불만이다. 상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현금을 모두 동원해야 했다. 상환 이후에는 다시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려야 할 처지다. 좋았던 양사의 관계는 결국 파경으로 끝나고 말았다.


중소기업청이 벤처캐피탈의 세컨더리(secondary) 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엑시트 통로를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세컨더리 시장이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초기기업에 투자한 이후 엑시트를 위해 보유한 기업의 구주를 사고파는 시장을 말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 7월부터 벤처캐피탈 구주유통망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구주 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게시판 형태의 IT시스템이다.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가 출자한 자조합이 청산을 앞둘 경우 의무적으로 구주유통망에 매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매물로 나온 구주는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엔젤투자자와 정부기관 등도 인수할 수 있다.

구주 유통을 제도화시키려 하는 것은 세컨더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벤처캐피탈의 엑시트 통로가 기업공개(IPO)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IPO가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올해 상반기처럼 IPO 시장이 침체될 경우 벤처캐피탈의 엑시트도 저조해진다.

올해 상반기 IPO 건수는 10건, 거래규모는 4589억원 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건수는 71%, 거래 규모는 85% 줄어들었다. 연간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1년 63건으로 벤처 붐이 한창이던 2002년 153건에 비해 58%가 축소됐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이 시장건전성에만 집중한 결과, 기술기업 회수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IPO를 통한 엑시트가 위축되면서 벤처투자 시장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벤처기업이 IPO에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문제다. 2005년 9.0년에서 2007년 17.7년→2010년 12.2년→2011년 14.3년으로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벤처조합의 평균 존속기간은 7년에 불과하다. 초기기업에 투자를 해도 조합 만기가 도래해 어쩔 수 없이 투자기업의 구주를 팔아야 한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벤처캐피탈들이 초기기업 투자를 외면하고 프리 IPO 기업 투자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구주를 거래하는 세컨더리 시장이 커져야 벤처캐피탈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재조정, 투자전략 다각화 등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컨더리 시장의 활성화는 IPO를 놓고 투자기업의 경영자와 벤처캐피탈간 상호갈등을 완화시키는 작용도 한다. 벤처캐피탈이 IPO를 기다리지 않고도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서도 엑시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컨더리 시장을 통해 구주를 인수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이득이다. 초기기업 투자에 비해 투자기간이 단축되고, 그만큼 투자위험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초기 단계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이 구주를 다른 벤처캐피탈에 매각할 경우 별도의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은 투자기업이 IPO에 실패할 경우 상환권리를 행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키움인베스트먼트 윤종연 대표는 "구주 매각이 불발돼 벤처기업이 별도의 투자유치에 나설 경우 경영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벤처기업에게는 구주 인수도 신주 인수와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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