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펀드, 초기기업 직·간접투자 병행" 강철호 아산나눔재단 사무총장 "기업 부담 줄이려 우선주 투자 자제할 것"
권일운 기자공개 2012-08-02 17:37:34
이 기사는 2012년 08월 02일 1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강철호 아산나눔재단 사무총장(사진)은 현대중공업의 '태스크포스(TF) 전담맨'이다. 2006년에는 현대중공업의 중국 현지 지주사 설립을 위한 TF에 참여해 중국 개척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그가 씨앗을 뿌린 현대중공업 중국 지주사는 어느덧 중국 최고의 종합 건설장비 업체로 도약했다.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현대가(家)가 아산나눔재단을 세우기로 했을 때 설립 작업을 총괄할 책임자로 발탁된 이도 강 총장이다. 청년 창업엔 문외한이던 그는 재단의 살림꾼이 된 지 1년 만에 창업 정책은 물론 관련 실무까지 통달한 전문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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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청년 기업가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아산나눔재단은 출범과 동시에 국내의 창업 환경을 파악하는 데 나섰다. 재단은 오랜 고민 끝에 정부가 주도하는 보조금 지원 형태의 창업 육성책은 오히려 초기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스타트업(Start-Up)기업의 지속적인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직접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2월 1000억 원 규모로 조성한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이다.
강 사무총장은 "재단 출범 당시 출연된 5000억 원과는 별도로 직접 투자를 위한 펀드 조성이 절실했다"면서 "3월 말에 행정 절차가 마무리돼 1000억 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투자기금 조성이 최종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아산나눔재단 출범 당시 출연된 5000억 원과 엔젤투자기금 1000억 원은 별도로 운용된다. 주식과 부동산 등이 포함돼 있는 기초자산 5000억 원을 연 5%의 수익률로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매년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250억 원. 이 돈은 재단 운영비로 활용하고 엔젤투자 재원은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결과다.
"재원은 넉넉할지 몰라도 초기기업 투자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선입견을 불식시키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엔젤투자기금 집행을 위한 별도의 의사결정 기구를 별도의 만든 것이다.
강 사무총장은 "엔젤펀드 출범 이전부터 이사회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캐피탈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을 영입해 별도의 기금 운영위원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위원회에는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과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학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딜 소싱(Deal Sourcing) 차원에서 벤처 인큐베이터 및 벤처캐피탈과의 제휴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니시스 창업자인 권도균 대표가 이끄는 프라이머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는 금전적 지원을 약속했다.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 등과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제휴 벤처캐피탈 수를 늘리고 이들의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당초 아산나눔재단 내부에서는 직접 투자를 자제하고 엔젤 투자자들이 투자한 기업에 대한 1대 1 매칭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투자기업 발굴의 어려움이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하지 않은 기업에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이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와 직접 투자도 병행하기로 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의 첫 직접투자 기업이 이르면 9월 쯤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수상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방침이지만 이들 외에 엔젤투자팀이 자체 투자를 검토 중인 기업도 20여 곳이 있다. 다만 교육적 목적과 어긋나는 업종에 대해서는 투자를 자제하기로 했다.
강 사무총장은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금 보장 옵션이 붙은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업종마다 차이가 있지만 업력에 따라 1억~5억 원을 투자하기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자 당시에는 기금의 지분율을 낮게 책정한 뒤 향후 이 기업들이 성장하면 창업자의 지분 일부를 기금에 출연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무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엔젤투자 활성화를 막는 제도적 걸림돌에 대해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현행법상 재단이 기업의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보유할 경우 각종 세금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르가 설립한 오미디아르 네트워크 사례와 같이 공공 펀드가 초기기업에 투자할 경우 제도적 장벽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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