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식품, 수수료 '정액' 요구...덤핑 조장 우려 제안서에 정률 대신 정액 표기 주문
한형주 기자공개 2012-08-16 15:21:29
이 기사는 2012년 08월 16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천호식품이 기업공개(IPO) 주관사 후보들에게 요구한 인수수수료 제시 방식이 투자은행(IB) 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수수료율은 따지지 말고 원하는 값만 부르라는 것인데, 증권사 간 수수료 덤핑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천호식품은 지난달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1곳의 증권사에 보낸 IPO 주관사 선정 제안요청서(RFP)를 통해 "인수수수료는 '정액'으로만 표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수수료율이 아닌 금액만 써내라는 것이다.
천호식품 측은 "정률(수수료율)로 표기한 제안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며 상장시까지 소요되는 모든 경비 등 제반 부대비용을 포함한 상세 산출 내역서도 첨부할 것을 함께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발행사는 주관사와의 계약서상 인수수수료 조건에 따라 '정액제 ○원'과 '정률제 ○%(공모금액 대비)' 중 액수가 큰 쪽을 인수대가로 지급한다. 인수수수료와 관련, 금융감독 당국이 정한 법규정은 따로 없다. 금융투자협회의 모범규준도 없어 어디까지나 발행사와 주관사의 계약에 의해서만 좌우된다. 양자 간 딜에서 '갑'은 언제나 발행사다.
그렇다 해도 아직 공모 규모도 확정 안된 상태에서 수수료부터 똑부러지게 밝히라는 천호식품의 요구에 업계에선 적잖이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수수료를 낮게 쓴 증권사를 우대하겠다는 의지가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IB 관계자는 "천호식품의 요구사항은 자칫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부추길 수 있고, 수수료 덤핑은 부실 IPO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천호식품 측에 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 관계자도 "지금껏 발행사가 RFP에 이런 내용을 올려 보낸 사례는 없었다"며 "가격(수수료)이 평가항목에 포함된 것으로 볼 때 결국 저렴한 수수료를 제시한 증권사를 낙점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통상 증권사는 발행사에 제안서를 제출할 때 수수료를 정률 방식으로 표기한다. 어차피 기업실사 전까진 정확한 공모 규모를 가늠키가 어렵기 때문에 관행적인 가격 산정 기준만 제시하는 것. 가령 100억 원대 소형딜의 경우 맥스(max) 3%가량을 매기는 식이다. 하우스별로 수수료율에 큰 차이는 없다. 향후 공모 규모의 증감에 따라 유동적이긴 하지만 1% 내외의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정액제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커 최초 제시한 수수료가 현실적으로 무의미해질 소지가 다분하다. 주관사의 기업실사와 수요예측 등을 통해 공모금액에 변화가 생기면 수수료도 따라서 바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장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고 중간에 거래소의 밸류에이션 심사도 거쳐야 하는 만큼 가격 변수가 많다"며 "정액제 요구가 결과적으로 발행사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증권사가 정률을 베이스에 깔고 정액을 제시한다면 결과적으로 두 표기 방식 간 차이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딜 수임 의지가 강한 하우스나 수수료 인하 여력을 갖춘 대형사 입장에선 '일단 낮추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IB 관계자는 "IPO 주관 업무는 기업실사와 적정 밸류에이션 산출, 기업설명회(IR), 영업력 면에서 증권사 별로 역량이 천차만별"이라며 "발행사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수수료에만 얽매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천호식품은 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들에 대해 우선 기술평가를 통해 오는 17일까지 3개 이내의 숏리스트(적격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각 후보별 제안설명회(PT)를 가진 뒤 가격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가격평가에선 기술평가 합격자 중 낮은 수수료를 제시한 증권사가 유리한 점수를 받는다. 그 다음 기술평가와 가격평가 점수를 합산한 종합평점 고득점자 순으로 내달 25일까지 우선 및 차우선 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배점은 기술평가가 80점, 가격평가가 20점이다. 제안서엔 천호식품 주식 밸류에이션 방안, 추정 공모가격 등도 포함된다.
제안서 접수 마감일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RFP를 받은 11개 증권사 중 대우, 미래, 한화, 교보증권 등을 제외한 7곳의 증권사가 제출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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