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대우일렉트로닉스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본 입찰이 오는 21일 마감된다. 채권단은 2002년 이후 워크아웃을 진행하면서 이번까지 5번째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계속된 실패로 얼룩졌던 지난 사례와 달리 이번 인수전에는 국내외 대기업이 다수 참여하고 재무적 투자자들까지 가세해 흥행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평이 나온다. 4곳의 인수 후보군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2년 08월 20일 1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M그룹은 올해 초까지 만해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최근 의욕이 꺾인 듯하다. 건설 및 화학섬유 사업 계열사로 구성된 이 중견 그룹은 자금동원력에서 한계를 엿보이며 경쟁자들에 밀리는 분위기다.전라도 광주의 지역 건설사로 출발한 이 중견그룹은 2000년대 들어 사업을 수도권으로 확장하고 이후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웠다. 특히 브랜드가 있지만 도산 상태에 몰린 회생기업을 다수 사들여서 그룹을 일궜다. 상장사인 남선알미늄과 TK케미칼 등이 주요 계열사다.
SM그룹 24개 계열사가 지난해 기록한 총 매출은 1조6297억 원 수준이다. 이 중 TK케미칼의 매출이 1조73억 원으로 전체의 61%를 넘어선다. 지난해 중순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화섬기업인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 714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 해에는 223억 원으로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17억 원에 불과해 주가는 상장 1년 만에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주력 캐시카우인 TK케미칼을 인수 주체로 내세운 SM그룹은 대우일렉이 기존 계열사인 벡셀, 대우라이프, 남선알미늄 등과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특히 광주 지역이 그룹의 모태라 광주 공장이 중심인 대우일렉을 인수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면서도 신규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상당했다.
SM그룹은 그러나 최근 일부에서 차입인수(LBO) 논란이 불거지고 자금력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공격적인 인수 계획을 사실상 포기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그룹의 전략적인 계획실행을 결정할 고위 경영진들은 경쟁이 가열되는 상황에서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본 입찰 포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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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그룹은 M&A로 사세를 키워왔지만 대부분이 옛 법정관리 체계나 은행권 워크아웃에 놓인 매물들만을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오랜 역사와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대외환경 악화나 경영 미숙으로 청산위기에 놓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SM그룹을 이끌고 있는 우오현 회장은 인수 시점에서는 매력이 없는 기업을 사들여 턴어라운드 경영을 실행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여 왔다.
SM그룹은 이런 전략 아래 4번의 매각 실패를 거듭해 온 대우일렉의 인수를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번 입찰 예상 밖의 관심을 끌면서 경쟁 분위기가 다소 과열되는 양상이다. 일부 사모펀드(PEF) 투자자들이 컨소시엄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자 SM그룹의 자금력을 문제 삼아 본 입찰 전부터 LBO 불법 가능성을 지적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경쟁사들은 SM그룹이 광주공장을 담보로 인수금융을 일으킬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런 가능성이 대우일렉에 부담이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매각 측은 인수전 과열로 인한 일부의 흑색 선전이 확대 재생산 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공장 등 대우일렉의 기존 자산과 관련된 담보채권의 경우 매각자 측이 후보들에 제안한 대금 지급방안에 △해당 채권의 차환과 △인수자의 유상증자가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SM그룹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이런 누명에서 벗어나도 경쟁자 대비 다소 못미치는 자금력 탓에 이번 인수전이 쉽지많은 않은 상황이다. 대우일렉의 일부 담보채권을 차환 형식으로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총 인수금 3000억 원 중 1500억 원 이상의 실탄이 필요하다. 인수주체인 TK케미칼의 상반기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542억 원, 단기금융상품은 190억 원으로 자체적으로 보유한 자금은 1000억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공격적인 베팅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SM그룹 경영진도 실제 입찰에 나설 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실제 내부적으로 평가한 대우일렉의 자산가치가 2000억 원 이하인데다가 이란의 파슨과 대립 중인 소송으로 인한 우발채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중견그룹 입장에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는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다른 경쟁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할 경우 의외의 승부가 펼쳐질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동부CNI나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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