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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자들, 엔젤투자로 눈 돌린다 VVIP PB 눈길....창업경험 있는 자산가·투자업계 종사자 주도

권일운 기자/ 신민규 기자공개 2012-10-08 14:17:46

이 기사는 2012년 10월 08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A증권사 강남 VVIP PB센터의 B차장은 올 한해 대체투자로 꽤 짭짤한 수익을 거뒀다. 주식, 채권 등 고전적인 투자처의 매력이 떨어졌을 때 롱숏펀드나 금,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직접매매와 파생결합증권(DLS) 등에 투자해서 10%대의 수익을 올렸다. 일반 펀드투자를 하지 않는 그는 갈수록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유형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재투자처를 찾던 B차장 눈에 띈 건 엔젤투자였다. 엔젤투자란 신생 벤처기업에 종잣돈 형식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으로 성공할 경우 원금 대비 수십 배의 수익도 낼 수 있다. 부자고객 몇 명만 모여도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곳 중에 1곳 살아남기가 어려운 만큼 투자위험이 높다는 점은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벌어들인 수익 중 5000만~1억 원 정도만 투자한다는 전략에는 고객도 동의할 것 같았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도 않는 수준이다. 재무적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창업을 통해 성공한 부자 고객들이 조언을 줄 수도 있다면 훨씬 의미있는 투자가 되리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 수익 추구와 동시에 후배 기업가 양성 원하는 젊은 IT 부자들

B차장의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IT관련 창업경험이 있는 강남의 30~40대 부자들이다. 아직은 자산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 안팎이라 계속 증식해 나가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만큼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자산에 대해서도 투자심리가 열려있는 편이라고 그는 전했다.

B차장은 매달 한 번 있는 부자들의 저녁모임에 나가 조심스럽게 엔젤투자를 제안했다. 고객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고객에게는 이미 각종 인맥을 통해 투자를 요청해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엄선되지 않은 초기기업에 투자하기가 껄끄러웠던 차에 마침 잘 됐다는 게 고객들의 반응이었다. 고객들은 투자 기업과 자신들의 회사 간에 시너지가 난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주문도 했다.

고객 중에서는 "나 역시 창업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종잣돈 마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도 "사적인 모임에서 엔젤투자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괜히 생색낸다는 얘기를 들을까 싶었다"고 속내를 밝힌 경우도 있다.

B차장은 연내로 엔젤투자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고객들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면 투자가 이뤄지는 수순이다. 고액자산가라 일반 엔젤투자와 달리 고객 몇명만 모여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B차장은 "창업을 경험해 본 자산가들은 엔젤투자한 기업에 대해 직접 멘토링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유뿐 아니라 후배 기업가들을 양성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욕적"이라고 말했다.

◇ 벤처캐피탈·PE 종사자들, 이미 엔젤투자자로 나서기도

이같은 방식의 투자는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에 종사하는 고연봉자들 사이에서는 생소한 것이 아니다. 기업을 발굴하는 '선구안'이나 투자한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데는 선수들인 만큼 알음알음으로 알게된 초기기업에 투자해온 이들이 많다.

C벤처캐피탈의 D대표는 멕시코 요리 레스토랑 E에 5000만 원을 투자했다. 평소 알고지내던 대학 후배가 세운 곳이다. 대학 졸업 후 한동안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후배는 몇년 전부터 외식업계에 뛰어들어 현재 삼청동과 강남 등에 점포를 갖고 있다.

D대표가 투자한 레스토랑은 강남과 이태원 여의도 등 서울에만 5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한 것은 올해 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D대표가 투자한 시기도 이 무렵이다.

C벤처캐피탈은 음식료 프랜차이즈 분야에 투자 경험이 많다. D대표 역시 여러 건의 음식료업 투자를 진행하면서 상당한 식견을 갖추게 됐다. 맛과 서비스의 표준화와 원가관리 등 그가 습득한 경험들을 후배에게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D대표는 "업종을 막론하고 벤처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술과 창업자의 역량"이라며 "E레스토랑은 핵심 메뉴를 직접 개발한 데다 창업자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레스토랑은 현재 10억 원 정도를 더 투자받으려 하고 있다. 점포를 10여 곳으로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기관보다는 개인투자자에게 1인당 1억 원 정도를 투자 받는 쪽으로 기닥을 잡고 있다.

C벤처캐피탈 역시 투자하지 않는다. D대표와의 이해관계 문제도 있지만 C벤처캐피탈이 투자하기에는 너무 작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펀드의 운용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D대표는 종종 지인들에게 레스토랑을 소개하고 투자 의향을 묻는다. 투자자와 멘토의 역할과 더불어 IR 도우미까지 자처하는 셈이다.

◇ 기관투자자에게 지분 매각하거나 배당 형식의 수익 추구

엔젤투자가 기본적으로 투자자와 피투자자간 우호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지만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M&A나 기업공개(IPO) 형태의 엑시트 모델을 추구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B차장은 벤처캐피탈로부터 본격적인 투자를 받는 시기를 엑시트 시점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1차 투자가 이뤄지는 시점에 최대주주에게 풋옵션을 행사하거나 벤처캐피탈에게 신주와 구주를 함께 매각하는 방식이다. 벤처캐피탈이 투자에 앞서 지분구조 정리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모델이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B차장은 예상하고 있다.

상장과 거리가 있는 사업 모델의 경우에는 배당 지급 형식의 수익 추구도 가능하다. E레스토랑도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IPO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단 정기적으로 배당을 지급할 수 있을 정도로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업종이 PEF 등의 투자처로 각광받는다는 점은 기회다. 음식료 프랜차이즈 업종이 이런 경우다. E레스토랑 역시 향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시점에 일부 초기 투자자들에게 엑시트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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