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0월 11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법원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경영을 맡을 관리인으로 현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와 김정훈 극동건설 대표를 선임했지만 구조조정 업무는 채권자협의회가 추천할 구조조정 담당 최고책임자(CRO)에게 맡기기로 했다.

사실상 웅진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권한이 크게 강화된 것이고 웅진측 권한은 그만큼 약화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채권단, 그리고 웅진그룹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웅진그룹 구조조정 전 과정에서 채권단의 권한을 이전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서보다 더 강화시켜 보완된 형태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실시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채권자협의회는 그동안 웅진홀딩스 및 극동건설 법정관리에 대한 채권자의 감독기능 강화를 위해 CRO의 권한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정관리는 그 이전까지 관리인 개인에 의존해 회생절차를 진행했다. 회사 주요 경영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생계획안을 만드는 등 많은 권한이 관리인에게 주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경영의 연속성 유지라는 긍정적 측면과 부실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야기라는 단점이 법원 안팎에서 지적돼 왔다. 법인회생 전문 판사 및 변호사들도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일부분 공감을 해 왔다.

이번 웅진홀딩스 및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도 채권단은 법정관리 제도의 이런 단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며 재판부를 설득해 왔다.

최초 웅진측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되지 못하도록 요청했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차선책으로 채권자협의회가 추천하는 인사를 웅진측 경영진과 공동으로 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마저도 수용되지 않았다.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채무자 회사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기존 경영진의 재산 유용이나 은닉,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 경영에 기인한 때'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를 원칙적으로 정하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채권단은 여러 요구가 막히자 최종적으로 CRO의 권한을 강화해 기존 경영진의 감시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청했고, 법원은 마침내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 역시 법정관리 과정에서의 경영자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DIP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CRO는 앞으로 부인권 행사는 물론 회생절차와 관련된 모든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게 되고 컨설팅회사 등의 자문을 받아 최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관리인을 배제하고 CRO가 독자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수는 없다. CRO가 업무를 주도하긴 하지만 관리인의 결제가 필요하다. 또 최종 재가는 재판부가 내린다. 의견이 갈릴 경우 법원이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중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이전 법정관리 관례와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진일보한 조치로 풀이된다. CRO는 주요 자산 매각 업무를 진두지휘하게 되는데, 웅진홀딩스의 경우 주요 자산이 대부분 계열사 주식이어서 사실상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 도 있는 권한을 갖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 한 관계자는 "CRO를 통해 감시기능을 강화하는게 구조조정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다"며 "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나면 채권단의 권한보다 부실 경영자의 권한이 더 보호되는 불합리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법원측은 "법정관리의 틀 안에서 워크아웃 기법을 활용하는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의 융합(Convergence)'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다만 숙제는 남아 있다. CRO의 권한에 대한 법규 개정이 전무한 상태에서 CRO가 관리인을 제치고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재판부가 운영의 묘를 살려야 가능하지만 만일 관리인이 CRO와 지속해서 대립하고 이의 중재에 나서다보면 보다 빠른 구조조정이 어려워지고 패스트트랙 도입 의미도 약화될 수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