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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0억 고가베팅' 사업성보다 감정싸움? 실투자금 7600억에 매년 170억 남짓 수입..최소 5년간 토지활용 '제로'

문병선 기자공개 2012-10-18 10:34:57

이 기사는 2012년 10월 18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과 인천광역시간 체결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건물 매매금액은 8751억원이다. 입주 기업(신세계)이 설정해 놓은 토지·건물 전세권설정금액 1574억원 및 영풍문고와 웨딩업체 등 중소상가의 보증금 등을 빼고, 취·등록세(4%) 350억여원 및 부대 비용 등을 더하면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초기 매입 비용은 대략 7600억여원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부지는 롯데쇼핑이 이런 거금을 주고 매입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곳일까. '짠돌이'로 소문난 롯데가 이례적으로 엄청난 초기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까지 투자에 나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와 신세계가 벌이고 있는 이번 인천 상권 전쟁의 또 다른 포인트다.

◇감평가 8682억 언저리선 매입, 인천시 가격 높이기 전략 이례적 수용

부지의 면적은 7만7815.8㎡다. 인천에서 유동인구가 많고 교통이 혼잡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용도변경되기 전 '일반상업지역'일 때 공시지가(㎡당 271만원)로 환산하면 토지 가치는 2109억원이다.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변경된 점을 감안하고 이 지역의 시세를 반영할 경우 토지 가치만 6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광역시가 부지 매각을 위해 의뢰한 감정평가 결과도 건물을 더해 모두 8682억원으로 나타났다. 매매 금액과 큰 차이가 없어 투자 적정성에 대한 이견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형 부지를 매입할 경우 평당 가격이 낮아지는 점, 매입자에게 불리한 사전 용도변경을 롯데가 그대로 받아들인점, 그리고 신세계와의 갈등에 따른 부지의 사용 제한 가능성을 감안하면 롯데가 사업타당성을 세우지 않고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해 부지를 사들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롯데는 '손'이 작은 그룹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동안 사들인 복합용도개발사업 부지 중 인천종합터미널만큼 초기 비용을 대거 들인 곳은 없다. 최근의 사례는 인천 송도다. 지난해 7월 롯데는 송도 국제업무단지 부지 8만4507.4㎡를 매입했다. 토지 매입비는 1450억원. 보통 복합용도개발사업은 토지 매입비를 낮춰야 수지를 높일 수 있다. 송도 국제업무단지의 경우 토지 매입비와 별도로 사업비로만 1조여원을 책정했다. 사업이 확정된 단계가 아닌만큼 되도록이면 토지매입비를 낮춰 리스크를 줄이려 하는 게 디벨로퍼의 특성인데 이상하리만큼 이번 터미널 투자 건은 이런 전례와 전혀 딴판이다.

롯데쇼핑측은 현재 인천시와 협상을 벌이는 중이다.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협상 결과에 따라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매입의 반대급부를 롯데가 챙길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무리한 투자도 어느 정도 인정된다. 예컨대 터미널 바로 옆 부지인 농산물 도매시장 터다. 총 5만1190㎡에 달한다. 특혜 의혹으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이 부지 매입 혜택을 받아 인천종합터미널과 함께 복합상업지로 개발하는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가능성을 빼고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한 곳 만의 사업타당성을 볼 때 롯데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부지는 신세계백화점의 전세권이 설정돼 있어 앞으로 2017년까지 최소 5년간 토지의 활용가치가 극히 떨어지고 전면 재개발 방식이 아니면 투자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간 토지·건물 보유 수익률 2% 초반 불과..사업타당성 의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공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시 재무적할인율을 연 4.5% 수준으로 정하고 있다. 이 정도 수익이 나와야 사업타당성을 갖는다는 그 기준선이다. 롯데의 경우 7600억원을 투자하기 때문에 매년 342억원(투자비용 1조원 고려시 45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면 여러 의혹에도 불구 사업 타당성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롯데의 경우 첫 1년의 수익률은 2% 초반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인천종합터미널부지 위에는 현재 신세계백화점 및 이마트, CJ CGV, 인천종합터미널 등이 입주해 있다. 부지 소유주의 주요 수입은 이들 업체로부터 나오는 지료 및 임대료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부지 소유자였던 인천교통공사는 해당 부지로부터 대략 연 200억원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를 빼면 180억원 남짓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해당 토지와 건물을 그대로 보유할 때 첫 해 수익률은 2.21%로 계산된다.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연간 수익(추정)

수익률이 다소 오를 수는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이 늘어날 경우다. 신세계는 전세보증금 1574억원을 주고 연간 매출액 대비 일정 수수료를 부지 소유주에게 지급하고 있다. 또 인천종합터미널의 경우 인천교통공사가 운영 중이다. 인천교통공사는 그 동안 부지 소유주였던 까닭에 별도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 부지 소유주가 롯데쇼핑으로 바뀌는 만큼 터미널 운용 주체인 인천교통공사가 롯데측에 별도의 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가능성이다. 이런 점은 수익률의 변수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수익률은 2.41%에 그친다. 신세계백화점의 2011년 매출증가율은 전년대비 9%였고, 롯데의 터미널 기부체납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연간 수입 증가폭은 미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7600억원을 은행에 예치하면 매년 266억원의 이자(이자율 3.5%)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자율만도 못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라면 사업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롯데쇼핑이 만일 부지매입 대금을 은행 대출로 조달할 경우 토지를 사 오히려 매년 적자를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롯데의 의도대로 만일 5년 후 신세계를 퇴거시킨 후 롯데쇼핑이 독자적인 개발에 나서면 이 때부터는 막대한 사업비가 또 들어간다. 송도 복합 쇼핑 타운의 사업비(1조원) 만큼이 또 들어갈 수 있다. 롯데는 이미 인천시측에 버스터미널, 백화점, 마트, 디지털파크, 시네마 등 앵커테넌트 방식으로 복합개발 하겠다고 밝혀 왔다.

롯데쇼핑의 이번 투자에 대해 지자체 한 관계자는 "매각 작업 과정에서 용도지역이 '일반상업지역'에서 '중심상업지역'으로 변경됐는데, 매각자는 가격을 높여 유리하지만 매입자는 매입비용이 높아져 불리한 구도"라며 "통상 토지개발의 원칙상 매입 후 용도변경을 추진해야 하지만 이런 원칙에 철저한 롯데가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8700억여원을 주고 매년 200억 미만의 수입을 올린다면 투자할 가치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입 후 토지 활용 가치가 거의 없다는 지적은 이미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신세계는 비록 법원측이 기각 결정을 내렸으나 인천시와 롯데쇼핑간 부지 매매 계약을 금지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측은 20년간의 임차권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한다. 신세계측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롯데쇼핑은 이번에 사들인 부지의 절반 가량을 5년 후에도 개발하지 못하게 되고 20년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아울러 인천시는 터미널 기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롯데쇼핑에 이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했다. 터미널 기능을 유지한 채 이 부지를 용도복합상업 지구로 개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인천 지역 정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부지매입 이유가 사업 타당성에 없다면 오로지 경쟁업체인 신세계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경쟁업체의 압박 수단으로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는게 과연 경영전략으로 봐야 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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