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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벤처캐피탈, 콘텐츠펀드 밀월 깨지나 강화된 모태펀드 출자 규정이 결정타로 작용

권일운 기자공개 2012-10-22 08:01:36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콘텐츠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해 오던 영화사들이 벤처캐피탈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그동안 벤처캐피탈의 '젖줄' 역할을 해온 모태펀드가 대형 영화사들이 LP로 참여하는 콘텐츠 펀드에는 출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까닭이다.

배급과 제작을 겸업하는 영화사들이 자체 조성한 콘텐츠 펀드 운용도 벤처캐피탈이 맡아 왔다. 벤처캐피탈의 투자 경험을 인정한 까닭이다. 하지만 모태펀드 자금을 받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벤처캐피탈과의 밀월을 지속하기 보다는 자산운용사 등으로 창구를 다양화하자는 것이 영화사들의 달라진 움직임이다.

◇ 모태펀드, 대기업 영화펀드 LP참여 "NO"

문화체육관광부 자금을 위탁 받아 모태펀드 영화계정 운용사 선정을 담당하는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1차 출자사업부터 대형 영화사들의 참여를 제한했다. 한국벤처투자의 출자 공고에 따르면 영화계정 자펀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을 LP로 끌어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장점유율이 10%를 넘는 배급사의 출자 역시 금지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출자 제한 조항은 결국 CJ E&M과 롯데시네마(롯데쇼핑), 미디어플렉스 등 영화계 '빅 3'를 겨냥한 셈이다. 각각 CJ와 롯데, 오리온 그룹에 소속된 이들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콘텐츠 펀드에 1000억 원 이상을 출자한 상태다.

당시 모태펀드 1차 출자사업의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던 벤처캐피탈 업계는 출자 제한 조항의 직격탄을 맞았다. 1차 출자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수익률이 뻔한 영화 펀드에 투자할 곳은 사실상 영화사밖에 없다"며 "대형 배급사들의 출자가 제한된다는 조항이 신설돼 부랴부랴 새로운 LP를 구하고 제안서를 수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 콘텐츠 펀드 대기업 출자제한, 공적자금 일부 대기업에 악용되는 것 막기 위한 취지

한국벤처투자가 대기업의 영화펀드 참여를 제한한 것은 모태펀드가 이들이 제작하는 영화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영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공적 자금이 대기업 계열사가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집중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영화사들은 모태펀드 자조합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예컨대 200억 원 규모의 펀드에 모태펀드가 70%(140억 원)를 출자하면 자신들이 나머지 60억 원을 전부 내놓더라도 건당 투자 금액이 3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유에서 투자심의에 LP 자격으로 참여한 영화사 관계자가 자신들이 제작하는 작품에 투자를 종용하는 일은 업계에서는 관행처럼 발생한다.

◇ 벤처캐피탈 제외한 콘텐츠 펀드 조성 늘어날 전망

공적자금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워진 영화사들은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전에도 기업들의 출자금으로만 결성한 콘텐츠 펀드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LP들이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적투자자(SI)의 성격이 짙었다.

현재 공식적으로 사모 형태의 콘텐츠 펀드 조성에 나선 곳은 CJ E&M뿐이지만 롯데시네마와 미디어플렉스 등도 비슷한 구조의 제작비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J E&M의 경우는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집해 원금과 최저수익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CJ E&M이 조성하려는 펀드의 무한책임사원(GP)은 벤처캐피탈이 아닌 삼정투자자문이다. 통상 벤처캐피탈에 콘텐츠 펀드 운용을 맡겨 온 것에 비하면 이례적이다. 이를 놓고서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더이상 영화사들을 모태 자펀드에 LP로 끌여들일수 없다는 점을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콘텐츠 전문 벤처캐피탈의 모 임원은 "그동안 모태 문화계정에 출자 제안을 하기 위해서는 신기술금융사나 창업투자회사, 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LLC) 라이선스가 필요했기에 영화사들이 벤처캐피탈들을 중용해왔다"며 "모태펀드 자금을 끌어들일 길이 막혀버린 영화사가 굳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각종 법적 제한을 받는 벤처캐피탈에게 콘텐츠 펀드 운용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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