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디스플레이, 코스모링크 인수 중단한 두가지 이유 강성 노조 문제 + 삼성전자 납품 관계
박시진 기자공개 2012-11-01 15:00:21
이 기사는 2012년 11월 01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 인수로 덩치를 키워왔고 자금력도 넉넉하다고 알려진 인지디스플레이(모회사 인지컨트롤스)가 왜 코스모링크 인수를 목전에 두고 포기했을까.코스모링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인지디스플레이가 인수 의사를 철회한 데는 내부적 요인뿐 아니라 외부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성으로 알려진 코스모링크 노조에 대한 부담감 뿐 아니라 인지디스플레이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의 사전 협의 없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괘씸죄'가 적용됐을 것이란 게 딜 주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인지디스플레이는 사업적 시너지를 노리고 코스모링크 인수를 추진한다고 밝혔었다. 모회사인 인지컨트롤스는 사업 확장의 목적으로 14개의 자회사들을 이용해 M&A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인지디스플레이는 세라트론을 인수한 뒤 200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흡수 합병을 시도한 끝에 올해 결국 성공했다. 흡수·합병이 정구용 회장 등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사측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세라트론의 매출 대부분은 인지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TFT-LCD와 모바일 부품이다.
코스모링크는 대대로 노조의 영향력이 컸던 회사다. 2008년 2월 설립된 코스모링크의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다. 노사분규로 인한 장기 파업이 코스모링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배경 중 하나라고 주변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코스모링크는 노조와 회사사원협의회의 충돌로 2008년 6개월, 2009년 4개월간 공장을 폐쇄하는 등 투쟁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인지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잠재적 후보들은 인수에 참여할 때부터 노조에 대한 부담이 꽤 컸다는 게 중론이다. 인수과정에서 노조의 반대로 절차가 지연되는 등의 사례는 빈번하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대한은박지의 노조 반대로 수개월간 인수 절차가 잠정적으로 중단된 바 있다.
딜 주변 관계자들은 이런 배경 때문에 우선협상자에까지 선정된 인지디스플레이가 인수를 망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지디스플레이가 코스모링크를 포기한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삼성전자와의 관계 때문이란 얘기도 나온다. 인지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주요 밴더 중 하나다.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TFT-LCD 가운데 40% 가량이 인지디스플레이 제품이 장착된다. 인지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삼성벤처조합 SVIC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반도체 산업의 침체를 이유로 들어 삼성전자는 최근 벤더들에게 납품 단가를 낮춰줄 것으로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인지디스플레이는 매출이 지난 반기보다 200억 원 정도 감소한 탓에 이에 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삼성전자에 양해를 구구하고 있던 와중으로 추정된다.
인지디스플레이가 두려워 한 것은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이번 코스모링크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출 감소 때문에 사정이 어렵다던 회사가 기업 인수를 할 만큼 자금이 넉넉한가"라는 식으로 종용해 올 경우 마땅한 대응 논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 삼성전자와의 거래 관계 유지를 감안한다면 코스모링크를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시장 관계자는 "인지디스플레이는 주요 거래처인 삼성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업계가 어려운데 인지디스플레이가 삼성전기의 벤더인 코스모링크를 공개적으로 쉽게 인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모링크의 재무구조가 인수 의지를 반감시켰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코스모링크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턴어라운드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매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내실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이 부족한 탓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익잉여금의 마이너스폭이 점점 커져 2008년부터 자본잠식상태다. 부채비율 또한 2009년 1837%, 2010년 633%, 2011년 669%로 나타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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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매수권인 인지디스플레이의 중도 포기에 따라 매각 측은 차순위협상대상자와 논의를 통해 매각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차순위협상대상자 역시 노조 리스크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를 강행할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주관사를 비롯해 매각 측에서 인수 포기 의사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아 여러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리회사를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설 후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겠다는 매각 주관사의 의도는 이해한다"면서도 "법원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회생절차인 만큼 보다 투명함이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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