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 '사회 문화'되려면 투자자 전문화 절실 "엔젤투자 여부, 가장 확실한 초기기업 검증 툴"
권일운 기자공개 2012-12-11 18:28:37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1일 18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지털 도어록 업체 노키온은 회사 설립 9개월 만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노키온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싱가포르의 보안장비 유통 업체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노키온은 이에 앞선 지난 6월 브라더스엔젤클럽으로부터 2억 원의 엔젤투자를 받았다. 엔젤투자매칭펀드도 2억 원을 투자했다. 엔젤투자-매칭펀드-기관투자로 이어지는 창업단계 자금조달의 '정석'을 밟은 케이스다.
'2020년 1만 엔젤투자자 양성·엔젤투자 1조 달성'를 목표로 내세운 엔젤투자협회는 엔젤투자를 사회적 문화로 정착시키는 데 힘쓰고 있다. 협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들은 엔젤투자 확대가 창업 활성화로 직결된다는 이유에서 엔젤투자자 전문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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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온을 설립한 길성호 대표(첫 번째 사진)는 엔젤투자매칭펀드를 '획기적인 부스팅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늘 자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창업 단계의 기업에게 새로운 탄력을 제공하는 제도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2월 디지털 도어록 분야의 실력자들이 모여 설립한 노키온은 "남들이 3년 만에 할 일을 1년 만에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사의 틀을 갖췄다. 시제품 출시 위에는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결국은 '돈'이 문제였다.
길 대표는 개인 재산을 모두 털어 넣었던 탓에 외부에서 자금 조달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전전긍긍하던 길 대표는 지난 4월 엔젤투자지원센터를 찾았다. 매출액이 없는 회사에도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노키온은 브라더스엔젤클럽의 '간택'을 받았다. 브라더스엔젤클럽은 디지털 도어록 사업에 '올인'한 창업자들의 역량과,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엔젤투자와 매칭펀드 투자는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노키온은 총 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해외 투자자를 만난 것도 엔젤투자 덕분이었다. 길 대표는 "엔젤투자를 받은 이후 각종 박람회에 참석하기 시작했다"며 "박람회에서 처음 만난 싱가포르 기업이 공적 자금 운용 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노키온의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에 큰 신뢰를 보였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정부자금 투입, 기업 신뢰도 향상 측면에서 긍정적"
브라더스엔젤클럽이 가장 중시하는 평가 항목은 '기술적 완성도'다. 노키온의 경우에도 이미 시제품이 출시될 정도로 무르익은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창업자의 인성이나 역량도 고려한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브라더스엔젤클럽은 올 11월까지 4개 기업에 총 8억4000만 원을 투자했다. 노키온 외에도 홍체 인식 기술을 보유한 홍복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랭크웨이브, 스포츠용품 업체 핑고 등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엔젤클럽에 소속돼 있더라도 투자 결정과 책임은 개별 투자자의 몫이다. 주주 명부에도 클럽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 대신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간사 역할을 하는 총무에게 의결권을 위임하는 경우는 있다. 1인당 투자 금액은 1000만~2000만 원에서 500만 원 선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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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기간은 2~3년, 길어도 5년 이내를 예상하고 있다. IPO는 어렵더라도 인수합병(M&A)이나 배당을 받는 형태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출구(회수 수단)만 보인다면 새로운 엔젤투자자가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엑시트 창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엔젤투자협회, 엔젤투자자 저변확대와 멘토링 강화에 '초점'
일각에서는 엔젤투자자가 투자한 모든 기업에 매칭펀드가 투자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9월까지 총 102건의 매칭 투자 신청이 접수됐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진 것은 70.6%(72건)이다. 매칭펀드가 '눈먼 돈'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됐다.
매칭펀드 접수는 엔젤투자지원센터에서 담당한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소속이던 엔젤투자지원센터는 지난 10월 출범한 엔젤투자협회로 이관됐다. 센터는 매달 말일까지 온라인 신청과 다음달 5일까지 오프라인 서류 접수를 받은 뒤 1차 투자적격위원회를 개최한다. 위원회를 통해 정량적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된 곳에 대해 실사가 이뤄지고 2차 투자적격위원회가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11월 말 현재 엔젤투자협회에 등록된 엔젤클럽 수는 총 57곳.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고 할 수 있지만 엔젤투자자들의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묻지마' 투자자의 등장을 막고 건전한 엔젤투자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엔젤투자협회의 임무 중 하나다.
고영하 엔젤투자협회 회장은 "IPO나 M&A를 통한 엑시트 경험이 있거나 대기업에서 임원을 역임한 투자자를 적극 영입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제시하는 자료의 투명성을 극대화하고 투자 이후에도 기업의 투명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해 동안 엔젤투자 인프라 구축에 힘썼던 한국벤처투자도 전문 엔젤투자자 양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는 "더 많은 창업 기업이 투자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투자와 함께 멘토 역할을 해줄 전문 엔젤투자자 양성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전한 엔젤투자 문화 정착을 위해 엔젤투자협회가 자율적 규제 기구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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