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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탄 엔젤투자, 시장실패 극복한다 엔젤투자 시장 2012년 205억 원 이상으로 성장...중간회수 시장 등장 필요성 제기

권일운 기자공개 2012-12-10 18:55:13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0일 18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 단계의 기업에 2억 원만 투자하면 정부에서도 2억 원을 투자한다."

대표적 시장 실패 영역인 엔젤투자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성된 엔젤투자매칭펀드의 기본 운용 방침이다.

첫 엔젤투자매칭펀드가 선보인지 1년이 지난 지금, 엔젤투자자와 창업자들은 '순조로운 출발'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며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을 것 같았던 매칭펀드는 이미 1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창업 활성화라는 기치를 내건 정부가 공적 자금 투입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은 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개인투자자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 등 관련 기관들은 엔젤투자자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

◇ 2012년 엔젤투자금액 205억 원 이상

한국벤처투자가 첫 엔젤투자매칭펀드를 결성한 것은 2011년 12월. 여기에는 시범사업 형태로 배정받은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매칭펀드 규모는 1년 만에 870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소재 기업들을 위한 맞춤형 펀드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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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현재 매칭펀드를 통해 투자된 금액은 102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투자 기업 수는 67곳이며 투자 건수는 72건에 달한다. 1개 기업에 2회까지 최대 3억 원을 투자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한 결과다. 건당 투자금액은 1억43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매칭펀드는 '엔젤투자자 투자매칭금액의 최대 1배수'까지 가능하다. 예컨대 엔젤투자자가 1곳의 기업에 1억 원을 투자하면 매칭펀드도 최대 1억 원을 투자한다. 매칭펀드 투자금액이 102억8000만 원이면 엔젤투자자들이 이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는 이야기다. 한 해 동안 최소 205억6000만 원의 엔젤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매칭펀드 투자 기업의 업력과 창업자들의 연령대는 시장에서 예상한 것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투자 기업 67곳 가운데 창업 1년 이상 3년 미만인 기업이 33곳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창업 1년 미만의 기업은 26곳이다. 창업자들의 연령대는 통상 '청년 창업자'로 간주하는 20대와 30대의 비중이 57.7%(38곳)로 가장 높다. 40대가 창업한 기업도 22곳(32.8%)이나 된다.

◇ GDP대비 엔젤투자, 미국 대비 60분의 1 불과..."벤처 버블 학습효과 탓"

엔젤투자란 개념은 1920년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등장했다. 배고픈 공연 예술가들을 돕는 후원자들을 천사라고 칭송한 것이 유래다. 최근에는 창업 또는 창업 초기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고 경영과 기술 자문을 수행하는 개인투자자를 엔젤투자자라고 부른다.

엔젤투자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2011년 한 해 동안 225억 달러(약 24조 원)의 엔젤투자가 이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엔젤투자 금액은 GDP 대비 0.002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공식 통계가 아니라 비상장 기업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신청한 소득공제 금액을 합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비상장 초기기업 투자가 생소한 것만은 아니다. 벤처 버블이 불던 2000년만 해도 3만 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5493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비상장 기업에 투자했다. 엔젤투자라는 개념이 소개되기 전이었지만 트렌드를 읽은 일부 개인들이 선구자 역할을 한 덕분이다. 일부는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

버블 붕괴를 겪는 과정에서 엔젤투자에 대한 인식은 급격히 추락했다. 한때 30%에 달하던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이 10%까지 떨어졌다는 점도 엔젤투자 시장을 위축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 이로 인해 창업과 벤처투자 시장 역시 암흑기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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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 中... 중간회수 시장 형성 '진행형'

중기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엔젤투자 활황기를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당근을 마련했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창업을 장려해야 한다는 시대적 분위기도 한 몫을 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전제돼야 하기에 이들을 위한 인센티브가 우선적으로 마련됐다. 한때 10%까지 줄어들었던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매칭펀드 출범과 동시에 20%로 상향 조정했다. 중기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소득공제율을 3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관계 기관들과 협의 중이며 곳곳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 투자인 만큼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엔젤투자자간 정보 교류의 장인 엔젤투자지원센터를 마련한 것이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 9월 엔젤투자자들이 결성한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엔젤투자 시장에 막 진입하거나 진입하려는 개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엔젤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엔젤투자에 나서는 개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지' 여부다. 투자자들도 최소 2~3년은 지나야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이 도래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이를 위해 중기청과 한국벤처투자는 다양한 엑시트 방안 마련에 고심했다. 가장 먼저 가시적 성과를 낸 분야는 엔젤투자자들의 구주를 인수토록 하는 엔젤지원형 세컨더리펀드다. 매칭펀드 보유 지분 중 50%를 엔젤투자자가 되살 수 있도록 하는 콜 옵션도 부여했다. 당초 기대치보다 좋은 성과가 났거나 엔젤투자자가 좀더 큰 '베팅'을 원할 때 행사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이다.

김신곤 브라더스엔젤클럽 회장은 "엔젤투자 이후 기업공개(IPO)로 엑시트 하기까지 10년 이상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IPO이전의 엑시트 수단을 마련하는 것은 수익 실현뿐 아니라 재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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