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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에 '팽'당한 HSBC, 마지막에 웃었다 6개월 전 자문사 지위 박탈···이후 리처드 리와 동남아법인 딜 성사 '반전'

민경문 기자공개 2012-12-21 14:06:44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1일 14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거래 규모가 2조원이 넘었던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 딜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끝이 났다. 유일하게 실속을 챙긴 투자은행(IB)이 있다면 HSBC가 단연 1순위로 꼽힌다. 6개월 전 바클레이즈(Barclays)와 공동으로 맡고 있던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자문 지위를 박탈당했던 HSBC였다.

이후 HSBC는 KB금융 대신, 아시아 최대 부호인 리카싱(李嘉誠) 청쿵(長江)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 리처드 리를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ING생명 홍콩, 마카오, 태국 법인거래를 성사시키며 부활에 성공했다. KB금융의 자문계약 해지 결정이 HSBC로선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자문사로 HSBC를 선정한 것은 올해 3월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ING생명 한국법인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각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뒤늦은 출발이었다. 글로벌 생명보험사들이 중심이 된 경쟁사가 이미 모간스탠리, 씨티 등 메이저 IB들을 자문사로 선점한 만큼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KB금융은 자문사를 두 곳으로 늘렸다. 어윤대 KB지주 회장이 평소 협력 관계를 지속해 온 바클레이즈를 추가로 합류시킨 것. ING생명 한국법인의 거래 규모가 2조 원을 상회했던 만큼 국내 메가딜 실적이 저조한 HSBC의 인수합병(M&A) 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갈등이 시작된 건 HSBC가 KB금융과 별도로 ING생명 동남아 법인에 눈독을 들이던 리처드 리와 자문 계약을 타진하면서부터다. HSBC는 홍콩 인력은 리처드 리를 자문하는데 집중하고, 조민제 부사장 등을 포함한 한국 인력이 KB금융을 대리하는 듀얼 전략을 취했다. 인수 대상이 엄연히 달랐기 때문에 이해 상충 논란은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B금융 측은 자문사 한곳이 복수 클라이언트를 대리하는 것에 반발하며 HSBC 실무진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자문에서 지난 6월부터 전격 배제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공동 주관사 선정의 실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한 데다 HSBC의 역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HSBC로서는 뒤늦게 참여한 바클레이즈에 자문사 자리를 빼앗긴 꼴이 됐다.

이후 HSBC는 홍콩 인력을 중심으로 리처드 리의 ING생명 동남아 법인 인수에 집중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ING생명의 홍콩, 마카오, 태국 보험 사업부는 리처드 리가 운영하는 홍콩 퍼시픽센추리그룹(PCG)으로 매각됐다. 거래 금액은 현금 21억4000만 달러(한화 2조3000억원)로 한국법인 예상 인수 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HSBC는 이를 통해 수백만 달러의 성과 보수를 챙겼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때까지도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은 여전히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단독 협상권을 확보한 KB금융이 매각 측과 가격 조율을 이뤄내며 거래가 타결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외이사의 반대가 발목을 잡았다. 결국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 인수 안건을 표결에 붙였지만 사외이사 설득에 실패하며 딜은 무산됐다.

IB업계 관계자는 "만약 HSBC가 KB금융과 자문계약을 유지해 리처드 리와 함께 복수 자문을 감행했다면 어느 것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KB금융에 ‘팽' 당한 것이 리처드 리에 전력을 집중, 동남아법인 인수를 성사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KB금융의 자문사로 남아 10개월 가까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자문에 매달린 바클레이즈로선 별다른 소득 없이 시간과 비용을 날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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