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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의 '벼랑끝 전술' 통할까 국민銀 노조 통한 사외이사 압박…찬반표결 강행여부 주목

이승우 기자공개 2012-12-17 19:30:21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7일 1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의 벼랑 끝 전술이 통할까.

ING생명보험 한국법인(이하 ING생명)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어 회장이 배수진을 치고 있다. 국민은행 노동조합을 통한 입장 번복은 물론이고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사외이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칫 독립적 사외이사를 통한 지배구조에 흠결이 발생할 지 우려된다.

◇ 비공식적 노조 설득·인원동원 '배수진'

17일 복수의 KB금융지주 사외이사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ING생명 인수에 찬성한다는 비공식 입장을 밝힌 이메일을 사외이사들에게 보냈다. 지난 3일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것에서 180도 돌아선 것이다.

이 이메일에는 KB지주 사업포트폴리오상 보험업이 필요하고 가격을 낮춰 국부 유출 논란을 잠재웠기 때문에 ING생명을 인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수가격이 2조2000억 원대면 현재 ING생명의 기업가치와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보도자료를 내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던 노조의 입장이 바뀐 것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어 회장이 은행 경영진을 압박한 결과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국민은행 고위 경영진의 강한 압박에 의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 노조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린 상황에서 벌어진 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어 회장이 은행 경영진을 동원해서 노조를 설득하고, 이를 통해 사외이사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는 말이다. 당초 정치적 여건 등 안팎의 여론 등을 감안해 인수 의지를 접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불식시킨 것이다. 달리 얘기하자면, 18일 이사회에서 반대 의사를 표시한 사외이사들과 찬반투표를 통해 결판을 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어 회장은 노조 설득 외에도 동원 가능한 모든 인맥을 동원해 사외이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5일 이사회가 끝난 이후 ING생명 인수 좌절 분위기가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며 "노조를 통해 인수 의지를 다시 표명한 것은 어 회장이 일종의 배수진을 치고 인수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 또 다른 카드 있나

노조의 찬성 메일을 받은 한 사외이사는 "메일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 메일과는 상관없이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를 통한 압박카드는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른 카드를 꺼낼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이사회에서도 2조2000억 원대라는 히든카드를 꺼내 이사들을 놀라게 했다. 18일 이사회에서도 또 다른 카드를 꺼낼 수는 있다. 다만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조7000억 원대에서 2조2000억 원대로 가격을 5000억 원이나 낮춘 것도 통상적인 딜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도 "가격 추가 협상의 여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신 ING가 보유하고 있는 KB생명 지분을 놓고 가격 협상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별개의 딜이지만 ING가 보유하고 있는 KB생명 지분(49%) 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식이다. 알려진 바로는 KB는 4000억 원 수준에서, ING는 7000억 원 수준을 주장했는데 이 가격을 낮추면서 ING생명 딜과 연계시키겠다는 뜻이다.

KB지주 한 관계자는 "지난 5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나왔던 것과 다른 차원의 카드를 내놓기 위해서라도 협상에 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결에 부칠 경우 상황은 예측불허다. 찬성파는 등기 이사인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 민병덕 행장이 확실하지만 반대파로 분류된 이경재 의장과 김영진 서울대 교수를 제외하고는 입장 표명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달 있었던 '베이징 해프닝'이 중립파로 분류되는 사외이사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18일 이사회에서 안건을 부의하지 않고서 결론을 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 사외이사들의 정치적 부담도 상당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압박하는 모습은 독립적 이사회라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흠결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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