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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의 '히든카드' 통할까 2.2조 제시에 놀란 사외이사들.."안팎 여건 비우호적"

이승우 기자공개 2012-12-07 14:28:20

이 기사는 2012년 12월 07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히든카드'였다.

예상을 뒤집는 수준으로 가격(2조2000억 원대)을 낮췄다. 협상 초기 2조7000억 원대와 비교하면 5000억 원 가량을 깎은 셈이다. 최근의 협상 가격으로 알려졌던 2조4000억 원대와 비교해도 한참 낮다.

가격을 낮췄다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KB금융지주 내부와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이 아직도 강하다. 어윤대 회장 스스로 발목을 잡은 중국에서의 음주 후 난동 사건도 감독당국이 견제하고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인수 포기를 전제로, 이사회 결정을 미룬 것이 어 회장과 사외이사들간 명분 쌓기용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움찔한' 사외이사들

"생각보다 가격을 많이 낮춰 놀랐다"

지난 5일 이사회에 참석한 KB금융지주의 한 사외이사의 전언이다. 다른 사외이사들도 마찬가지 반응.

특히 그동안 반대 의사를 내비쳤던 사외이사들을 긴장시켰다. '인수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가격이 높다'는 논리를 펼쳐왔는데 이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반대파로 알려진 한 사외이사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KB가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외이사도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해 놀랐다"며 "자료와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었다는 데 이사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 인하에 대한 다른 해석도 나온다. 당초 2조7000억 원 수준에서 계약을 서둘러 하려던 게 결국 KB의 협상력 부재를 반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력하면 낮출 수 있었는데 조급하게 딜을 마감하려 했던 게 협상의 신뢰와 노력 부족을 뜻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수 계약이 임박했다고 최초로 언론을 통해 흘러 나왔을 때 가격이 2조 6000억~2조7000억 원대인데 비싸다고 하니 2조2000억 원대까지 낮춰진 것"이라며 "결국 사외이사들의 논리가 맞았다"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안팎의 여건

어윤대 회장측이 던진 카드에 반대 의견이 어느 정도 누그러질지 미지수다. 낮춰진 가격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여건이 KB에게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은 내부가 문제다. 국민은행 노조는 인수 여부를 결정하기 이틀 전 성명서를 내고 반대 의견을 공식화했다. 인수 가격과 인수 이후 리스크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냈다.

감독당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인수전 초기부터 사전 타당성 점검을 거론하더니 배당 문제 그리고 베이징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것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사회가 열리는 당일 오전 어 회장의 음주후 난동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을 무언의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최종 열쇠는 결국 사외이사들이 쥐고 있다. 생각보다 낮아진 가격에 반대파의 논리가 약해질 수 있으나 사외이사들은 주변 상황과 여건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속개되는 18일까지 여론을 살피며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이사회 재개 일자가 대선 하루 앞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까지 안게 됐다. 가격 논리로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인수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면 2조2000억 원대로 낮춰진 가격을 놓고 재논의후 다시 정하자고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 5일 이사회 전 분위기는 인수 포기 쪽이 강했던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가정을 한다면 결정 연기는 어 회장과 이사들간 서로 부담을 덜어주고 명분을 주기 위한 시간 끌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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