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2월 2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닷컴이 2010년 출자한 일본 법인 '롯데닷컴재팬'의 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닷컴재팬의 부진한 실적으로 롯데닷컴이 적자전환된 것으로도 모자라, 설립 2년만에 자본잠식에 빠져 올 해에만 수차례 금융권에 손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마다 채무보증에 나서는 것은 출자사 롯데닷컴의 몫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닷컴이 올 한해 5차례에 걸쳐 선 롯데닷컴재팬의 채무보증 규모는 17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롯데닷컴재팬이 수차례 자금 수혈을 감행하면서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닷컴은 2010년 해외진출의 포부를 안고 62억 원을 출자해 롯데닷컴재팬을 설립했다. 그러나 2년 연속 적자폭을 키워가면서 출자사 롯데닷컴의 연결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닷컴재팬은 2010년 진출 첫해 1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이듬해에는 적자폭이 크게 늘어 순손실 89억 원을 기록했다. 보통 진출 초기의 부진에는 관대한 편이지만, 문제는 해를 넘길수록 적자폭이 커지며 롯데닷컴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닷컴의 연결기준 2010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27% 증가한 1350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92%, 98% 감소한 8억 원, 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29억 원과 4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결국 적자전환했다. 개별재무제표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7억 원, 64억 원 인 것을 감안하면 롯데닷컴재팬이 적자 전환에 단단히 한 몫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닷컴재팬의 재무상황마저 악화되는 모양새다.

2010년 62억 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롯데닷컴재팬은 누적 적자폭이 커지면서 잉여금이 바닥났고 결국 납입자본금까지 깎아먹었다. 지난해 말엔 자본금이 -48억 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롯데닷컴재팬은 열악한 재무상황 속에서 속속 차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닷컴은 2011년 감사보고서에는 롯데닷컴재팬의 차입금과 관련해 한화 102억 원('800백만엔')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차입은 모두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캐피탈 동경지점을 통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도 5차례에 걸쳐 롯데캐피탈과 신한은행, 국민은행의 동경지점에서 차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마다 롯데닷컴이 채무 보증에 나섰고 그 규모는 약 178억 원에 이른다. 공시에서 확인된 금액은 롯데닷컴의 채무보증 금액으로 실제 차입금은 178억 원 보다 많거나 적을 수 있다. 전례를 감안할 때 올해 차입한 금액은 운영자금이나 기존의 차입금 상환에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말 기준으로 롯데닷컴 재팬의 부채는 135억원에 이른다. 잉여자금이 전혀 없는 자본잠식 상황에서 운영자금을 차치하고 차입금 전액에 대한 상환에 나섰다고 보긴 쉽지 않다. 즉, 부채 규모나 차입금 의존도가 상당히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적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 살만 깎아먹기만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롯데닷컴재팬은 중국 등 아시아 온라인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진다는 포부를 안고 진출했으나 아직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잇따른 출혈로 재무상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캐피탈에 의존하던 차입구조를 은행권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업계는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시장규모가 30조 원을 형성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통신판매나 인터넷 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는 일본 역시 그 규모는 50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유통 거물들이 일부 출혈을 감수해서라도 탐낼 시장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강자이나 온라인에서의 입지는 오프라인에 미치지 못한다"며 "온라인은 특히 인지도와 신뢰도 문제가 직결되기 때문에 시장을 뚫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