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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리먼 사태 이후 '최악의 해' [Overview]ECM 규모 30% 가까이 급감...블록딜만 순증

박창현 기자공개 2012-12-28 23:09:26

이 기사는 2012년 12월 28일 2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주식자본시장(ECM) 규모가 앞선 두 해에 비해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이를 활용한 자본 조달 방안도 큰 매력을 끌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식시장과 기업실적에 민감한 기업공개(IPO)의 경우, IPO 르네상스로 불리는 2010년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1/10 수준에 그쳤다. ECM 프로덕트 가운데서는 블록딜만이 증가세를 보였다. 장기 경기 침체에 대비해 미리 유동성 확보에 나서려는 기업이 그 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3년 간 ECM 시장을 분석한 결과 2012년 ECM 전체 시장 규모는 30조원을 상회했던 과거 두 해보다 28% 가량 감소한 27조39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23조8424억원) 이후 최악의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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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경우 삼성생명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등 조단위 IPO 거래가 연이어 쏟아지면서 시장 규모를 키웠다. 또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여파로 워크아웃 기업이 늘어나면서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용 증자도 줄을 이었다.

2011년 역시 한계기업들이 자금조달 창구로서 주식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시장 규모가 전년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신용등급이 낮아 채권 발행이 어려웠던 조선과 해운, 건설업체들이 유상증자와 주식연계증권(ELB) 발행에 열을 올렸다. 이 시기 두산건설과 동부건설, STX조선해양, 한진해운 등이 ECM 프로덕트를 활용해 자금 마련에 숨통을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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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12년은 IPO와 유상증자, ELB 등 전부문에 걸쳐 거래 규모가 급하게 하향세를 보였다. 주식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섣불리 에쿼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을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나마 한계기업들이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고 유상증자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나선 거래가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거래 규모 면에서도 조 단위 메가딜은 커녕 1000억원 이상 공모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IB 하우스의 주관 실적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2012년 IB 하우스들이 주관한 ECM 거래 규모는 3조1226억원으로 지난해 8조1783억원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관 실적이 있는 증권사 수도 37곳에서 10곳 이상 줄어든 24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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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유형별로 살펴보면 올해 IPO는 28건의 거래가 완료됐고, 전체 규모는 1조93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규모가 10조원에 달했던 2010년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며, 지난해와 비교해도 거래 규모가 76%나 감소했다.

2010년은 IPO 르네상스로 불린다. 생명보험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동시에 상장되면서 IPO 시장이 큰 활기를 띄었다. 삼성생명(4조8881억원)과 한화생명(1조7804억원) 두 메가딜을 중심으로 만도(4980억원)와 현대홈쇼핑(2700억원) 등 알짜 그룹 계열사 상장 러시가 이어지면서 거래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겼다.

2011년에는 일본 대지진과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 위기 등 부정적인 외부 변수로 인해 싱장 규모가 2010년과 비교해 절반 가량 줄었다. 그럼에도 한국항공우주산업(5675억원)과 현대위아(5200억원), 하이마트(4197억원), GS리테일(3003억원) 등 중대형 거래가 쏟아지면서 평작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3조3838억원) IPO 시장과 비교할 때 2011년 공모 금액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2년 IPO 시장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먼 사태가 터졌던 2008년(8068억원) 이후 최악이었다. 거래 규모는 가까스로 1조원에 턱걸이를 했고, 무엇보다 거래 건수가 지난 두 해 대비 60% 이상 감소했다. 총 28건의 거래만 이뤄졌으니 한 달에 평균적으로 2~3건 밖에 딜이 없었던 셈이다. 현대오일뱅크와 KDB산업은행, 삼보E&C, 포스코특수강, LG실트론 등 대어급 거래들이 실적 악화와 수요예측 실패 등으로 연내 상장에 실패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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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시장 역시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거래 규모는 지난해와 비교해 6조6700억원 가량 줄었고, 딜 건수도 20건 이상 감소했다. 실적 악화로 기업들의 자본 확충 여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상증자 규모와 건수 역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년에는 출자전환 기업 증자 거래가 쏟아지면서 시장을 이끌었다. 금호산업(2조2527억원)과 태산엘시디(6162억원)가 대표적이다. 이 시기 포스코건설(5000억원)과 대한전선(5091억원)도 공모 방식으로 자본확충에 나섰다.

2011년에는 대형 증권사 유상증자가 한 축을 담당했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프라임브로커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것. 당시 발행금액만 2조8902억원에 달했다. 또 LG전자가 유상증자로 9804억원을 조달했다.

2012년 단일 거래로는 SK하이닉스의 SK텔레콤 배정 유상증자가 2조3425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유동성이 취약한 대한전선은 지난 2010년에 이어 2012년에도 34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생존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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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B 발행 규모와 건수 역시 최근 3년 중 2012년이 가장 적었다. 2010년 4조1138억원 규모로 발행됐던 ELB는 2011년에 4조9053억원까지 발행액이 늘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금액이 전년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BW 주주 우선공모라는 새로운 거래 방식이 등장했고, 코오롱생명과학(300억원)과 동부건설(1000억원), STX조선해양(1000억원)이 이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또 포스코가 SK텔레콤 미국주식예탁증서( ADR)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엔화표시 EB건도 랜드마크딜 중 하나였다.

2012년에는 주식 시장 침체와 맞물려 ELB 발행 금액이 지난해보다 21% 감소한 3조8616억원을 기록했다. 발행 건수 역시 50건 이상 줄었다. 다만 올해도 한계기업들의 BW 활용은 계속 이어졌다. 지분율 희석을 담보로 시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쓴 셈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STX그룹과 동부그룹이다. STX그룹의 경우 3월 STX팬오션(2500억원)을 시작으로 8월과 9월에도 STX(1000억원)와 STX조선해양(2000억원)이 BW 로 신규 자금을 조달했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도 각각 1000억원, 800억원 규모로 BW를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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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블록딜은 ECM 프로덕트 가운데 유일하게 2011년 대비 규모와 건수가 모두 늘었다. 2012년에는 특히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계열사 지분이 시장에 자주 나왔다. 그 결과 블록딜 규모는 2011년보다 4.4% 증가한 5조7606억원을 기록했고, 거래 건수도 최근 3년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26건으로 집계됐다.

앞선 두 해 동안에는 금융지주사의 조단위 블록딜이 시장에 나오면서 거래 규모를 크게 키웠다. 2010년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지분 9%를 1조1607억원에 처분했고, 2011년에는 KB금융지주 지분 9%가 블록딜 매물로 나왔다. KB금융지주 블록딜에 나선 국민은행은 지분 처분을 통해 1조8632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2012년에는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 거래가 규모면에서 1, 2위를 차지했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자동차(지분 1.45%) 블록딜이 7042억원으로 거래 규모가 가장 컸다. KCC의 현대중공업(3.27%) 블록딜이 69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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