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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모사채로 CDS-ABCP 유동화 잇달아 LG전자·롯데쇼핑·GS칼텍스 등 발행…증권사, 담보 편입 위해 저금리 제시

황철 기자공개 2013-02-12 14:53:43

이 기사는 2013년 02월 12일 14: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이 우량 대기업의 사모사채를 인수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대거 발행했던 CDS연계 ABCP의 기초자산이 여신전문금융회사 채권에서 일반기업 회사채 등으로 다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만 LG전자, 롯데쇼핑, GS칼텍스, 현대제철 등 신용등급 AA급의 대기업들ABCP에 편입할 사모사채를 발행해 증권사들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사모사채 발행 자체가 공시 제외 대상인데다 ABCP에 대한 발행 정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정보투명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ABCP용 사모사채가 유통금리에 비해 낮은 금리에 발행되고 있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유동화용 회사채 확보를 위해 저금리에 채권을 인수해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등 과열 양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장기 CP 규제 앞두고 대기업 사모채 발행 확산

LG전자는 7일 3000억 원 어치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글로벌프론티어제삼차와 에스와이슈페리어 등 복수의 SPC에 편입돼 CDS 연계 ABCP의 기초자산으로 사용됐다.

채권 만기는 5년 1개월여로 2018년 3월21일로 설정돼 있다. 만기구조가 애매한 것은 ABCP의 기초자산 중 하나인 CDS 계약 예정만기일(2018년 3월20일)에 맞추기 위해서다.

글로벌프론티어제삼차는 NH투자증권과 ISDA(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간에 체결한 CDS 계약 2건과 연계해 있다. ABCP 발행액은 1182억 원이다. LG전자 사모사채는 CDS 계약의 담보물이기도 하다. 에스와이슈페리어 역시 동일한 구조로 ABCP 638억 원 어치를 찍었다. CDS 계약 주체는 SK증권과 Berkshire Hathaway Inc.다.

같은 목적의 대기업 사모사채는 올해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1월10일 현대제철이 2000억 원 어치를 찍으며 포문을 열었고 25일 KT렌탈이 53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29일 GS칼텍스와 롯데쇼핑도 각각 1000억 원씩을 찎었다. 2월 들어서도 5일 KT렌탈이 540을 추가 발행했고 7일 LG전자가 3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금액은 총 8070억 원에 이른다.

사모사채

만기일은 모두 2018년 3월21일로 동일하다. 일반적으로 CDS 계약은 5년이 기본이다. 최근 나온 동일만기 채권 대부분이 신용파생 연계 ABCP에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

그동안 신용파생 연계 ABCP의 주된 기초자산은 카드사 채권이었다. 지금도 한축을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여전채 발행이 줄면서 증권사의 먹거리도 부족해 졌다. 이에 따라 ABCP 구조를 고안한 증권사들은 조달수요가 많고 담보 가치가 높은 우량 대기업의 채권으로 눈을 돌렸다.

◇ 증권사 ABCP 원활한 발행 위해 저금리 제시

1월 발행이 많았던 것은 2월 신용평가사의 미공시 CP 규제와 장기 기업어음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화가 도입될 것에 대비한 탓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장기 CP 규제가 3개월간 유예되기로 하면서 앞으로 사모사채 발행이 더 늘어날 개연성은 존재한다.

채권 발행 기업으로서는 조달비용이 싸고 차입 자체를 숨길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사모사채 금리는 만기 5년이 넘지만 3%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롯데쇼핑 3.05%, GS칼텍스 3.09%, LG전자 3.11%, KT렌탈 3.21%, 현대제철 3.27% 등이다. 발행 전일 개별 민평보다 2bp~6bp 가량 낮다. LG전자 사모채 발행 당시 5년물 개별 민평 수익률은 3.17%로 표면수익률과 6bp 차이가 났다. KT렌탈 4bp, 롯데쇼핑 3bp, GS칼텍스도 2bp 가량 발행전일 민평보다 금리를 낮췄다.

신고서 제출 의무가 없고 발행 절차가 간편해 제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기업에겐 메리트다. 무엇보다 수요예측 등 번거로운 절차를 줄일 수 있어 조달 편의성이 높다.

유동화에 나서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담보자산의 금리보다는 CDS 프리미엄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이를 ABCP의 원활한 발행과 사모사채의 편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대기업 사모사채 금리가 수급과 전혀 상관없이 정해져 공모채 시장의 가격 결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량 대기업의 입장에서 저금리 조달이 가능한 사모사채를 발행한다는 자체를 문제삼기는 어렵다"라며 "하지만 공모 회사채 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사모사채 금리가 비이상적으로 낮게 형성될 경우 공모채의 가격을 왜곡할 위험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또 "증권사 입장에서는 역마진만 아니라면 사모사채 금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ABCP의 원활한 발행을 위해 금리를 더욱 끌어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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