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해외채권, 환투기 상품으로 전락하나 남아공 채권 매도 경고 불구하고 국내 판매...해당국 분석 능력 미흡

이승우 기자공개 2013-03-21 10:46:11

이 기사는 2013년 03월 21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브라질채권으로 시작된 해외채권 투자가 다양화되고 있다. 멕시코와 터키에 이어 인도, 러시아 멀게는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투자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 경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단지 환율에 베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국가는 경상적자 확대로 글로벌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으로 인한 환손실 가능성 뿐 아니라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이달 중 남아공 국채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브라질과 멕시코에 이어 러시아 국채를 물색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인도 국채 판매를 시작했다. 대부분 연 5~7% 내외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채권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브라질 국채에 비해서는 매력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쿠폰금리가 낮은데다 비과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대를 거는 게 바로 환율이다.

신흥국 대부분의 통화가 최근 평가 절하되면서 향후 상승 가능성에 베팅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채권 자체의 금리 이익과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사실상 환율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투자 여부의 주요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환율 외 거시경제 변수나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소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남아공 랜드화
원화대비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추이

특히 대우증권이 준비하고 있는 남아공 국채의 경우 가격 하락 가능성이 상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재정 악화와 사회·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공 국채의 투자매력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외신에 따르면 남아공의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08년 말 27%에서 2012년 말 41%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경상적자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때문에 신평사들이 경고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 피치는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각 BBB(부정적), Baa1(부정적), BBB(안정적)로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S&P와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한 노치씩 강등했고 올해 1월 피치도 대열에 합류했다. S&P와 무디스는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두면서 향후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남아공 시장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설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경고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한동안 랜드화 투매가 이어진데 비하면 채권 매도는 잠잠한 편이었다"면서도 "외환시장에 스트레스가 가중되면 상황은 얼마든 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시에테제네랄은 EM옵티멀 현지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남아공 비중을 낮췄다.

인도 루피화 추이
원화 대비 인도 루피화 추이

인도도 마찬가지. 피치는 올해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도의 2013년과 2014년 회계 연도 GDP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FY13(3월 31일 결산) 전망치는 종전 6.0%에서 5.0%로, FY14는 7.0%에서 6.0%로 각각 낮췄다. 지난해 4분기 인도 경제의 실질 GDP 성장률은 4.5%로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전기 5.3%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6월 피치는 BBB-(안정적) 이던 인도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BBB-는 투자 적격등급 중 가장 낮다. 당시 큰 폭의 재정 적자와 높은 인플레이션, 성장 친화적 개혁 실패 등이 전망 하향 조정의 원인으로 꼽혔다.

남아공과 인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대한 분석도 심도깊게 이뤄질지 미지수다. 금융위기에 이은 유럽 재정 위기 등에서 봐왔듯, 국가 경제 상황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이들 국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크로를 담당하는 리서치센터의 이코노미스트중 이들 국가를 커버하는 인력은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고금리 상품에 대한 유혹으로 해외채권을 사고 있는데 점점 환율에 베팅하는 식의 상품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브라질 채권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증권사들이 나오니 후속 주자들이 해당 국가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무분별하게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