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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평채 주관, 도이치증권의 부활 신호탄? 옵션사태 이후 국내 IB시장 퇴출…"면죄부 너무 이르다" 비판도

한희연 기자공개 2013-04-19 16:07:28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9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 시장에서 도이치증권의 약진이 놀랍다. 지난해 한국물 주관순위 2위를 기록하더니 4년만에 나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의 주관사까지 따내 화제가 되고 있다. 2010년 옵션 사태 이후 주요 공기업 등에서 출입금지를 당해 사실상 퇴출되다시피 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회복력이다. 국내외 증권업계와 한국물 발행사들도 도이치증권이 외평채 주관사까지 된 것은 완전한 부활 신호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도이치증권은 최근 새로운 대표를 영입하는 등 실추된 브랜드 신뢰도 살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옵션사태 등으로 한국 시장을 농락하다시피 한 금융기관에, 너무 빨리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높은 상태다.

◇ 옵션사태로 물의 일으킨 도이치證, 외평채 발행 주관에 포함

지난 4일 기획재정부는 6개 IB를 외평채 발행 주관사로 선정, 맨데이트를 부여했다. 주관사단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도이치증권, 골드만삭스, HSBC, 한국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으로 꾸려졌다. 주관사단의 선정 기준은 리그테이블, 한국경제에 기여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알려졌다. 미국계 2곳, 유럽계 2곳, 국내 IB 2곳을 선정하는 등 지역별 안배도 고려된 모습이다.

주관사단의 윤곽이 나오자 단연 도이치증권은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옵션사태로 국내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이치증권이 별다른 사과나 자성의 목소리 없이 면죄부를 받아도 되느냐가 쟁점이었다.

도이치증권은 지난 2010년11월11일 장 종료 10분간 의도적으로 2조4000억 원의 주식매도 주문을 내며 사기성 거래를 의심받았다. 이 주문으로 인해 외국인 등의 차익거래 포지션이 일시에 청산되며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고, 국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일부가 큰 손해를 입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도이치증권에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고 일부 임직원을 검찰에 기소하기도 했다.

특히 도이치증권이 국내 시장에 혼란을 준 것은 2011년 옵션사태가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05년에도 도이치증권 등 일부 외국계은행이 공기업과 비정형 파생상품거래를 한 사실이 포착되면서,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제재심의위원회가 해당 기관에 '3개월간 파생상품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후 제재는 '기관경고'수준으로 낮아졌지만, 이후 금감원은 도이치 봐주기 아니냐는 논란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또 지난해에는 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지난 2009년 도이치증권의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봤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만기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기초자산을 대량으로 내다 팔았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이나 그에 준하는 행위"라며 1심에서 도이치증권에 패소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 "공식적 면죄부, 너무 이르다" 일부 우려…도이치, 새 대표 영입으로 변신 시도

2010년 옵션사태에 대한 조치 이후 도이치증권은 사실상 퇴출, 국내 IB업계에서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옵션사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2011년4월 포스코 달러채, 8월 농협 달러채와 포스코 교환사채, 9월 한국정책금융공사 사무라이채권 주관사에 도이치증권이 선정되며 다시 국내 IB딜을 따기 시작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 나오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면 개별 회사 딜의 주관사 선정 권한은 해당 회사에 있다. 때문에, 도이치증권이 하나둘 국내 IB 딜을 따기 시작한다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지적할 명분은 없는 게 사실이다. 2011년 맛보기로 하나둘 국내 IB딜에 참여하던 도이치증권은, 2012년엔 본격적으로 국내 IB 시장에 재입성하는 모습이다.

이는 리그테이블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기관의 해외채권 주관시장에서 도이치증권은 2009년 2위, 2010년 1위 등 선두를 놓치지 않았지만, 옵션사태의 영향으로 2011년 17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2012년 21개의 딜을 주관하며 다시 2위를 차지했다. 2013년 들어서도 1분기 중 3개의 딜을 주관하며 8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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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이치증권의 재입성을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던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외평채 주관사에 도이치증권이 포함되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별회사의 딜과는 달리 외평채는 국가 이름을 걸고 나오는 딜이기 때문에 상징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딜을 주관하는데 도이치증권이 포함됐다는 것은, 결국 국내 시장에서 도이치증권에 공식적으로 면죄부가 부여됐다는 의미란 얘기다. 옵션사태가 일어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면죄부를 얻은 것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도이치증권이 지난해 리그테이블에서 높은 순위를 보이긴 했지만, 단순히 실적 외에도 정부 딜 주관엔 도덕성 등도 고려대상이 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외의 선정에 전관예우 아니냐 등 여러 소문이 양산되고 있기도 하다.

국제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정부 딜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도이치증권이 주관사로 포함됐다는 것은 국내시장에서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사건이 터지고 복귀까지의 기간이 너무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이치증권은 최근 국내 시장에서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를 위해 안성은 대표를 BofA메릴린치에서 스카웃 하기도 했다. 한국대표직은 물론 메릴린치 사직에 따른 주식 및 스톡옵션 패키지를 대부분 보상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한국내 IB 영업 재개를 위해 2004년까지 도이치증권 서울지점 기업금융부 대표를 맡았던 안 대표를 재영입,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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