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계열 "규제 피하자"…장기 기업어음 발행 대림INS 3년물 600억원…대림코퍼·대림산업 이어 세 번째
황철 기자공개 2013-05-03 21:16:55
이 기사는 2013년 05월 03일 2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림아이앤에스가 설립 후 처음으로 기업어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공교롭게도 정부가 장기 기업어음에 대해 증권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규제를 시행하기 직전 3년짜리 장기 기업어음을 발행했다.조달자금은 7월 말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기까지 약 3개월여의 여유가 있지만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발행을 서두를 흔적이 역력하다. 대림그룹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회사채 수요예측과 장기 기업어음 신고서 제출 의무를 피하기 위해 조달을 서둘러 왔다. 대림코퍼레이션과 대림산업은 1월과 2월 3년물 기업어음 각각 500억 원, 2000억 원 어치를 발행한 바 있다. 용도는 모두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용이었다.
사실상 그룹 재무전략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대림산업은 "건설사 계열의 회사채 수요예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장기 기업어음 발행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최고의 신용등급(AA-)을 갖춘 대형 건설사치고는 격에 맞지 않는 재무정책을 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림아이앤에스는 2일 3년 짜리 기업어음 6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금액은 7월28일 만기도래한 1회차 채권 상환액 600억 원과 동일하다. 대림아이앤에스의 차입금은 회사채 잔량이 전부다. 현금성 자산이 이를 상회해 사실상의 무차입 상태에 있다.
향후 신사업 진출로 자금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재무지표로만 보면 차환 수요 외에 당장 외부조달을 크게 늘릴 상황은 아니다. 공모채 차환을 위해 수요예측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느니 장기 기업어음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만하다.
특히 모기업인 대림산업은 지난해 두 번의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자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한 기억이 있다. 현재 개별 민평금리도 AA- 등급 내에서 GS건설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편이다. 현대건설과는 3년물 기준 약 40bp나 차이가 난다. 대림산업 계열 역시 모기업의 공모채 투자자모집 실패가 트라우마로 남을 만도 하다.
하지만 개별민평의 확대는 대림산업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건설사 수요예측 실패는 업계 공통의 문제였다. 현대건설·삼성물산·포스코건설 등은 꾸준한 채권 발행을 통해 민평수익률을 끌어 내렸다. 활발한 시장 참가를 통해 재평가를 받아온 것이다.
하지만 대림산업은 사모 성격의 장기 기업어음 발행으로 차환 수요에 대처하며 다른 AA급 건설사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미상환 잔량 또한 많지 않아 유통이 활발하지도 않다. 거래를 기본으로 산정하는 민평금리가 크게 바뀌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림산업은 건설업종 내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재무정책을 유지한 기업으로 알려져 왔다. 대림아이앤에스·대림코퍼레이션 등도 대림산업의 지휘 하에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 보여지듯 재무정책이 투명성을 높이기 보다는 오히려 불투명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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