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에 '합의' 제안 "승강기 인수 안할테니 회계장부 보여달라"..현대측은 '난색'
김장환 기자공개 2013-05-13 08:28:59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3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소송을 진행 중인 쉰들러(Schindler Holding AG)가 현대엘리베이터에 합의를 제안했다.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쓸테니 파생상품 계약 내용이 담긴 회계장부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받아들여지면 소송을 철회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서울고등법원 민사40부에서 열린 회계장부열람등사 가처분 소송에서 쉰들러 측 변호인단 김앤장은 이 같은 제안을 현대엘리베이터 측(세종)에 공개적으로 전달했다. 더불어 장부를 보여주면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약정서를 작성하겠다는 생각도 함께 밝혔다. 법원의 중재 하에 거액의 위약금을 걸고 두 가지 서약서를 작성하겠다는 제안이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곧바로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주지원에서 진행 중인 파생상품 신규계약을 금지해달라는 위법행위유지 청구소송 외 가처분 소송들에 한해서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이사회의사록 열람 소송 역시 고등법원에서 진행해오다가 지난달 패소했다. 현재 상고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쉰들러의 합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제안 자체가 사실상 '말장난'에 가깝다는 반박을 내놨다. 관련 합의서에 담긴 내용 때문이다. "신청인(쉰들러)은 피신청인 '의사에 반해'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다. 승강기사업부를 매각할 경우에는 인수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본적으로 파생상품 계약 내용이 담긴 회계장부를 쉰들러에 보여주면 신규 파생계약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계약 내용이 세세하게 공개되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부담을 느껴 파생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더불어 새로운 FI를 끌어들이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만약 파생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면 결국 승강기사업부를 외부에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경우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할 업체는 국내외를 통틀어 쉰들러가 유일하다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파생계약을 압박하는 배경에 바로 이런 내막이 숨어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쉰들러가 재판부에 직접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지 않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새로운 고민에 빠지게 됐다. 그동안 회계장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현대엘리베이터 측 반박의 핵심 주장은 "이미 계약 내용들이 상세하게 공시가 다 돼 있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파생계약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주주로서 건전한 행위가 아닌, 회사를 흔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쉰들러가 승강기사업부를 인수하지 않겠으니 장부를 공개하라고 제안하면서 관련 주장은 당위성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 역시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쉰들러가 적대적M&A의 의도가 있다고 치더라도 파생상품 이익과 손실이 다 공시가 돼 있는데 계약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재판부는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파생상품 계약을 공개할 경우 회사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답변을 요구했다. 또 쉰들러가 제안서를 공식적으로 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세종은 현대엘리베이터와 관련 내용을 상의한 후 재판부에 최종 답변을 내기로 했다. 답변 시한은 5월 말까지다.
업계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쉰들러의 합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쉰들러가 협업자의 위치에 있고, 또 승강기 사업부 인수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현대엘리베이터가 관련 (이사회의사록 열람) 소송에서 졌다면 몰라도 법원의 기각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합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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