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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오너 서경배·서민정 증여, 문제없나 증여후 작년 실적 큰 폭 성장..2006년 증여 우선주는 여섯배 뛰어

문병선 기자/ 김익환 기자공개 2013-05-28 10:37:27

이 기사는 2013년 05월 27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오너 부녀간 지분 증여는 별 문제가 없는 거래였을까. 정황 만으로보면 거액의 증여세를 아끼기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여러 곳에서 엿보인다.

만일 별 문제가 없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를 통째로 후계에 넘길 수 있는 독특한 승계 모델로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우선주 증여, 가치평가 적정한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총 세차례 장녀인 서민정씨에게 지분을 증여했다.

첫번째는 2006년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태평양에서 인적분할돼 떨어져 나온 아모레퍼시픽 우선주(20만1488주)다. 서 회장은 자회사-지주회사 주식 스와프(Swap) 직전 이 우선주를 증여해 딸이 지주회사 지분으로 교환할 수게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에서 계산한 시가는 총 415억원(주당 20만) 어치다. 서민정씨는 이듬해 3월 증여세로 8만8940주(약 183억원)의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납부했다.

문제는 증여 규모가 축소돼 신고됐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 회장이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재산은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다. 이 주식은 그룹측의 신고 대로 당시 415억원 어치 규모였고 증여세는 약 50%에 달하는 183억원이다. 증여 가치를 415억원으로 평가하면 잘못된 계산이 아니다. 그룹측은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의 우선주와 보통주간 괴리율을 비교해 이 가격을 도출해 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교환권'과 '전환권'의 가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 당시 서 회장이 서민정씨에게 증여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는 '아모레퍼시픽그룹(당시 태평양)' 신형우선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을 갖고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아모레퍼시픽의 보통주와 우선주를 공개매수 및 장외매수를 통해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는 10년 후 아모레퍼시픽그룹 보통주로 자동전환되는, 전환권도 함께 갖고 있었지만 역시 가치계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민정씨 보유 우선주 가치 변화

실제 서민정씨는 수증재산 중 일부를 증여세 물납 용도로 남겨놓고 나머지 우선주 전체를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로 교환해 갔다. 증여세는 아모레퍼시픽의 구형우선주로 납부했으나 본인은 구형우선주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신형우선주로 바꿔갔다. 이 신형우선주의 가치는 최근 1300억원대로 불어났다.

물론 증여 이후 시간이 흘러 증여재산의 가치가 늘어나는 경우는 다반사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당시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아모레퍼시픽의 우선주를 주당 20만6000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보통주를 주당 46만8500원으로 계산해 공개매수에 나섰다. 이를 감안하면 증여시점에서도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될 권리를 갖고 있는 우선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건 아닌 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회계법인 한 관계자는 "국내 증여세는 증여시점의 가치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며 "증여시점이 교환 이전이었다면 교환 이전의 가치로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증여 시점에 이미 교환권과 전환권을 가지고 있었고 당사자들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시각이 엇갈린다. 만일 당시 우선주를 보통주의 가치와 대등하게 평가해 가치를 매겼다면 증여세 규모는 거의 두배 정도 늘어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니스프리·에뛰드, 지분 증여 이후 실적 '훨훨'

두번째 증여는 이니스프리 지분 증여다. 정확한 증여 시점은 파악되지 않고, 지난해였던 것으로만 추정된다. 서 회장은 서민정씨에게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18.18%)를 증여했다. 직전해 결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비상장주식을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기준 이니스프리의 순자산가액은 대략 390억원대로 평가된다. 이 순자산가액의 18.18%는 71억원이다.

30억원을 초과하는 증여재산에 적용되는 증여세율은 약 50%다. 여러 공제를 빼면 45% 내외다. 서민정씨의 경우 수증재산이 71억원이었다면 대략 35억여원을 증여세로 납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지분을 온전히 가지고 있으므로 물납보다 현금납부를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해 이니스프리는 공교롭게도 지분증여가 이루어진 이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매출은 1400억원에서 2294억원으로 64% 급증했다. 당기총포괄이익은 280억원으로 87% 늘었다. 2012년 기준 배당금이 49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배나 늘렸다.

만일 올해 시점에서 지분을 증여했더라면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결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가치평가를 했을 것이고 증여규모와 증여세 규모가 크게 달라졌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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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증여는 에뛰드 지분 증여다. 이니스프리와 마찬가지로 시점은 파악되지 않고 지난해였던 것으로만 추정된다. 서 회장은 서민정씨에게 에뛰드 주식 18만1580주(19.52%)를 증여했다. 에뛰드 지분증여의 문제점 역시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니스프리 지분 증여사례와 유사하다. 지분증여 후 실적도 좋아졌고 배당도 그 이전해보다 늘렸다.

특히 에뛰드와 이니스프리는 2011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각각 240억 원, 260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화장품업계 M&A 딜이었던 LG생활건강의 일본 긴자스테파니 인수전 때 매입가격은 EBITDA 대비 10.5배였다. 에뛰드를 비롯해 브랜드숍이 가파른 성장세를 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가치를 잡아도 EBITDA 대비 10배는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EBITDA 기준으로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가치는 최소 2400억 원, 2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만일 이 계산으로 증여 규모를 계산한다면 앞선 순자산가액을 기준으로 한 증여 규모와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증여세 규모도 거의 10배 가까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재벌의 증여는 늘 세간의 관심이다. 그룹의 지배권과 연관이 있고 증여 규모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경제민주화 논의가 불붙으며 '부의 대물림'에 대한 여러 견제장치가 입법화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오너 부녀간 지분증여는 절세와 탈세, 그리고 편법과 합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우에 따라 지주회사를 후계에게 넘기는 전략적인 승계 사례로 읽힐 수 있다. 일단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오너는 2세에게 지주회사 지분을 증여세를 납부하고 통째로 증여하는 방법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의 우선주 증여 방식, 그리고 지주회사의 핵심 자회사 사업을 떼어내 조각 지분만을 후대에게 증여한 후 그 회사 규모를 키우는 방식 등이 다른 그룹에서도 원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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