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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 사장 경험이 큰 밑천 이창호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센터 PB

이상균 기자공개 2013-06-11 09:44:40

이 기사는 2013년 06월 05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창호 팀장(사진)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증권사에서 사회의 첫 발을 내딛어 10년간 근무한 뒤, 고깃집을 직접 운영한 경험이 있다. 광우병 사태로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린 뒤에는 궁여지책으로 보험설계사로도 근무했다. PB와 비교해보면 쉽사리 연상이 되지 않는 직업들이다. 입사 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온 유명 PB들과 견줘봐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인생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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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사장도 해봤고 직접 고객들을 만나가며 보험도 팔아봤으니 언변이 청산유수일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인터뷰 내내 말 한마디 제대로 뽑아내는 게 쉽지 않았을 정도로 이 팀장은 눌변이다. 인터뷰 초기에는 ‘이런 말솜씨로 어떻게 영업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의문은 조금씩 풀려갔다. 이 팀장은 영업의 달인에게 느껴지는 영민함과 달변, 신속함은 없었지만 우직함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자신에게 믿음을 준 고객들에게는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에이스 투수보다는 팀이 어려울 때마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공을 던지는 마당쇠 투수를 연상케 했다.

-상당히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들었다.

▲1993년 동부증권에 입사해서 10년간 주로 지점에서 근무했다. 근무지는 삼성역과 청담역 등이었고 광화문에서는 지점장까지 역임했다. 2003년에 부하 직원과 고객 간에 손실 분쟁이 생기면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회사를 그만뒀다. 그 뒤에 택한 것이 경기도 일산에 고깃집을 직접 차린 것이었다.

-그래도 잘나가던 증권사 지점장이었는데 갑자기 외식업으로 업종을 전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10년간 영업마인드를 가지고 살아왔으니 여기에 외식 아이템을 적용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어차피 고객을 끌어들여 상품을 판다는 기본적인 원리는 똑같지 않은가.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다. 2003년 12월에 광우병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당시 소의 특수부위를 수입해 팔았는데 수입이 전면 금지되면서 원재료 구입 통로가 막혀버렸다. 결국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사업 실패에 대한 후유증이 컸을 것 같다.

▲후유증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입장에서 다시 재도약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강했다. 그래서 공백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기 위해 여러 곳을 알아봤다. 2004년 말에 메트라이프생명에 들어가 재무설계사(FSR) 업무를 시작했다.

-사실상 보험설계사 업무를 하게 됐는데 이전의 증권사 업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오직 주식 시세에만 집중했고 그게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보험설계사 업무를 하면서 연령별 노후관리와 인생자산 설계 등을 통해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본격적으로 PB 업무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2년 10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지점 내에서 영업챔피언도 하고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나름 잘나가는 보험사 직원이었는데 다시 증권사로 복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메트라이프생명에서 2007년 9월까지 일하다가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동하게 됐다. 당시 펀드 등 간접투자가 늘어나면서 금융환경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기다. 특히 펀드 활성화로 향후 증권업 규모가 더욱 커지고 PB의 역할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보험영업을 하면서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에 다시 증권사로 복귀해도 충분히 제 몫을 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현재 고객자산은 어느 정도 되는가?

▲개인고객 자산만 800억 원 정도 된다. 법인자산을 합치면 수천억 원 규모가 되지만 PB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금액이다. 고객 연령대는 주로 50~60대로 중소기업 오너와 강남지역의 부동산보유자, 전문직 종사자, 은퇴한 대기업 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압구정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3월에 여의도센터로 이동했기 때문에 고객들이 강남에 많이 몰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고객 숫자는 약 100명이다. 동부증권 시절부터 현재까지 인연을 맥고 있는 고객도 10명 정도 된다.

-자산 배분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주식형 랩상품 비중이 50% 가량 된다. 한국투자증권의 프로핏이라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30%는 주식혼합형 펀드에 배분한다. 롱숏전략을 쓰는 펀드나 배당을 노리는 가치주 펀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박스권 증시에서는 롱숏전략을 통해 연간 6~8% 수익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ELS와 DLS는 2011년까지만 해도 투자비중이 30~40%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규로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변동성이 낮아지면서 쿠폰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투자매력이 많이 감소했다. 이밖에 단기자금 성격의 MMF나 CMA에도 10% 정도를 투자한다.

-향후 자산관리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장기적으로는 해외에서 투자기회를 찾는 게 맞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운 편이다. 해외채의 경우 환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주력상품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로서는 자산의 5~10% 수준이 적당해 보인다. 가장 밝게 보는 상품은 리츠(부동산투자신탁)다. 상업용 부동산과 해외 부동산을 좋게 보고 있다. 안전하면서도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품이다. 최근 고객들에게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를 많이 제안하고 있다.

범위를 하반기로 좁히면 우선주와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 비해 기업들의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기 때문에 우선주 가격이 할인될만한 이유가 많이 사라졌다. 이미 보통주와의 가격 괴리율이 많이 좁아지고 있다. 저금리의 지속으로 배당주의 투자매력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물론이다. 아침 7시 반까지 출근해 저녁 9시 이전에 퇴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검토하고 공부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새롭고 복잡한 금융상품이 쏟아지다보니 고객들에게 제안하기 전에 고민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PB 생활을 하면서 감명 깊었던 순간이 있다면?

▲사실 투자 수익이 항상 잘 나올 수만은 없다. 고객들도 그것을 잘 안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하느냐 여부다. PB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면 결과가 안 좋아도 한 번 더 믿고 맡겨주더라. 서브프라임 위기가 터진 2008년과 유럽 금융위기가 터진 2011년에 이런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PB로서 나만의 강점이 있다면?

▲성격이 예민한 편이지만 고객들을 만날 때는 낯가림이 거의 없다. 고객과 첫 만남에서도 비즈니스를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자금유치를 목적으로 하면 '을(乙)' 마인드에 젖어 내 자신이 작아진다. 그보다는 나보다 성공하고 탁월한 사람을 만나니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로 접근하려 한다. 고객들도 그런 점을 좋게 봐주는 것 같다.

PB는 잠재고객을 발굴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영업력과 금융상품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과거 고깃집 경험이나 보험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해당 상품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공부를 했고 적극적으로 고객과 접촉했다. 만약에 증권사에서만 근무했다면 PC 모니터 앞에서 수익률에만 집착했을 것이다.


◆이창호 한국투자증권 여의도센터 팀장(PB)

△1993~2003년 동부증권
△2003년 101 막구이 대표(2003)
△2004~2007년 메트라이프생명
△2007~2012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2012~현재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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