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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운사, 실종된 당국

김익환 기자공개 2013-06-17 10:02:37

이 기사는 2013년 06월 14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계가 좌초위기에 떨고 있다. STX팬오션 법정관리는 위기에 직면한 해운사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자금조달 시장에서 해운업계 입지가 더 좁아졌기 때문이다. 회사채와 은행 대출 등 기본적인 자금 조달채널이 막히자 장기운송계약에서 생길 장래매출채권을 미리 당겨 유동화(ABCP)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보유 장래매출채권을 해운사가 대부분 유동화해서 남아있는 자산이 없다고 한다. 해운사 지원을 위해 수출입은행도 대형선사의 매출채권을 뒤졌지만 마땅히 유동화할 자산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으로 근근이 만기도래한 빚을 막고 있는 처지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해운사 BW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까닭에 BW 발행을 이어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해운시황 침체의 골은 깊기만 하다. 올해 하반기 시황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은 쏙 들어갔고 내년 하반기까지도 어렵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내년까지 버틸 해운사는 손에 꼽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 해운업계 양강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존망의 기로에 섰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엄살이 아니다. 연간 1조 원대 달하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선박금융 이자를 갚기도 빠듯하다. 중소선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적자의 골은 깊고 자금줄까지 막힌 해운사에 대한 당국의 지원책은 진전이 없다. 물론 경쟁력 없는 해운업체에 당국이 무턱대고 지원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아니라 국가기반산업인 해운업 전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조금 다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인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가는 상황이라면 당국이 단기적으로라도 해운업체를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선사를 지원할 수는 없고 살려야 하는 해운사를 지원할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도 해운업계 지원대책에는 공감하지만 금융당국이 나서지 않아 곤란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금융당국이 방관하는 탓에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유동성 지원 카드조차도 방치되고 있다. 해운사 선박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선박펀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초 이후 캠코 선박펀드는 개점휴업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선박펀드 출자금인 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은 내년말 운용이 끝난다. 해운사가 선박펀드에 팔았던 배를 되사면서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다시 짊어져야 한다. 해운업계가 극한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당국이 존재감을 보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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